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6일 토요일
아침 아홉시경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먹구름이 낮게 깔려 지나가서 오늘도 어제처럼 흐릴 것이라 생각했던게 오후에 접어 들면서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실감한다. 어쩌면 틀린 것이 아니라 이건 신의 장난일 수 밖에 없다. 3시인 지금 기온이 22도에 바람은 완전 뙤약볕에 풀이 죽어 몇개 남지 않은 나무 이파리를 흔들 기력도 없는 듯 보인다. 오늘은 완전 여름날씨와 같아서 시내 풍경이 궁금하다. 이 늦가을 날씨가 여름 같을 때는 무슨 옷들을 입었을까? ㅎㅎ
오늘은 11월의 중간지점을 넘어서는 날이다.
시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가을이 왔네! 어쩌네!' 하며 시작한 11월도 벌써 중순으로 접어 들었다니 어른들의 말씀 중에 "애지중지 하던 과자봉지도 뜯어 놓으니 금방이다(없어 진다)" 는 말이 있는데, 한 달 30일의 묶음이던 것도 막상 하루 하루 풀어 헤치니 금방 끝이 보인다는 뜻으로 쓰이는 쓰인 등록되지 않는 속담 같은 것이지 싶다.
나는 이 달에 무엇을 했는가를 돌아다 보니 아무 의미있는 일을 한 것 같지는 않지만...
'그저 사는 것에 만족을 얻으려고 나름으로 애를 썼다'는 것 말고는 딱히 큰 일도 없었고, 그렇다고 남에게 욕을 듣거나 핀잔을 들은 것도 없다. 아침마다 오는 카톡의 안부 문자에 이런 글도 생각이 난다. "너무 잘하려고 얘쓰지 마라!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는 것이 잘 살고있다는 것이다" 굳이 이러쿵 저러쿵 따지지 않더라도 대충 짐작은 되는 말이고 또, 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ㅎㅎ
그래도, 남들이 하는 좋은 일을 보면 부럽기는 하다.
물론 내가 할 능력이 있었더라면 나도 저렇게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하는 생각은 헤아릴 수 없이 생각도 해봤다.
오늘 단신을 보니 '2025년도 몸짱소방관 희망나눔 달력'을 선보인다고, 모델인 한혜진씨도 '데뷔 25주년 달력'을 예판한다는 소식이 떴다. 물론 수익 전액을 좋은 일에 기부한다는 뜻도 함께...
나는 뭔가 머리 속이 복잡할 때는 빨리 떨쳐버리려고 한다.
이 말 속에 빨리라는 말은 남들이 쓰는 빨리와는 분위기가 약간 다르다? 암튼 같지 않다는 말이 들어 있다. 그래서, 빨리 떨쳐버리려고 한다는 것은 남들보다 더 집착을 했기 때문에 떨쳐내려고 하더라도 잘 안되기 때문에 빠르게 시도 한다는 말?? (내가 말해 놓고도 어버버 거리는 것은 나의 전매특허이기도 하지!)
암튼 남들이 말하는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나는 곧장 딴 짓을 한다.
저물어 가는 한 해의 끝자락이 왔지만 어떻게 살았기에 남들이 하는 좋은 일을 따라 하지도 못하는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떠오르는 싯귀절이 생각나서 다시금 읊으면서 공감을 해 본다.
중년의 가슴에 11월이 오면 / 이채
청춘의 푸른 잎도 지고 나면 낙엽이라
애당초 만물엔 정함이 없다 해도
사람이 사람인 까닭에
나, 이렇게 늙어감이 쓸쓸하노라
어느 하루도 소용없는 날 없었건만
이제와 여기 앉았거늘
바람은 왠 말이 그리도 많으냐
천년을 불고 가도 지칠 줄을 모르네
보란 듯이 이룬 것은 없어도
열심히 산다고 살았다
가시밭길은 살펴가며
어두운 길은 밝혀가며
때로는 갈림길에서
두려움과 외로움에 잠 없는 밤이 많아
하고많은 세상일도 웃고 나면 그만이라
착하게 살고 싶었다
늙지않는 산처럼
늙지않는 물처럼
늙지않는 별처럼
아, 나 이렇게 늙어갈 줄 몰랐노라
오늘도 시간은 많이 남았으니 더 나은 삶을 지향하며...화이팅!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