본문 바로가기
오늘은

마음 정화는 자연에서 241124

by 올곧이 2024. 11. 24.

11월24일 일요일

 

 오늘은 아침근무라서 일찍 집을 나왔다.

이제는 일요일에 근무를 하는 것도 4개 월 정도 지나다보니 몸이 알아서 움직여 준다. 역시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 확실한가 보다. 다만 마음에서 받아주느냐 거부하느냐 그것만이 변수로 작용할 뿐이지 않는가? ㅎㅎ

 

 일터에는 어제 저녁에 어지럽힌 것으로 보이는 것들로 제법 어지럽다.

그런데다 일곱시 부터 경기를 시작하는 팀은 벌써 도착하여 몸을 풀고 있었고, 오늘 스케쥴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곧이어 울산시민 등산아카데미협회의 가을운동회가 예약에 잡혀 있어서 좀 더 신경써서 정리를 해줘야만 한다.

 

 스트레칭도 할 시간이 없어 준비된 도구를 들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양심없는 누군가가 버렸는지 화장실 건물 뒷편에는 고양이들이 뜯었을 것 같은 찢어진 종이박스에서 음식물 쓰레기들이  비집고 와서 사람이 다니는 길에 난리를 피운다.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박스를 열어보니 빈소주병과 먹다 버린 쌈장, 배추닢, 삶은 라면 등 음식물 쓰레기들이 가득하고 차를 닦은 타올이 들어 있는 것으로 짐작해 볼 때 주변에 주차를 한 운전기사의 얌체짓으로 추정된다. 바로 곁에 분리수거 쓰레기통이 있었지만 분리를 하기 싫어서 그냥 몰래 박스에 넣고 버린게 분명하다.  "어휴~ 이런 사람들이 있으니 나라 발전이 더디지!" 하고 나도 모르게 욕이 입 밖으로 나왔다. ㅎㅎ

 

 부질없는 욕을 해봐야 세상은 변하지 않고 내 마음만 나빠질 뿐!

열한시 부터 시작된 산악팀은 오후가 되니 점점 열기가 더했지만 기본 메너가 있는 사람들이라서 감사할 따름이다. 쓸데없는 과시욕으로 고성능 엠프로 중계를 하다시피 방송을 하면 이웃 주민들의 사생활에 방해가 되고 민원이 빗발치듯 할 텐데... 이 팀은 자연을 사랑하는 산악팀이라 그런지 모든 활동을 조용 조용하게 진행해서 그런 불상사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점심을 먹고 오니 교대를 할 동료가 출근을 했다. 

오전에 있었던 일들을 동료와 공유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 새 퇴근시간이 되어 "수고하라"는 인사를 하기 바쁘게 줄행랑 치듯 퇴근을 했다. 아침에 보고 겪었던 아름답지 못한 마음을 정화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기에...

 

 집에 도착하기 바쁘게 뒷산으로 가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계획한 대로 태화강공원의 가을을 보기로 했다.

가을이 왔지만 못가 본 곳이 명촌교 부근 억새밭과 문수운동장 주변 단풍공원 그리고, 태화강국가정원이다. 마음 같아서는 배냇골도 가 보고 싶지만 일전에 다녀 온 얼음골이나 운문사 드라이브 코스랑 비슷하겠기에 올 해는 생략하고, 오늘 남는 시간을 적절하게 사용할 곳은 태화강 국가정원이 최적의 코스가 아닌가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태화강 국가정원의 가을은 참 이쁘다.

집에서 내려가 전원아파트 맞은 편 국가정원 입구로 들어가서 강변을 걸으며 강변풍경을 봤다. 이미 가을도 이슥해서 강물이 추운지 파르르 물결이 떨고 있고, 강변의 잡풀들도 사그라 들어  전망대가 툭 불거진 듯한 풍경이다. 하지만 그 뒤로 보이는 남산의 단풍들은 가을날 곱게 차려 입은 고고한 여성같아 보이고, 은월정이 서 있는 낭떠러지의 바위들은 거뭇거뭇 근육이 불거진 것 처럼 남성미가 넘친다.

 

 역시 자연은 온갖 나쁜 마음들을 잊게 만드는 제주가 있는 모양이다. 

나도 모르게 욕을 했던 아침의 일들을 모두 빨아내고도 또 다른 마음의 여유를 주는지 그야말로 편안한 마음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이끌리듯 십리대밭교 까지 강변을 즐기고는 다시 공원 안쪽의 아우돌프(Piet Oudolf)작품 옆을 따라 걸었다.

 피트.아우돌프는 네덜란드 작가이자, 자연주의 식재의 대가로써 작년쯤인가 기억력이 딸려서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지만 태화강 국가정원 한 부분을 자연정원 처럼 꾸미기도 했는데, 나도 자원봉사를 한답시고 참여하여 땡볕에 그을려서 인종이 바뀔 뻔 했는데...! ㅋㅋ

 

 피트 아우돌프 작품은 아직도 진행 중인 곳이 있을 정도로 자연정원을 꾸민다는 것은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듯 하다.

계절마다 식물의 제각각 특색이 있는데 씨앗으로 번식하거 것과 뿌리로 번식하는 것의 차이도 있으니 제대로의 식생 및 성장을 관찰하여 완성하는 것인 만큼 적어도 3~4년은 지나야 게획된 설계도에 맞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24화 피트 아우돌프와 한국 정원 (brunch.co.kr)

 

24화 피트 아우돌프와 한국 정원

Piet Oudolf의 자연주의 정원 | 정원≠식물 요즘 정원이 대세다. 정원 디자인 클래스도 많다. 대부분이 식재 디자인에 대한 강의이다. 정원 = 식물이라고 생각하는 인식 때문이다. 정원을 식물로 꾸

brunch.co.kr

 

 내가 심고, 물을 주고, 지켜 보았던 구역을 벗어나니 어느 새 어둠이 밀려왔다.

국화단지를 바삐 지나고 출발했던 공원입구에 다달으니 석양에 물든 하늘 끝엔 산들이 실루엣으로 나타났다.

자연은 왜 이렇게 아름다운지? 역시 나는 자연인이었어야 했는데...

온갖 감정들은 자연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무아상태가 되었다! 이런 날이 좋은 날이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