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은

단풍놀이 241115

by 올곧이 2024. 11. 15.

11월15일 금요일

 

오늘은 쉬는 날이다.
일주일에 두번 쉬는 날이 있지만 온전히 자기를 위해 쉬는 날을 만들기란 그렇게 쉽지가 않기 때문에 그나마 자기 나름대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거나 아니면 보람있는 일로 만족을 얻으려고 노력을 한다. 그렇지만 인생사가 다 그러하듯 그게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가 더 많다. 그게 어쩜 당연할지도 모르고...

그럴 때면 약간의 실망섞인 소리로 "쉬어도 쉰 것 같지 않다"는 불만의 소리도 나오고 급기야는 휴일이 좀 더 많았으면... 하면서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지난 수요일도 쉬는 날이었지만 아내 친구의 과수원 일을 도와주며 노동을 한 덕분(?)에 가을놀이를 하려는 계획에 조금 차질이 생겼지만 만족한 날이었다. 그런데, 가을놀이도 때가 맞아야 한다. 조금 늦더라도 단풍이 떨어지고 볼 것들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그 만큼 상실되는 것에 조바심을 갖게 마련이다. 그것 때문에 때가 있는 일은 만사를 제쳐 놓고서라도 그 계획된 일을 해야만 최고의 만족감을 가지게 되는 것 아닐까ㅏ?

 

 지난 수요일에 과수원 일을 도와주고 귀가를 하면서 생각한 것은 연세 때문에 이동수단을 갖지 못해서 가을놀이를 가지 못하는 누님과 자형들을 모시고 가을 드라이브나 하자고 생각하고 막상 그걸 실행하려고 하니 그마저도 성사되기가 어렵다.  수술 후유증이 있는 야음동 누님 내외도 또, 노인정의 선약이 있는 큰누님도, 직장에 다니는 여동생도 이래저래 참여하지 못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작은누님 내외와 우리 내외의 단촐한 식구만이라도 청도 운문사까지 드라이브나 즐기자고 하고 했다.

단풍길이라면 배넷길도 있고 입실에서 동해로 넘어가는 길도 있고 가까이는 문수구장 쪽도 좋지만 가지산과 문복산의 계곡을 따라 숨어있는 계곡 단풍과 맑은 공기와 한적한 기분을 느끼려면 운문사로 가는 길이 아무래도 더 좋을 것 같은 생각이고, 점심식사까지 고려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그래서 시작된 단풍드라이브!

이예로를 잠깐 올랐다가 범서 방면으로 빠져나가는 순간부터 벌써 가로수들의 단풍들이 어서 오라는 듯 반긴다. 기름도 빵빵하게 채운 차는 울밀선 고속국도를 타고 반천동네 앞을 지날 때는 날씨가 약간 어두워서 그렇지 형형색색의 단풍들이 환상적이다. 특히 노란 은행나무들은 구름으로 해빛을 가린 어두운 풍경들을 환하게 비추는 듯 주변까지 밝게 도드라졌다.  

 좋은 풍경을 볼 때마다 외치는 환호성을 뒤로 하고 차는 거침없이 달리다가 고속국도를 빠져나와 석남사와 운문사의 갈림길에서 운문사로 방향을 잡는다. 운문사로 가기 위해서는 운문터널을 지나야 하지만 오늘은 단풍을 보기 위해서 터널로 진입하지 않고 옛길인 오르막 산길을 택했는데 역시나 형형색색의 애기단풍들이 "안봤으면 말을 말어"라고 하라는 듯 아름답기 그지없다. 추월할 수 없는 산길이라 차를 세우고 사진을 남기고 싶엇지만 못내 아쉽다. 대신 머리속 깊숙한 곳에 느낌으로 담을 수 밖에...

 운문재를 넘어서니 내리막 길이기도 하지만 더 좋은 풍경을 빨리 보려는 욕심때문에 시원하게 엑셀레이트에 발을 올렸다.  쌍두봉 아랫마을을 지나니 청도의 상징인 감나무 가로수들이 줄지어 나오는데 이파리들을 다 털어 내고 빨갛게 익은 감들만 달린 풍경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날씨가 좋아 하늘만 새파랗게 개였다면 따라오는 차들이 있건 말건 차를 정지 시키고 사진을 찍었을 것인데, 날씨가 흐린 것이 오히려 욕심을 막아준 듯한 하늘의 배려? ㅎㅎ

 드디어 운문사에서 1키로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주차료 명분으로 2천원을 내고 운문사 주차장에 주차를 했지만 시계를 보니 점심 예약시간이 임박하여 다시 마을로 내려와서 점심예약을 한 '산유화'라는 식당으로 골인! 들어가기가 바쁘게 주인장은 이미 예약한 것이라며 닭백숙과 파전을 들고 나왔는데 단풍에 들뜬 기분이었는지 막걸리가 없는데도 파전 한판은 게눈 감추듯 사라졌다. 닭백숙도 예외는 아니었다. 능이버섯을 넣었다는데 아주 국물이 진하고 부드러워서 어떻게 먹었는지 탕기는 바닥을 보이고 배는 풍선에 바람 들 듯 부풀고...ㅎㅎ 우리 나이엔 배가 부른 것도 좋지 않다는데...

 점심을 먹고 다시 운문사 쪽으로 가다가 오늘은 운문사 경내 보다는 단풍구경 하기가 좋은 북대암을 올라보기로 하고 가파른 산길을 올랐다. 산에는 대부분 참나무였는데 나무잎에 단풍이 드니 반짝이는데다 온통 노란색이라서 세상천지가 노란색으로 물든 것 같은 착시현상을 겪게 만들었다. 


 그런데, 경사가 너무 가팔라서 북대암 까지 차로 오르기는 아마 천당을 각오하지 않고는 완주는 힘들고 우리 또한 중간쯤에 차를 대고 걸어서 올랐다. 급경사로 오르기는 힘들었지만 힘들게 올라온 만큼 경치가 아름다워서 이미 보상을 받은 것 같다. 그리고, 북대암 마당에서 운문사쪽을 내려다 보니 나무들 사이로 저만큼 운문사가 미니어처 처럼 귀엽게 보인다.

 

 그 때 옆에서 우리를 보던 먼저 올라온 방문객이 팁 하나를 알려 줬다. "칠성각 뒤에 우뚝 서있는 바위밑으로 가보라"는 권유엿다. 그래서, 다시 경사진 비탈길로 100여 미터를 더 올라가 봤더니 시야가 확 터진 경치가 그냥 '화~아~아!' 하고 허파에 바람이 들이 차는 기분이 들었다. 



 이 정도면 오늘은 대만족 이라며 몇장의 사진을 더 찍고는 중간에 세워둔 차를 타기 위해 내려왔다. 모두들 출발 할 때의 기대치는 훨씬 넘었다는 얘기들을 한다. 조금 늦었으면 올 해의 단풍은 즐겨보지도 못하고 날려 버렸을 것인데...

같이 오지 못한 가족들이 생각났다.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다음에 더 좋은 만남이 있기를 바래야지! ㅎㅎ

이제 나도 젊음의 경계선에서 자꾸 멀어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시간이 날 때마다 형제들의 만남이라도 자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만족한 오늘을 회상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