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은

안녕하세요? 230426

by 올곧이 2023. 4. 26.

4월26일 수요일

 

어제는 종일토록 비가 내려서 그런지 오늘 아침 기온이 많이 내려갔습니다.

조금 전 해가 올라왔지만 아직 7도에 머물러 있고, 베란다 창에는 김이 서려 있습니다.

그래도, 하늘이 맑고 대기가 맑아서 기분은 좋습니다.

 

안부 글을 못 쓴지가 한 일주일 되나요?

컴퓨터가 늦어서 업그레이드를 시키려고 CPU를 바꾸려다가 메인보드가 타버렸나 봅니다.

어쩔 수 없이 중고 메인보드를 주문하고 다시 조립하느라고 제법 많은 날들이 지나갔네요.

그동안 세상을 바라보려고 스마트 폰을 봤지만 고개도 아프고 눈이 아파서 그만 뒀습니다.

이제사 컴퓨터를 복구하고 나니 "Windows 정품 인정"을 하라고 하네요. ㅎㅎ

아마도 마이크로 본사는 유저가 컴퓨터에 손을 대면 표시가 나나 봅니다. 

세상에! 나도 모르는 감시병이 내 주변을 엿보고 있었다니...?  

 

요즘 어떻게들 지내고 있는지요?

내게는 화요일이 천금같이 귀한 휴일이라 어제도 일분 일초를 아끼려고 애섰습니다.

영남알프스 8본 완등을 마감해야겠기에 비가 내리는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섰습니다.

차를 몰고 아파트를 빠져 나가면서도 "제발 바람이라도 잠잠했으면..."하고 빌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8봉 중에서 우두머리인 가지산이라서 바람이 쎄면 인증샷을 찍을 곳도 만만찮으니까요!

 

가지산 터널을 지나서 작은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킨 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역시 최고봉의 산이라서 그런지 고도가 높아 질수록 풍경이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주차장에는 산사과 나무에 하얀 꽃이 멋지더니 조금 더 들어가니 제철 맞은 철쭉이  고왔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병꽃이 한창 피기 시작하고, 철쭉은 이제사 터질 듯이 꽃봉오리를 이고 있었고,

중봉에 올라가니 철쭉은 이제 잎사귀가 나오고 있었고, 철쭉보다 일찍 피는 진달래가 활짝 피었습니다.

가지산 정상에는 대부분의 나무가 아직도 겨울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달래만 꽃을 내려고 하고 있었지요.

늦게서야 알았지만 내리던 비도 어느 샌가 싸라기눈으로 바뀌어 있었네요!

높이 올라 갈수록 세상은 거꾸로 가는 것이 확연 했지만 사람은 변함이 없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더 젊어졌으면 이 참에 하늘까지 갈 뻔 했는데... ㅋㅋ

 

가지산은 영남알프스의 대장이라고는 하지만 산행 거리가 짧아서 8시 시작하여 11시20분 쯤에 끝났습니다.

중간 중간 경치를 보기 위해 구름이 걷히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고, 사진을 찍느라고 많이 지체한 것을 감안해도...

내려 올 때는 비에 젖은 바윗길에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발이 닿을데 까지 다리를 벌리다 보니 무릎에 이상이...?

아침에 일어나니 괜찮아 진 것 같지만 조금 무리가 간 것은 틀림 없는 것 같아 며칠은 조심해야 겠습니다.

 

어쨌거나 올 해의 알프스 완등은 이렇게 별탈없이 마무리를 했습니다.

본인도 신경을 썼지만 가족들과 지인들의 성원이 없었다면 이것도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모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완등을 하고 나니 홀가분한 기분도 들지만 조금 뭔가는 허전한 기분도 남습니다.

이제는 무엇에다 마음을 둘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동안 마음을 쓰고 있었던 일이라 잔잔하게 미련도 남았고...ㅋㅋ

인간에게는 잘되거나 못되거나를 떠나서 항상 아쉬운 무엇이 남아야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지나 봅니다.

 

오늘 아침 중앙일보에는 원영스님의 칼럼을 읽다가  묘협(妙協) 스님의 보왕삼매론이 눈에 갔습니다.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다.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게 된다.

공부하는 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공부하는 데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된다.

수행하는 데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에 장애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한다.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 데 두게 된다.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된다.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순종해주면 교만에 빠지게 된다.

공덕을 베풀며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다른 의도가 생기게 된다.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큰 이익을 바라면 어리석어진다.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고자 하면 원망하는 마음만 커진다.』

그랬네요!

인생살이에 부족함이 없고 아쉬움이 없다면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됨을 경계하라는 말씀인 듯!

오늘 비록 만족하지 못한 일이 있다 손 치더라도 그것이 바로 사는 길이라는 것으로 이해해야 겠습니다.

그렇더라도 아쉬움을 일부러 남기려고 해서는 그건 더더욱 아닌 것 마지요?

즐거운 날 되십시오!

 

태화동에서...

가지산(2023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