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5일 월요일
오늘은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어서 그런지 일터에 일찍 나가고 싶은 마음에 동이 트기도 전에 집을 나섰습니다.
일터로 올라가는 길에는 아직 가로등이 꺼지지 않고 있어서 길가에 노란 들국화가 노랗게 돋보였습니다. 일터에 도착하자 마자 전용조끼를 입고, 라지에타 위에 말려 둔 실장감을 끼고 그 위에 고무장갑을 덧 끼고는 "준비완료!" 라며 혼자만의 소리로 각오(?)를 다지며 쓰레받기와 집게를 들고 운동장 주변 청소를 시작합니다.
어제 오후근무를 한 동료가 깨끗하게 치운 덕분에 운동장 청소가 비교적 쉽게 끝이 났습니다.
컴퓨터를 켜고 오늘의 예약현황을 보니 11시 부터 오후 1시까지 한 팀이 예약된 것을 확인하고는 커피를 타서 마시면서 카톡을 체크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주를 힘차게 시작하라'고 격려를 담아 보내 왔습니다. 나도 그렇게 답장을 보내고 있는데 본부에서 "신규 채용자 근무편성표"가 들어 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11월 계약 만료된 사람들을 대체할 신입들이 현장에 배치되는 날이었네요.
내 일터에도 나와 두 달 동안 같이 일했던 동료가 나갈 예정이고, 그 대체로 신규 입사자가 배치된답니다. 이 달이 지나면 내 계약도 4개월 남았으니 이 분이 누군지는 아직 모르지만 4개월 동안 같이 일을 해야할 동료가 되는 것입니다. '부디 말이 통하는 좋은 사람이었으면' 하고 기대하는 것 처럼 그 분도 나와 같은 기대를 갖고 오겠지요?!
오전 일을 마치고 집에서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일터로 올라갔습니다.
4개월 전에 나도 입사하여 1시까지 현장으로 가라는 지시를 받았으니까 아마 이 분도 그렇게 지시를 받았을 것 같은 생각에 미리 가 있으려는 마음이었고, 또 이 분은 사무실 열쇠도 없으니 내가 먼저 가서 기다리는게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사무실로 가는데 사무실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역시나 그 분이었네요! ㅎㅎ
첫 인상은 덩치가 크고 머리를 뒤로 묶은 모습이었는데 외국의 영화배우 '스티븐 시걸'을 연상케 합니다.
우선 반갑다는 인사를 한 뒤 우리 일터의 궁금증을 묻기에 이것 저것 아는대로 설명을 해줬습니다. 그리고는 짧다고 하면 짧지만 동료로써의 깊은 동행인 120일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화두로 이야기를 이어 갔습니다.
나이는 나보다 두 살이 적어서 말을 하기가 편하다 했는데, 집도 운동장 근처 주연마을이 안태고향이라고 하니 같은 고향사람이라 더 편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나와 비슷한 점이 아주 많은 사람이라 말이 없어도 통할 것 같은 에감이 들었습니다. 1남6녀 라는 것도 같고, 군대를 지원해서 간 것도 어쩌면 똑 같은 케이스에다 손재주 까지 있다고 하니 그 또한 지켜보는 재미가 솔솔할 것 같습니다.
처음 만남이라서 부담을 가질까봐 더 깊은 얘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4개월이나 같이 근무해야 할 테니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4개월 후면 다시 헤어질 것이지만 그 때는 "우리가 서로 이해하고 보람된 날들이었다"는 것으로 기억되길 미리 바래 봅니다. 아마도 이 분의 생각도 나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
암튼 말은 특별히 하지 않아도 합이 잘 맞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큽니다.
사람간의 인연은 찰나에서 결정된다고 했는데 어떤 인연이 있었기에 이렇게 만나졌는지?
오늘 아침 밥을 먹을 때 밥알이 자꾸 흘러서 아내 보기에 좀 미안했는데 이런 인연을 만나려는 징조(?)였는가? ㅋㅋ
한 주의 출발이 아주 흥미롭네요! 나머지 날도 쭈~욱 즐거운 생각으로 보냈으면...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