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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풍경 241120

by 올곧이 2024. 11. 20.

11월20일 수요일

 

 옅은 안개가 지나갔다.

하늘이 밝아지나 했더니 걷바로 불그스럼한 구름으로 노을이 비친다.

컴컴해서 잘 보이지 않았던 마을이 점차 밝아오고 그나마 높은 건물꼭대기의 안테나가 보이는가 했더니 하얀색, 붉은색 건물들이 나타났다. 서서히 마을이 잠에서 깨어나는 아침풍경이 끝내주구만...ㅎㅎ

 

 옆통로 3층에 사는 손씨 영감님이 뒷짐을 지고 뒤뚱뒤뚱 밖으로 나오신다.

내가 일하러 다니는 사이 노란색 학원차는 팔았는지 보이지 않더니 흰색 승용차로 다가가신다. 갑자기 삑 하며 승용차의 헤드라이트가 켜졌다. 아마도 원격 시동을 건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이제 학원차도 나이가 많다고 안써주네" 하던 말씀이 생각난다. 아하! 그래서 학원차를 팔아버리고 승용차로 바꿨나 보다. 그런데 이렇게 일찍 어딜 가실려고?

 

 시동은 걸렸는데 차 앞에 이중주차된 포터와 승용차들이 있어서 나가지 못한다. 차가 나가려면 이중 주차된 차를 밀어내고 빠져나갈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영감님은 운전석 문을 열어놓고 앞에 주차된 포터를 밀기 시작했다. 포터가 무거워서인지 영감이 힘이 딸렸는지 포터는 밀리지 않고 잠깐식 꿈틀거리기만 한다. 서너번 시도를 했지만 여전히 차가 움직이지 않자 가까운 공동 수돗가에서 청소를 하시는 경비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경비아저씨는 귀찮은 듯 포터를 밀어 내고는 냅다 근무지를 향해 걸어 갔다. 손씨 영감은 다시 차에 올라 공간 사이로 빠져 나오려 하지만 공간이 좁아선지 회전을 하지 못하고 다시 내렸다. 근무지로 가던 경비아저씨를 다시 불러댄다. 마지못해 다시 온 경비아저씨가 이젠 우측의 승용차를 밀어낸다. ㅎㅎ

 

 4층에서 내려다 본 나의 판단도 당초에 승용차를 밀어내면 공간이 더 넓었는데 왜 좁은 공간 밖에 없는 더구나 크고 무거운 포터를 민다고 저랬는지 궁금했는데, 이제사 생각이 바뀌었나 싶다.  하긴 수평적 공간에서 보는 저들 시야는 내려다 보는 내 시야보다 좁아서 판단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쨌던 공간이 넓어지자 학원차 운전수답게 시원하게 빠져 나갔다. 어디로 가셨는지는? ㅎㅎ

 

 오늘은 내가 쉬는 날이라서 작정하고 베란다에 서서 아침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해 빛은 점점 밝아지고 츨근하는 사람, 학교가는 학생들도 아파트를 빠져 나가고 명정천 공사에 투입된 포크레인도 일을 시작하려는 듯 고개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스트레칭을 한다.

명천천 하류로 시선이 따라가자 하얀색의 전원아파트 뒤로 강건너 남산이 보인다. 남산도 이젠 완연한 가을색이다. 군데군데 색깔을 달리하는 단풍들이 겹쳐져서 마치 구스타프 크림트의 그림 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초록색 대나무에 가려서 강줄기는 보이지 않지만 백로인지 왜가린지가 강을 거슬러 날아가는 자태가 너무 멋지다. 늘씬한 다리를 쭉 뻗고 큰 날개를 펼쳐서 날아가는 자태가 어쩌면 집에서 쉬는 나보다도 느긋하다. 자유? ㅎㅎ

 

 볼 것들은 다 본 것 같아서 나도 이제 일과를 시작하려고...

물고기에게 밥을 주는 것도 화분을 살피고 물을 주는 것도 평소와는 다르게 느긋하고 정성껏 주고는 오늘의 계획을 구상해 볼까 하는데 아내가 부탁을 한다. "며칠 전부터 선풍기를 창고에 넣으려고 커버를 씌워 뒀으니 좀 넣어주고, 에어컨도 이젠 틀 일이 없으니 정리 좀 해달라"고... "그까이꺼! 누워서 떡 먹기지!"

 

 일단 선풍기 부터 창고 맨 윗칸에 올려 놓고, 그 다음 에어컨의 공기 흡인구를 닫으려는데 어! 닫히지 않는다. '어라! 누워서 떡 먹기'가 쉬운 일? 막상 문제가 생기고서 그 말을 되씹어 보니 누워서 떡 먹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눈에 떡고물 떨어지지, 잘못 먹으면 삼키다가 체하지 ㅋㅋㅋ

 

  오래된 사양이라 부품도 조달할 수 없는 에어컨이지만 성능 만큼은 짱이라서 바꾸지 않고 있었는데 어찌 이런 일이?

보기는 멀쩡한데 공기 흡인구(문짝)가 안 닫히면 보기도 그렇지만 먼지가 내부로 들어가면 내년 여름에 가동하는데 문제가 생길 텐데...고치긴 해야 하는데 대충 문제를 찾아 봐도 원인을 모르겠다. 그렇다면 방법은 "뜯어 보는 것"이라고 결심하고 잠시 여유시간을 가지면서 안부로 대신하고...

 

 오늘은 태화 오일장이라 아내와 장구경도 가야 하고 오후에는 서당에도 가려고 하는데 이거이거 잘 될지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하는데 까지 해 보는게 나의 신조이니 오늘도 행운의 여신은 나에게 도움을 주겠지! GO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