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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버이 날을 맞아

by 올곧이 2021. 5. 8.

5월8일 토요일

 

요즘들어 날씨는 계속 좋았던 것 같이 기억된다.
다만 어제 저녁나절에 내린 비는 무슨 연유였는지는 모르지만 종일 괜찮은 날이었는데 서당에서 글 연습을 마치고 나와 집에 오려고 차를 보니 얼룩덜룩하게 비가 내린 흔적이 있어서 조금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어버이 날이지만 아들 녀석은 회사에 출근한다면서 일요일 날 방문하겠다는 소식을 지 엄마에게 전했다고 들엇으니 같이 사는 딸래미가 이벤트를 꾸미지 않은 다음에야 별로 특별한 계획은 없겠다 싶어 한 이틀 밀린 신문이나 읽자면서 신문을 독습하고 있었다.

 

오후가 되니 딸래미와 집사람이 의논이라도 했는지 마트에 갔다 오겠다는 말을 뒤로 하고 사라졌다.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읽던 신문을 정리한 뒤 컴퓨터를 켜고 SNS를 점검하고 있었다.

어버이 날이라서 그런지 온통 부모님 은혜에 대한 글들이 넘쳐나 한편으로는 저 세상으로 가신 우리 부모님이나 처갓집 부모님께 고마운 또는 미안한 마음을 추스리기도 하였지만 그도 잠시 요즘 자식들의 행동에 섭섭한 마음들을 읽을 땐 내 얘기도 아닌데 지레짐작으로 내 얘기로 편집을 하며 섭섭함에 동조를 했다.

 

그럴즈음 평소 때도 반짝이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 얼굴을 디밀며 마누라가 "왜? 휴대폰을 꺼 놓았냐?"며 투정을 하며 시장바구니 가득 무엇인가 잔뜩 담아서 현관을 들어 온다.

그러고 보니 충전을 위해 꽂아둔 휴대폰이 이미 밧데리가 나가서 꺼져있었던 모양이었다. ㅋㅋ

 

어쨋거나 미안하다고 해야 뒷말이 없으니 "미안하다"고 하면서 시장보따리를 받아보니 상치를 비롯해 미나리, 깻닢 등 야채와 퍀에 포장된 돼지고기가 하나, 둘, 셋, 넷...도대체 뭣하러 이렇게 많이....

맞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집을 나가면서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가기도 그러니 집에서 고기 구울 수 있도록 버너 꺼내서 준비해 주세요" 라며 신중히(?) 말했었는데...

 

어쨋거나 뒷북으로 차려진 판상에는 여러가지 야채가 자리잡고, 그 옆 불판에는 돼지삼겹살, 항정살...이 입맛을 당기는 소리를 지르는데 "냉동실에 소주 갖고 오실래요?'라는 집사람의 주문은 팡파래 처럼 기분좋게 들린다.

 

평소에는 소원을 해도 냄새가 밴다며 안해주더니 오늘은 강압적인 멘트와 더불어 시위 하듯이 자신에 넘치는 행동들...!

딸래미도 말없이 다가와서는 수제품 카네이션을 건네주니 내 기분은 벌써 비행기를 탄 것이나 진배없다.

왼쪽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냉동실에 보관된 소주를 찾아 불판에 익은 고기를 찾으러 가는 기분이란? ㅋㅋ

 

딸래미는 맥주 한캔으로 마쳤지만 나는 평소의 두배로 소주 두병을 꼴깍했는데도 취기가 오르지 않았다.

"술은 기분에 따라 취한다"고 누가 얘길 했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그 분은 틀림없는 의사일 것이라 확신해 본다.

 

파티가 끝나고 아들 녀석의 전화가 왔다.

"오늘 뵈려고 했는데 내일까지 근무때문에 부득이 월요일 저녁에...."

이미 기분이 UP된 상태에서 무슨 말이든 소화할 수 있었기에 아들 녀석의 말끝마다 "알았다. 알았다" 했더니 녀석도 이상한 모양이다. ㅎㅎㅎ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는 어무이 아부지께 하지 못했던 일들 같은데, 자식들에게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이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

암튼 쇠주로 달군 알딸딸한 기분이지만 이 상태로 어버이 날이 저물어 준다면야 오늘은 잘 살았다는 기분도 들고...

 

늦었지만 "아부지 어무이! 이렇게 즐거운 세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얘들아! 이렇게 장성해 줘서 고맙구나." (이건 너희 엄마의 맘도 담긴 말일 것이다) 라는 말은 꼭 남겨야 될 것 같다.

 

수제 카네이션에 효심봉투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