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6일 화요일
오전 내내 내리던 비가 멈추고 파란 하늘이 나왔다.
바람이 세지며 운동장 스탠드 위로 햇살을 받은 낙엽들이 이리 저리 나비처럼 날고 있다. 비를 맞으며 웅크려 있다가 해빛이 잠깐 나오는 사이 몸을 말리고는 저렇게 춤을 추듯 날아 다니는 것이리라!
우리도 언제쯤은 저 낙엽처럼 새로운 생명을 받아서 날 수 있으려나?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아니까 더 간절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인간의 심리인지?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도 인생에 도움되겠다는 생각을 하려다가 곧바로 부질없음에 바로 생각을 접는다. (별시러운 놈! 하고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듯) ㅋㅋ
오늘은 신입에게 일을 하는 목적과 방법을 그리고, 간편한 팀까지 알려주는 날이다.
어찌보면 나만의 노-하우인 만큼 감춰두고 나만 사용하면 될 일이지만 알려주면 그 만큼 나도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나니 전해 주는 것이 보람된 일이라 '재능기부'라고 하면 더 좋은 표현일까? ㅋㅋ
그런 마음으로 시도를 하려다가 흠칫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게 염려된다.
중요한 일이 아니므로 업무랄 것은 없지만 그래도 우리가 해야만 하는 것이니 단순한 일이어도 좋은 뜻으로는 하나의 업무라고 치고, 노-하우를 신입에게 전수하는 것은 조직과 개인 모두에 큰 장점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는 생각이다. 노-하우를 전해 주면 당연히 신입은 빠르게 적응할 수 있고, 또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팀의 성과에 기여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리고, 부가적으로 서로 신뢰도 쌓이고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협력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좋은 일이고...!
그러나, 한편으로는 받아 들이는 신입의 마음에 따라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것도 염려 안할 수는 없다.
만약, 나는 노-하우라며 자신있게 전해 주지만 신입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자기를 무시하고 나의 방법으로 하라는 억압으로 받아 들일 수 있다는 가정이다.
다시 말하면 사람이라면 모두 자기의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인데...?
엄연히 자신은 이렇게 할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내가 노-하우 라는 핑계로 자기의 생각을 압박하는 걸로 오해를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네! 또, 업무라는 것이 다 내가 생각하는 환경조건도 아니고 자기 나름으로 해석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또 지시자가 따로 있으니 그 지시가 나의 노-하우 보다 우위에 있을 수도 있고...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오해를 사지 않도록 신경 써가며 얘기하는 것이 참 어렵다.
그래서, 업무의 목적과 방법을 전하면서도 언제나 말머리엔 "나는 이렇게 생각해서 .....이렇게 했다"는 경험치만 알려주고는 나머지는 신입 스스로가 방법을 탐구하여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같이 공유하자"는 말로 여지를 뒀다.
그나마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상세하게 일러줘서 고만다"는 인사를 하니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 졌다.
오래 전 현역일 때 생각을 해보니 그 때는 이런 깊은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에야 미안한 생각이 들지만 이미 과거는 흘러 갔으니 사과를 받아 줄 사람도 없으니 그것도 부질없는 생각일 뿐이다. ㅋ
삶이란 예술처럼 그렇다.
알면 알수록 어렵고, 깊고, 높기도 하지만 넓기도 하고...~으휴~
오늘은 이것으로 만족하며 낙엽이 나비처럼 날 듯이 보냈지만 내일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릴 기다려 줄지?
그래서, 인생을 늙어가는 것이 아니고 익어 간다고 했나 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