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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내와 인연 241117

by 올곧이 2024. 11. 17.

11월17일 일요일

 

 흐릿한 날씨가 아무래도 비를 부를 것만 같다.

오늘은 오후 근무기 때문에 오전 시간이 비어서 큰 산으로 등산을 하려니 시간이 어중간하고 그렇다고 그냥 집에 있자니 시간이 아깝고, 생각 끝에 뒷산에라도 가보자 하고 준비하려는데 아내가 같이 가자고 한다. 아마 아내도 산에는 가고 싶었지만 여자 혼자서는 두렵고 해서 차일피일 하며 산행욕구를 억누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혼자 산에 갔을 때는 혼자서 등산을 하는 여성들도 제법 보이던데 그만큼 나이만 더 먹었을 뿐 간담이 서질 않는 모양이었다. 하긴 안전한게 좋지만...!

 

 산행을 가는 것도 나 혼자 갈 때는 그냥 물푸레나무 작대기만 들고 나갔지만 아내는 자기 습관대로 물도 넣고, 간식도 넣고, 제법 그럴싸하게 준비를 한다. 기껏 한 시간 정도의 산행길인데 뭣하러 불편하게 이런걸 갖고 가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배낭이 작다 하더라도 걸거치는(거치적거리다의 사투리) 것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을 나갈 때는 아내가 배낭을 메지만 동네를 벗어나면 내차지가 되고 마는 것도 못마땅 하고...ㅋㅋ

아무래도 배낭이 여성용이고 초록색이라서 동네에서 남자가 메고 가는 것은 눈에 확 띄니 그것이 마음에 걸리는지 아니면  여성이라도 베낭을 메고 간다고 힘자랑(?)을 하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ㅋㅋ

 

 암튼 이예로 지하구간을 넘자마자 배낭을 내게 넘기고 자기는 느긋하게 뒤따라 온다.

평소 같이 가던 코스로 산행 진로를 삼아 우정혁신2단지 LH아파트 옆으로 해서 산행 초입으로 들어갔다. 산길이지만 태화저수지까지는 옛길이 있어서 우거진 나무들로 어둑어둑해도 길은 편평해서 걷기가 수월하다. 경치를 살피니 주변의 나무들 중 감태나무만 노랗게 익어가고 있을 뿐 대부분의 나뭇닢들은 단풍으로 떨어졌다. 길 위에는 낙엽들이 쫘악 깔린게 보기 좋았다. 낙엽이 있는 좋은 풍경만 사진에 담으려 하다가 세월을 타는 것은 사람도 마찬가진데 싶어 아내더러 앞장서게 하고 휴대폰으로 뒷모습을 찍었다.  잘나오고 못나오고는  애초에 관심이 없었던 터였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보인 아내의 뒷모습은 예전과는 다르게 말랐다는 느낌이 든다.

 

 요즘이야 마른게 좋다고들 하지만 나는 거기에 동의를 하지 않는다.

너무 뚱뚱해도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너무 마르면? 그래서, 내 개취는 조금 풍성한 것이 좋은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아내의 뒷모습이 거기에는 못미친다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 평소의 운동 효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내가 너무 신경을 쓰게 하는 것은 아닌지? 딸래미도 남자친구가 생겨서 결혼대상으로 삼고 있던데 그것 때문에 신경을 쓰는가 싶기도 하고...말은 안했지만 속으로는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다 내가 주도를 못해주니 아내의 몫이 된 것도 같아서...) 

 

 태화저수지 둑을 지나 본격적인 입화산 초입으로 들어 갔다.

조금 전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자꾸 잡아 당기고는 있지만 어떻게든 떨쳐내야만 본래의 산행맛을 느낄 수 있기에 노력은 하지만 그게 잘 안된다. 사람이 산다는게 자기 의지대로만 사는 것도 아닐 텐데 뭣하러 이런 생각을 하나 싶기도 하고...

 

 나는 최근들어 '이만하면 잘살았고, 더 이상의 삶은 보너스'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이 차가 제법 나는 아내더러 '내 죽으면 같이 죽어야 되는 순장(殉葬)을 시켜달라고 유언한데이~?"하고 농담을 건넨 적도 많이 있다. 그러면 아내도 한 수 더 떤다. "그렇게 해요!"라며 대답을 하니 ㅋㅋ 그렇게 농담을 하는 이면은 글쎄다? 알만한 사람은 딱 한 사람 밖에 없겠지?!

 

 요즘은 장례문화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불가피하게 되었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매장은 사라지고 없다고 봐야 한다. 흔히 제례의식 전문가들이나 풍수지리를 보는 사람 그리고, 스님같은 종교인들이 말하기로는 매장은 죽은 사람과 산사람 간에는 끊을 수없는 인연의 끈이 있지만 화장은 그것들이 다 끊어지고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 된다고 한다. 다른 표현으로 매장은 영혼이 살아 있지만 화장은 영혼조차 죽어버린다는 ...

 

그래서, 말을 하기는 조금 불편하지만 암튼 요즘 장례만이 아니라 현재의 가족관계도 말을 안했다 뿐이지 냉혹해졌다고나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 혼자 남게 될 아내가 더 걱정된다. 어쨋거나 지금은 방도가 없으니 차차 묘안이 떠오르기만을 바라는 수 밖에...

 

 낮은 산도 산이라서 그런지 결코 쉬운 법은 없구나!

삼라만상이 다 세월을 맞고 변하는데 나라고 예외일 수는 없는 법! 더구나 오랜만의 산행이라 그런지 숨이 찬 소리가 제법 크게 났다. 다행히 윗도리 바람막이의 비비적거리는 소리에 섞여서 아무도 알아차릴 수 없었고 아내도 모르는게 조금 부담이 덜 간다. 쓸데없는 걱정거리만 주게 되니까! ㅎㅎ

 

 정상이랄 것도 없지만 산위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있었다. 우리는 간식을 먹으면서도 나의 출근 시간을 의식 안할 수는 없어서  곧바로 길촌으로 하산을 결정했다. 내려오는 중에는 우리나라는 재선충 때문에 소나무보다 편백이 더 국익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둥 사람에게도 좋은 것이라는 둥 어두운 생각을 빨리 떨어 내야만 했다.

 

그리고, 아침에 같이 흥얼거렷던 노래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아침에 흥얼거린 노래는 하루종일 가는 것 같다.

이상은의 "언젠가는" 이었는데 가사와 멜로디가 지금도 머리에서 맴도는 것을 보니...ㅎ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눈물 같은 시간의 강 위로 떠내려가는 건 한다발의 추억
그렇게 이제 뒤돌아 보니 젊음도 사랑도 아주 소중했구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젊은 날엔 젊음을 잊었고 사랑할 땐 사랑이 흔해만 보였네
하지만 이제생각해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언젠가는 우리가 헤어지더라도 다시 만난다는 것인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