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6일 수요일
오늘은 어제보다 더 따스한 봄날이 될 것 같다.
그런데, 미세먼지인지 모르겠지만 세상이 뿌연 것은 별로 반갑지 않다. 시력도 좋지 않은데다...ㅎㅎ
오히려 어제는 날씨도 따스했지만 산에서 내려다 본 세상풍경이 깨끗하게 보여서 기분이 좋았다.
해서 오늘은 출근도 느긋한데다 아침 청소도 시니어가 다 해뒀으니 별로 할 일도 없고...
하여 편안한 맘으로 어제 밀양 천황산을 다녀온 소감을 남기기로 한다.
어제는 이웃에 사는 친한 친구와 둘이서 올 해 신청한 '영남알프스 완등(울주군 행사)'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우선 영남알프스 완등 행사는 울주군에서 시행하는 행사로서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해 2021년부터 시작되었으며, 매년 선착순 3만 명의 영남알프스의 7개 해발 1,000m 이상의 봉우리를 완등한 등산객들에게 은으로 만든 기념 메달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최근 은 시세의 상승으로 인해 순은 메달 제작 비용이 증가하면서 이 행사가 언제 까지 지속될지? ㅎㅎ
참고로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에 도전하고자 하는 분들은 울주군 공식 웹사이트나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 앱을 통해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셔야 할 것 같다.
어쨋거나 행사는 그런 취지고, 어제 갔던 천황산에 대한 소개도 필요할 것 같아서 천황산 부터 소개한다.
천황산은 영남알프스 고봉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북으로는 가지산, 운문산, 고헌산이 보이고, 남으로는 재약산, 동으로는 신불산, 간월산, 영축산을 볼 수 있는 한가운데 우뚝 솟은 산이다. 그런데 가까이 있는 재약산은 1000고지가 넘지만 완등 미션에는 빠져있다. 왜냐하면 정상 봉우리는 좁은데 반해 인증사진을 찍기 위한 많은 등산객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추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어서 올 해 부터는 제외했다는데 잘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가까운 거리에 천황산이 있고 재약산을 제외 하더라도 오를 사람은 알아서 오르기 때문에 궂이 인증사진 때문에 사고가 나면 좋은 취지가 오히려 비난받을 소지도 있으니까...
얘기가 자꾸 겉 길로 빠지는데 천황산의 정확한 위치는 경상남도 밀양시 단장면(丹場面)·산내면(山內面)과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上北面)의 경계점에 있다.
주된 등산 코스는 밀양쪽에서 오르는 코스가 있고 울산쪽에서 오르는 코스가 있다.
우선 밀양쪽 코스를 보면,
1. 표충사 코스 : 표충사 입구 → 표충사 → 금강폭포 → 사자봉(천황산 정상)
소요 시간 : 오르는 데 약 2시간 40분, 내려오는 데 약 2시간 10분
특징 : 표충사와 금강폭포를 경유하는 코스로, 자연 경관이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2. 내원암 코스 : 표충사 입구 → 내원암 → 진불사 → 재약산 수미봉 → 사자봉(천황산 정상)
소요 시간 : 오르는 데 약 3시간 50분, 내려오는 데 약 2시간 40분
특징 : 내원암과 진불사를 지나며, 재약산과 천황산을 연계하여 등산할 수 있는 코스다.
3. 얼음골 코스 : 얼음골 입구 → 용아능선 → 천황산 정상(사자봉)
소요 시간 : 상황에 따라 다르며, 일반적으로 오르는데 3시간, 내려오는데 2시간 30분
특징 : 용아능선을 따라 오르는 코스로, 경사가 심하며 험난한 구간이 있으므로 하산시 특히 주의 필요
이 코스가 한 때 유행한 시기가 있었는데 드라마 "허준"에서 허준이 스승 유의태를 해부한 동의굴이 있다고 알려졌었는데 지금은 거의 이 코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케이블 코스를 이용하는 편이다.
4. 얼음골 케이블카 코스 : 얼음골 케이블카 상부역 → 샘물상회 → 천황산 정상 → 천황재 → 재약산 수미봉
소요 시간 : 왕복 약 3시간 정도 소요되며, 케이블카 상부역에서 천왕산까지는 30여분이 소요된다.
특징 :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비교적 수월하게 천황산과 재약산을 연계하여 등반할 수 있다.
이 네가지 코스 외에도 몇개가 더 있으나 등산객이 많지 않아 길을 찾기가 힘든 곳도 있고, 위험해서 추천을 제외하지만 표충사 코스는 좁은 경치가 아름다운 반면 얼음골 코스는 단장면 쪽으로 확 트인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다음은 울산쪽 코스를 살펴보면
1. 주암골 코스 : 주암마을 → 주암계곡 → 간이매점 → 재약산 정상 → 천황재 → 사자봉(천황산 정상)
소요 시간 : 오르는데 약 2시간 30분, 내려오는데 2시간 정도
특징: 주암계곡을 따라 오르는 코스로, 계곡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간이매점을 지나 재약산 정상에 오른 뒤 천황재를 거쳐 천황봉에 오르며 천황재에서 내려다 보는 표충사쪽 풍경이 일품이다.
2. 배내골 죽전마을 코스 : 배내골 죽전마을 → 주암계곡 → 사자평 → 재약산 정상→ 천황재 → 사자봉(천황산 정상)
왕복 거리: 약 9.2km
왕복 소요 시간: 약 4시간 20분
특징: 배내골의 죽전마을에서 시작하여 주암계곡을 따라 올라갑니다. 사자평의 광활한 억새밭을 지나 재약산 정상에 오른 후,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코스입니다.
3. 배내재 코스 : 배내재 → 능동산 → 샘물상회→사자봉(천황산 정상)
왕복소요시간 : 약 5시간
특징 : 배내재에서 능동산을 오르면 밀양쪽에서 올라오는 케이블카 상부역 코스를 만나는 곳 까지는 대부분 능선이어서 가지산과 운문산, 백운산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산행이 즐겁지만 산행구간이 길고 또한 시간도 많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여야 하지만 비교적 편한 코스이며 궂이 능동산을 오르지 않고 임도를 따라 편안하게 갈 수도 있다.
4. 배내주암길 코스 : 주암마을 → 산속에 농원펜션 → 샘물상회 → 사자봉(천황산 정상)
왕복소요시간 : 약 4시간
특징 : 배내재 코스가 밋밋하고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찾는 코스로서 펜션을 지나면 샘물상회 100여 미터 전방까지는 제법 가파르게 오르는 맛이 있기는 하지만 계속되는 오르막과 물없는 계곡의 답답함이 있어서 호불호가 갈리는 코스다.
이렇게 유명산에 걸맞게 코스가 다양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택한 코스는 제일 호불호가 있는 배내주암길 코스를 선택했다. 역시나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은 코스라서 그랬는지 이정표가 눈에 띄지 않아서 첫 출발부터 혼란이 왔다. 그리고, 더한 것은 주암마을에 없었던 팬션이 새로 생기는 바람에 등산로 들머리를 찾는다고 한참을 해맸고 또, 등산을 하면서도 애로를 겪은 것은 아직 눈이 녹지 않았는데도 겨울장비(아이젠)를 갖추지 않아서 눈길에 미끄러져 하마트면 큰 사고가 일어날 뻔한 일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등산은 조금 준비가 부족하더라도 큰 불상사가 생길 수 있음을 경험해 봤다. ㅋㅋ
하산을 할 때는 더 조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너무 가파른 경사에는 누군가가 로프를 묶어 둬서 그나마 안전에 도움이 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전을 담보할 수는 없었다. 날고 기는 친구도 나무지팡이를 만들어 대응을 했지만 도저히 안되었는지 눈이 얼어 미끄러운 등산로를 벗어나 푹푹빠지는 눈밭으로 길을 내며 걸었으니 말이다.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젊었을 때나 듣는 말이고 이제는 평길도 힘든 마당에 제대로 식겁했네. ㅋㅋ.
암튼 날씨가 맑아서 천황산에서 내려다 본 사방이 한눈에 들어오니 그야말로 세상의 주인이 된 듯하고 고봉들을 정복한 듯한 착각에 한동안 뿌듯했을 정도로 천황산 등산은 대만족! 캬아~!
그런데, 한 때는 천황산이라는 이름을 두고 일제의 만행이라는 논란도 있었다는게 어렴풋이 생각났다. 사실 우리나라 역사에는 왕을 섬긴 나라였는데 천왕도 아니고 천황이란 말은 듣지 못한데다 가까운 나라 일본이 천황을 섬기는 나라고 또, 일본이 36년간 우리나라를 지배했으니 그 때 이름을 붙인게 아니냐는 논란이 딱 맞아 떨어지는 사실 같기도 하고...
또 모르지?! 예전에는 천황산을 사자봉으로 불렀다고도 하니...
작년이었던가? 아내와 둘이 표충사에 갔었는데 그 때 관광해설사의 얘기로도 천황산, 재약산, 수미봉, 사자봉 이런 얘기들을 하면서 확실한 이유는 찾지 못했다고 하였던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그 중 나도 의문을 가졌던 것은 지방민들이 말했다는 재악산이라는 지명에서 해답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가져 본다. 왜냐하면 천황산을 등산하는 등산객이라면 다들 잘 아실 듯 한데 천황산을 사자봉으로 불렀고 가까이 있는 재약산을 수미봉으로 불렀다는데 착안하면 어쩌면 재약산과 천황산을 하나의 산 즉, 재악산인데 천황을 끼워 넣기 위해 분리해서 만든 산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어떤 이들이 들으면 "뜬금 없는 소리를?" 하고 힐난할지는 모르지만 내 나름의 생각이니 욕을 먹더라도 후회보다는 하나의 추측일 뿐이니 적당히만 나무라 주세요!ㅋㅋㅋ
그런데, 인터넷으로 조회를 해 보니 우리나라에 천황산이 왜 이렇게 많은지?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경상도와 전라도가 대표적인데 밀양, 거창, 강진, 정읍에 있는 산만이라도 역사를 알아 봤으면 싶은 생각도 든다. 일본을 바라보며 지은 이름인가 싶기도 해서...
어쨌거나 오늘은 느긋한 맘으로 천황산 등반기를 쓰려고 했는데 글쓰는 실력이 부족하니 자꾸 옆 길로 빠지는 듯 하여 이것으로 마감을 하고 매일 하는 인사에 갈음하여 하루를 멋지게, 보람차게 보내기를 기원합니다.
b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