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6일 금요일
햇살이 너무 강해서 뒷산 소나무를 쳐다보는데 눈이 부십니다. 그렇지만 해볕은 의외로 따스하지 않고 쌀쌀함 마저 느끼게 합니다. 이런 날은 밖에 나가는 것 보다는 집콕이 유리할 것 같습니다.
소나무를 보다보니 그 아래 언듯 붉나무가 얼굴을 붉힌 듯 빨갛게 물들었습니다. 그렇고 보니 단풍이 어느 새 집 근처까지 내려왔는가 싶은데 감흥은 예전같지가 않고 무덤덤 합니다.
아직은 조금 남은 감흥으로 눈앞에서 억새가 가을에 취해 이리저리 비틀거리거나 부질없는 삶을 끝낸 낙엽이 갈 곳을 몰라 골목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것을 보면 약간은 센티멘탈이 일어나는 느낌을 갖기도 합니다. ㅎㅎ
오늘은 가을 시 한편 감상해 보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가을 들녘에 서서 / 홍해리 (1942~ 충북)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곳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리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나네」
주말이 보이네요.
모두 행복한 날들 보내기를 기원합니다.
https://youtu.be/YM2M-E71v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