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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봄 날에... 250313

by 올곧이 2025. 3. 13.

3월13일 목요일

 

 어느새 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아침 기온이 6도로 시작되는 날, 산들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출근길에 나서니 온몸으로 봄을 느낄 수 있었다. 거리마다 피어나는 꽃들, 더욱 밝아진 햇살,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자연의 생명력이 마음까지 가볍게 만든다.

 사람마다 계절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나는 오늘의 봄을 온전히 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어제 아내와 함께 뒷산을 걸으며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봄을 먼저 느꼈고, 친구와 함께한 저녁 식사와 막걸리 한 잔이 내 기분을 한층 더 들뜨게 만들었다. 오랜만의 외식, 반가운 대화, 그리고 밤하늘의 둥근 달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져 봄날의 낭만을 만들어 주었다.

 출근을 한 뒤 여유롭게 주변을 돌아보았다. 평소 같으면 신문부터 펼쳤을 테지만, 오늘은 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국기게양대 주변이 노랗게 물들어 있어 가까이 가 보니, 산수유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앞쪽 오리나무가 가려 조금 덜 노랗게 보였지만, 그래도 봄의 시작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몇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내 눈으로 본 것만큼 아름답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진보다 더 소중한 것은 내 마음속에 새겨진 봄의 풍경일 것이다.

이처럼 봄은 우리에게 소소한 행복을 선물한다. 날이 따뜻해지고, 길거리에 피어나는 꽃들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친구와의 대화, 가족과의 산책, 그리고 그 순간을 함께하는 계절이 주는 따뜻함. 봄은 단순히 날씨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도 함께 환하게 물들이는 시간이다.

오늘도 나는 이 봄을 마음껏 누려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그 기분을 담아, 한 편의 시를 써보고 싶은데 썼다 지우고를 반복만 할 뿐 실력이 안되니 중국 한시나 한 편 감상하려고 한다.

 

「부춘산거(賦春山居)」 - 왕유(王維)

春山多勝事(춘산다승사) - 봄 산에는 즐길 일이 많고
賞玩夜忘歸(상완야망귀) - 구경하다 밤이 되어도 돌아갈 줄 모른다
掬水月在手(국수월재수) - 물을 떠보니 달이 손 안에 있고
弄花香滿衣(롱화향만의) - 꽃을 희롱하니 향기가 옷에 가득하네

이 시는 표현 그대로 자연 속에서의 삶이 주는 기쁨과 여유를 노래한 것 같다. 봄 산은 아름다운 경치로 가득하고, 그 풍경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되는... 특히, 달빛이 비친 물을 떠보니 달이 손안에 있는 듯하고, 꽃을 어루만지니 그 향기가 온몸을 감싸는 순간이 감각적으로 묘사되었다고 생각된다.

 

오늘은 이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