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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뉴스

문제인식은 현장이 빠르다

by 올곧이 2008. 10. 29.
비정규직법이 태동하려고 할 때 무던히도 투쟁을 했던 노동계. 그 이유는 비정규직의 양산이었다.
그러나, 고용의 유연성으로 실업자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뿐만아니라 양질의 노동을 양성하겠다던
학자들과 정부관료들, 그리고, 거수기로 일관했던 국회의원들...누가 이겼을까? 아니 누구의 주장이
맞아 떨어졌는가? 역시 해답은 현장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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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노동자 줄고 시간제·용역은 늘어

비정규직법 적용 대상인 기간제 노동자는 1년 새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임금 등이 열악한 시간제·용역 등의 비정규직은 되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8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544만5천명으로 1년 전보다 25만8천명(4.5%)이 줄었고, 정규직은 1065만8천명으로 같은 기간 47만9천명(4.7%)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임금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도 2.1%포인트 줄어든 33.8%로, 2003년 8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비정규직 감소 현상은,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화해야 하는 기간제 노동자들에서 뚜렷이 나타나, 1년 새 16만6천명 줄었다. 계약을 반복 갱신해 '계속근로'가 기대되는 노동자(18만1천명)도 줄었다. 비정규직법 영향으로 일부가 정규직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적잖은 이들이 용역·시간제 등 더 열악한 처지로 내몰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용역 노동자는 1년 새 4만8천명(8.1%)이 늘었다. 1주일에 36시간 미만 일하는 저임금의 시간제 노동자(2만7천명), 계약 갱신을 기대할 수 없는 한시근로자(8만9천명)도 증가했다.

박화진 노동부 차별개선과장은 "계약 해지, 용역업체로 외주화 같은 비정규직법의 '풍선 효과'가 나타나면서 노동조건이 더 나쁜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모집인과 같은 특수형태 노동자나 파견 노동자는 소폭 줄었다.

기간제 노동자는 주로 10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줄었다. 이를 두고 노동부는 "경기 악화뿐 아니라, 비정규직법이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영향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규모 업체의 일자리 감소는 경기 악화 때문에 정규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비정규직법 영향 탓으로만 돌려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지는 개선되지 않았다. 올해 6~8월 정규직 임금은 지난해에 견줘 5.9% 오른 212만7천원이었으나, 비정규직은 129만6천원으로 1.6% 오르는 데 그쳤다. 비정규직의 평균 근속기간도 두 달 줄어든 2년이었다.

한편, 자영자 등 비임금근로자는 751만4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6만2천명 줄었다. 자영자는 453만명으로 4만7천명이 줄었고 1명 이상 고용한 고용자는 150만5천명으로 4만2천명 감소했다.

반면 무급 가족종사자는 147만8천명으로 2만8천명 증가했다. 황예랑 김수헌 기자 yrcom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