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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누님의 말씀? 241127

by 올곧이 2024. 11. 27.

11월27일 수요일

 

 서울에 사는 친구가 눈이 내렸다는 안부를 전해 왔습니다.

울산에 사는 친구도 서울의 자기 친구가 보내 줬다면서 서울의 눈소식을 전하며 들떠 있습니다. 시간차는 있지만 지리산에 사는 친구도 눈이 조금 내렸다면서 눈소식을 보내 왔습니다. 다른 곳에서도 눈은 내렸을 텐데 소식이 없는 것을 보니 내 친구는 서울, 지리산, 울산에만 살고 있나 보다. ㅎㅎ

 

 오늘은 가족모임을 하는 날인데 다행히 날씨가 깨끗하게 맑아서 좋다.

부산에 사는 제일 큰 누님이 오실 시간에 맞춰서 아랫동네 누님 내외와 야음동에 사는 누님 내외에게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전화로 일러주고 아내와 같이 차를 타려고 지하실로 간다. 가는 도중에 보이는 남산과 문수산, 남암산 일대의 단풍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바로 앞에서 보는 듯이 깨끗하게 보인다. 그리고, 매우 아름답다. 이제 가을인 듯 한데 겨울이라니...?

 

 간단하게 차를 점검하고 출 바~알~

앞 동네 누님 내외를 태우고 야음동 누님 내외와 약속한 장소로 갔는데 모습이 안보여서 아파트로 차를 몰고 가니 누님만 보여서 먼저 차에 태우니 누님왈" 이 양반은 꼭 엉뚱한 짓을...같이 가자고 나왔는데 나오기 바쁘게 자기만 딴 길로 간다면서..." 화가 잔뜩 났다. 곧, 80을 바라보면서도 틱탁! 틱톡! 재밌게 사는 모습이 변하질 않는다. ㅎㅎ

나도 가끔은 자형과 같은 범행(?)을 저지러는 것을 보면 남자들은 대부분 아내에 대한 반골기질이 있는가 싶기도 하다. ㅋㅋ

 

 우쨌거나 최초에 일러준 장소에 다시 가서 거기서 기다리는 자형을 태우고 태화강역으로 갔다.

부산에서 올라 올 큰 누님을 마중하기 위해 아내를 역사내 승하차장으로 보낸 뒤 3분쯤 기다리니 누님을 모시고 왔는데 언제나 처럼 밝은 얼굴에 애교띈 인사를 먼저 하신다. "아이고 기다린다고 욕 봤제?" ㅎㅎ

 

 큰 누님을 보면 가끔 감동을 넘어서 내 자신이 부끄러울 때도 있다.

90된 나이에 부산에서 택시를 타고 전철역으로 가서 전철로 갈아타고 울산으로 오시는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지 참?

그래서, 어느 땐가 물어 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는 몸이 아프다가도 동생들 만나는 날은 씼은 듯이 낫는다"는 누님의 대답도 들었지만 들을 때 마다 이건 농담이나 덕담일거야 하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그냥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무리 백세 시대가 도래한다고는 하지만 '그냥 움직이기도 힘들고 싫다'는 90된 나이가 아니던가? 차를 갈아타면서 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올라 오시는 것을 생각하면 그 대답이 그냥 듣기 좋아라고 던지는 농담이나 덕담차원은 분명 아닌 형제에 대한 애정이 이다지도 진한가 싶은 생각에 감동을 안할 수가 없다.

 

 그런데, 누님도 이제 힘에 부치시는지 오늘은 약한 말씀을 하셨다.

점심을 맛나게 먹고, 카페에 가서 즐겁게 이야기로 꽃을 피우다 부산으로 가야할 시간이 되어 태화강역으로 오는 길에 정자고개를 넘다가 고운 단풍을 보고는 "단풍은 내년에도 볼 수 있겠지만..."하며 말미를 흐리셨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모두가 잠시 침묵에 빠져서 한참 동안이나 말을 하지 못했다.

어머니도 세상을 떠나기 전에 생신을 축하하는 화환을 보며 "너는 내년에도 피겠지만..." 하시며 말씀을 흐렸기에 그 생각이 문득 스쳤기 때문이다.

 

 제발 아니기를, 부디 오래 오래 보기를 기원하면서도 뭔가 애틋한 생각이 자꾸 들었다.

태화강 역에서 헤어지고 집으로 온 뒤 한참 만에 "김치 한봉지 받아 집으로 올라오는게 와이리 힘드노?" 라는 누님의 전화를 아내가 받았다며 내게 알려 주었다. 차안에서 통화하는 것을 들으니 노인정을 통해 지원되는 김치를 한봉지씩 나눠 가지는데 아마도 그걸 받으신 모양이다. 아무튼 무사히 도착 하셨다니 그것만 생각할려고...

 

 그리고, 또 건강하게 뵙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