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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고를 받고 241119

by 올곧이 2024. 11. 19.

11월19일 화요일

 

 새벽에는 비가 내린 모양이다.

주차장을 빠져나간 자리엔 차들이 오줌을 싸고 도망 간 것 처럼 세계지도를 그려 놓았다. 어제의 일이 생각나서 휴대폰의 일기를 먼저 보았더니 어제보다는 다스한 4.2도로 나온다. 어젯 밤 근무를 설 때는 체감온도는 겨울 같아서 장갑을 끼고 운동장을 돌았을 정도였는데 오늘은 좀 나을런지? 이렇게 갑자기 추워지면 제일 취약한 계층이 노인네들인데... 

 

 아침에 친구로 부터 모친이 별세하셨다는 부고장을 받았다.

제법 오래 전에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요양원에 모셨다'는 얘기를 듣고 "그럴 수 밖에 없었나?" 하는 친구에게 섭섭한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생각을 하면 나도 마음이 불편했지만 자식을 두고서 요양원에 가야만 했던 친구 어머님은 또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는데... 다행히 적지않는 연세(95세)로 세상을 생을 마감하셨다고 하니 부족한 삶은 아니었기를 그리고, 더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기원한다.

 

 말이 나왔으니 어쩔 수 없이 말하지만 요양원이라는 이름은 일단 듣는 것 부터 거부감이 드는 곳이다.

요즘 세대들이야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굶어 죽는지 어떤지는 자세히 몰라서 섣불리 생각하기가 좀 그렇지만 우리는 요즘 세대가 아니고 옛날 풍습을 생각하더라도 굳이 '나를 낳아 길러주신 부모님을 남의 손에 맡기려 했나?' 싶은 마음이 있어서 내가 아는 친구가 이런 사람이었나 하고 조금 섭섭한 생각을 했었지!

그 옛날, 고려시대,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내가 잘 모시지 못해서 그랬다며 스스로 묘지옆에 움막을 짓고 3년상을 치룬 기록도 있다지 않는가? 그렇다면 살아계신 부모님을 자기가 모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의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안들 수가 없으니... 

 

 하긴 지나온 나의 경험을 회상해 보니 나 또한 부모님에 대한 공경심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가 뇌졸증으로 앓아 누웠을 땐 어머니가 도맡아 간호를 하셨고, 몇 해 뒤 어머니가 대장암으로 돌아가시기 까지는 아내가 도맡았으니 결국 나는 회사에서 퇴근 후에나 돌보았다는 것만으로 진정한 효도를 염두에 뒀다고 말 할 수 있나? 그나마 병원처럼 산소호흡기와 욕창방지 패드 등 의료기구를 갖추면서 집에서 같이 살았다는 것 말고는 ...

 

부모님이 돌아 가신 뒤  몇년 후  어느 날의 기억도 생생하다.

출근을 하다가 신호등에 걸려 차를 멈추면서 봤던 어느 건물 앞에 '어른들과 같이 놀아 줍니다'는 플래카드다. 이제서야 그것이 뭘 뜻하는지 확실히 알았지만 그 때는 '저게 뭔 말이지?' 할 정도로 부모님들은 항상 뭔가를 독자적으로 하신다는 생각만 했지 도움을 원하거나 고독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노인들의 고독? 도움? 그 자체가 있는지도 몰랐으니까!

솔직히 요즘에서야 노인들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고독감 때문에 사선을 넘는 것이 사회문제가 되니까 관심을 가졌지 그 당시엔 내가 느끼지 못했는데 남들이 그런 고독 감정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했겠는가? 아예 생각 밖이었다.

뒤늦은 후회지만 이제서야 우리 부모님도 고독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불편하고 때늦은 후회와 좀 더 살갑게 잘 모셨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

 

 그런데다, 틈만 있으면 울엄니가 나를 부르시면서 "효자야! 효자야!"하신 것을 생각하면 더 부끄럽다.

그 때는 내가 잘해서, 잘 모셔서, 격려차원으로 효자로 불러 주시는구나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효자 노릇은 제대로 하느냐? 효도 좀 해라'는 핀잔을 주셨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런 생각을 하니 예전에 친구가 '어쩔 수 없이 요양원에 모셨다'는 말에 약간의 섭섭함을 가졌던 생각이 사라지고 되려 '나보다 더 깊은 생각을 했구나' 싶어 친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요즘은 어른들을 모시는 기관도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제법 늘어가는 추세다.

운영만 잘하는 요양기관이라면 오히려 고독사를 예방하는 재밌는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친구들도 사귈 수 있고, 제 때에 삼시세끼를 먹을 수 있는 등 '요양원에 보내주는 것이 더 효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예전에 가졌던 '요양원에 보내는 것은 부모님을 떠나 보내는 것이다"라는 생각도 빨리 고쳐야겠다. 

 

 우리의 미래는 아무도 장담 못한다.

정신적인 문제나 신체적인 문제로 자식들에게 민폐가 없기를 바래야겠지만 사람의 앞날을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 그러므로 그 때는 내가 나 자신을 모르거나 혹은 그게 아닐 경우라도 자식들에게 짐이 될 경우라면 어쩔 수 없이 나도 스스로 요양원을 택할 계획이지만 그 전에 정신줄 하나 만큼은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신경을 써야겠지?

그래서, 오늘도 뭔가는 하고 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