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1일 목요일
오전에 맑던 날씨가 오후가 되니 구름이 많아졌다.
비는 내릴 기미가 없지만 날씨가 다시 갑자기 추워질까 걱정된다. 운동장에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많이 보이고 아내도 병원에 갔다오더니 양봉지가 불룩할 정도로 감기약을 지어 왔다. 아침에 받는 안부글도 대부분 감기조심에 대한 것이어서 계절감기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 요즘은 멋보다 실속을 챙기자! 걸리면 나도 고생이지만 남에겐 민폐잖아?!
오늘은 종일 근무라서 그런지 내 집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다.
청소를 끝내고 커피를 한 잔하고 있는데 자주 일터에 들리던 아는 형님이 와서 "조금 있으면 아는 사람이 올거다.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했다.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아는 사람인지 아니면 형님만 아는 사람인지 궁금해서 다시 반문을 했다. "아는 사람이라니? 나도 아는 사람인가요?"하고...
그랬더니 "만나보면 너도 알걸?" 하면서 궁금증만 더 깔아버린다. 맞춰보라는 듯 ㅋㅋ
그렇지만 이젠 내 처지가 그래서 그런지 사람에 대한 욕심이 자꾸 떨어 진다.
오히려 알았던 사람도 점점 잊혀져 가는게 전화기를 들여다 봐도 느낄 수 있다. 가나다 순으로 이름을 훓어 내려가다 보면 "어? 이사람은 어떤 관계였지?" 하는 이름이 태반이다. 혹시나 다시 기억이 떠오를까 봐서 지우지는 않고 있지만 이제는 그 생각마저도 잘못된 것 같아 모르는 이름이 발견되면 지울까 생각 중이다.
어쨋거나 아는 사람을 기다리다 보니 드디어 차를 타고 주인공이 나타났다.
"어! 오랜만이네!" 하고 내가 인사를 하기 바쁘게 "아이고 형님! 더 젊어졌네요!"라고 답을 한 녀석은 작년에 같이 일을 했던 동생뻘 동료였다. 내가 일을 그만 두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사이였는데, 그동안에 아는 형이랑 면을 텄고, 얘기를 하다보니 내 얘기가 나왔던 모양이다. 그나마 '부지런 하고 착한 쪽'으로 나를 평가했다니 사실여부를 떠나서 듣기는 좋았다. ㅎㅎ
그런데, 이 바닥이 기한이 있는 기간제들이 일하는 곳이다 보니 정을 붙이기가 좀 어려운 곳이다.
전 직장에 대해 기억을 떠 올려보면 계약기한이 없는 곳이라서 그랬겠지만 반평생 이상을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던 사람도 있는 반면, 각자의 처한 입장에 따라 직장을 떠난 사람도 있고, 부서를 옮긴 사람도 있는데 어떻게 다른 길을 갈 수 밖에 없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제일 큰 원인은 사람간의 정이었을 것이란 생각이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뭘까를 생각해 봤다.
그것은 어떤 사이인가에 따라서 달라지는 경우가 있겠지만 그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정이라고 생각된다. 흔히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를 물으면 소통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소통도 따지고 보면 감정과 생각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는 공감이고 그 공감이 내포하는 것도 정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정에는 애정, 우정, 동정, 의리...등 등 사람간의 관계에 따라 다르게 부르고 있고 직장인의 경우는 동료애라고 하지?
그러면 정이 생기고 또는 생기지 않는 이유는 뭘까?
그건 함께있는 기간의 길고, 짧음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우리는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더 낫다"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을 공공 들여다 보면 당연히 피라도 섞였으니 친척이 더 가깝지 않겠나 싶지만 멀리 있어서 함께 할 수 없으니 오히려 자주보는 이웃에게 더 정을 느낀다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곳은 함께 근무하는 기간이 너무 짧은 탓에 동료애가 생기기란 정말 어려운 곳이다.
최장 근무할 수 있는 계약기간이 8개월인데다 도중에 결원이 생기면 그 곳에 투입이 되다보니 대부분이 2~3개월이면 헤어진다고 보야하니...
그런데도 이렇게 정이 들었다고 찾아주는 것을 보니 보통의 관계는 아니었구나 싶어 더 아껴주고 싶다. 얼마나 더 함께 근무할지는 이미 정해졌으니 기간제로써 아쉬움이 있지만 서로의 기억 속에 자라는 정은 무럭무럭 자라주기를 바라는 오늘이다. 건강도 잘 챙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