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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봄은 오고 250322

by 올곧이 2025. 3. 22.

3월22일 토요일

 

 오후 출근이라 하던 일을 중단하고 점심을 먹고는 집을 나섰다.

아파트 밖으로 나오기가 무섭게 달겨드는 눈부신 햇빛 그리고, 더운 공기! 이게 봄인가? ㅎㅎ

겨울이 지났으니 어련히 봄이 맞긴 한데 체감으로 느끼는 기운은 벌써 여름으로 훌쩍 뛰어 넘은 듯하다.

봄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도 없지는 않았지만 이건 너무 과속한 것이 아닌가? ㅎㅎ

 

 어제도 오늘 만큼 덥지는 않았지만 너무 따스해서 놀랬다.

어제는 모처럼 아내의 봄나들이를 요청을 받고 그동안 말만 들었던 통도사의 홍매가 피었는지 어땠는지 보려고 작정하고는 가까이 사는 누님 자형을 동반하려고 전화를 했지만 막내 누님만 동참할 수 있다고 했다. 기왕이면 운전도 할 수 없어서 집에만 있는 위인(?)들이라서 세상구경도 시켜줄 겸 점심대접도 하려는 마음이었는데 조금 아쉬웠다. 살다보면 또 기회는 오는 법이고... 셋이서 얼마 전에 갔었던 웅촌의 맛집 곰돌이(상호)에 가서 버섯 샤부샤부로 맛난 점심을 먹고 통도사 홍매가 있는 영각 앞으로 갔지만 이미 꽃은 시들고 있었고 구경꾼들의 섭섭한 탄식은 매실이 커지듯 가지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세월이 참 빠른 것인가? 계절이 참 무심한 것인가?

그제 퇴근할 때 보았던 성안동 삼거리 근처 밭에는 목련꽃봉우리가 희끗희끗 보이더니만 오늘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갈 때 보니 덜핀 봉우리는 하나도 보이지 않을 만큼 활짝 피어있었다. 어디 꽃이 그 뿐인가? 아무래도 강가의 버들보다는 늦게 필 밭둑의 버들에서도 벌써 꽃자루가 펴 질 정도로 물이 잔뜩 올라서 온몸이 초록으로 변해 있었고, 하물며 며칠 전 운동장 옆도로변으로 삐죽이 나와서 지나다니는 차에 부딪히는 개나리 가지를 자르면서 가지 하나를 집에 가져가 베란다 화병에 담가뒀었는데 오늘 아침 베란다 창을 열려고 나가다가 대여섯 개의 꽃이 핀 것을 보고 감탄하기도 했다.

 

 봄은 꽃잔치가 열리는 계절임에 틀림없다.

올 봄에 맨 처음 본 까치꽃과 광대꽃에 연이어 복수꽃, 바람꽃, 냉이꽃, 꽃다지, 영춘화, 산수유꽃, 목련꽃...

벌써 10여 가지를 봤는데도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은 하루가 바쁘게 필려고 대기 중인 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아마 뒷산에만 가도 벌써 피었을 것 같은 생강나무꽃이나 진달래꽃도 있고 이미 꽃봉오리를 키울만큼 키운 복사꽃 철쭉들도 그리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럴 때는 마음도 동심으로 가는지 갑자기 동요가 떠오른다.

오늘 아침에도 개나리꽃을 보면서 '나리나리 개나리...'라는 "봄나들이"라는 동요가 저절로 떠올라 지인들에게 아침 안부를 보냈었는데 그걸로는 만족할 수 없었는지 또 하나의 동요가 생각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동네' 라는 "고향의 봄"이 그것이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 꽃 살구 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 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작사 이원수, 작곡 홍난파 인데 가사를 보면 봄 풍경이 그대로 보이는 듯 착각할 정도다.

 

서예를 하면서 한자를 접하다 보니 한시를 자주 보게 되지만 한시에서는 뭔가 우리가 사는 동네 풍경과 차이가 났다.

좋은 시가 있어서 인용을 하려다가도 항상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풍경묘사가 걸려서 이쉬웠다. 그래서, 요즘은 우리 한시를 읽거나 우리 동요에서 유년기를 찾아내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윤석중 작사 한용희 작곡의 "고향땅"의 가사를 한번 보자.

 

고향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하늘 끝닿은 저기가 거긴가
아카시아 흰꽃이 바람에 날리니
고향에도 지금쯤 뻐꾹새 울겠네

고개너머 또 고개 아득한 고향
저녁마다 놀지는 저기가 거긴가
날 저무는 논길로 휘파람 불면서
아이들도 지금쯤 소몰고 오겠네


이 노래가사를 보면 분명히 '저기가 거긴가' 라고 쓰였는데 노래를 부를 때는 우리가 뭘 본 것인지 항상 '여기가 거긴가' 하다가 선생님께 혼났던 기억이 생생한 노래지만 이제사 이해력이 생겼는지 틀리지 않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ㅎㅎ

아마도 이 노래는 고향땅을 떠난 사람이 고향땅을 그리워 하는 그런 장면이지만 고향땅이란 우리나라가 훤히 앞에 보이는 듯 선명하다.

 

 어쨋거나 봄은 이미 우리 주위에 온 것이 아니고 우리를 사방에서 에워싸고 있다.

좋은 계절이지만 느낄 새도 없이 여름으로 기우는 것은 아닌지 기온을 보면 자못 불안하다.

봄아! 좀 천천히 가자!고 외치면 말이 좀 먹힐랑가? ㅎㅎㅎ

아니다! 어쨋거나 다 제쳐두고 즐기는 자가 최고로 현명하니 오늘도 모두들 봄을 만끽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