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3일 수요일
엊저녁 만찬이 과했는지 몸이 무겁다. 배도 빵빵하고 몸도 나른하고...
'조금만 마셔야지!' 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 뿐, 친구의 채근에다 친구 와이프의 권유는 우리 내외의 강력한 저지선을 뚫고 들어와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시원한 아구지리(탕)을 시킨 것이 오히려 후회가 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맥주와 소주가 섞여서 목구멍을 청소할 때 부터 '아! 이건 잘못된 선택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병 두병 세병이 비워지고 아내의 손바닥이 나의 빈잔 위를 덮고 바리게이트를 쳤음에도 "딱 한병씩만"이라고 애원(?)하는 친구의 간절함에 아내의 바리게이트는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저녁 6시에 시작한 저녁겸 반주가 한시간 반이나 걸렸으니 황금 시간대를 맞은 주인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 어지간히 꼬장질을 한다고 우리에게 화살만 쐈으면 다행일 텐데 혹여 음식을 서빙하시는 아주머니에게 핀잔을 주지는 않았는지 은근히 걱정되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었다. igo 구신아~! ㅎㅎ
오늘은 쉬는 날이다. 그러나, 밀양에서 얼음사과로 알려진 과수원을 하는 아내 친구가 요즘 일손이 부족하다고 해서 도와주겠노라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몸은 무겁지만 각오를 다시 다지고 아내와 둘이서 밀양 얼음골로 간다. 기왕이면 조금 일찍 가자고 하니 아내는 딸래미의 출근 모습은 봐야 한다며 아홉시에 나가기로 하고 남은 시간에 신문이나 보려고 신문을 펼쳤다.
뉴스는 온통 트럼프가 잡아 먹은 듯 하다. 그 만큼 우리나라의 앞날에 영향을 많이 줄 것이고 나아가 전 세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가 세계적인 관심이 모두 쏘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 하다. 하물며 트럼프 내각 인사들 까지도 이렇게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대국은 대국인 모양이다. 그렇다고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서로 자국 우선주의를 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
"에이! 내가 어쩐다고 달라질 것은 없는데 걱정은 뭣하러..." ㅋㅋ
내 주변의 일, 하물며 엊저녁 일을 봐도 나의 생각은 생각으로만 그칠 뿐인데 속을 뒤집으면서 까지 정신을 소비할 필요는 없지?! pass 하면서 신문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오피니언쪽 최훈의 심리만화경에 실린 "혀끝에서만 맴도는 이름"이란 칼럼에 공감가는 내용이 있어서 공유헸으면 좋을 것 같아 링크를 걸었다. 어쩌면 역발상의 묘미가 느껴지기도 해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1566
사람을 보고 그 신원을 확인하는 행위는 사회 활동의 기본이다. 그래서 첫인사에서도 자신의 신원을 알리는 두 정보를 주고받는다. 얼굴과 이름이다. 내 수업의 수강생들은 나와 사제의 연을 맺었으니 이름과 얼굴을 외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학생들은 그런 내가 신기했는지 술자리에서 본인의 이름을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젠 나도 예전 같지 않다. 얼굴은 본 기억이 나는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이름 외우기는 쉽지 않다. 어떤 친구를 떠올릴 때 얼굴, 버릇, 함께 겪었던 사건들은 생생한데, 이름만 생각나지 않는 경우를 종종 경험할 것이다. 이를 ‘설단현상’이라고 한다. 기억 속에 저장된 정보가 제대로 인출되지 않아 생기는 현상인데, 이름이 대표적이다. 이름은 생각보다 나와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이름은 신생아 시절에 부모 혹은 가족에 의해 지어진다. 그래서 이름에 담긴 것은 나의 특징이 아닌, 부모님의 소망일 뿐이다. 차라리 학창 시절 별명이 내 특징과 더 관련 있는 셈이다. 그래서 얼굴이나 별명은 기억나도, 이름은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나이가 들어가고, 노화가 진행되면서 더 어려워진다. 뇌가 구조적으로, 기능적으로 변화하면서 정보 인출의 능력이 어느 정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 요즘 부쩍 지인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치매를 떠올리며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차라리 이름은 기억하기 쉽지 않으니, 내 이름을 남에게 기억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하면 어떨까? 보통 우리는 에티켓이라는 이유로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타인의 예의 없음만을 탓한다. 하지만 그들 역시 어려웠을 뿐이다. 내 이름을 기억 못 하는 주변 사람이 있다면, 다시 한번 이름을 알려주는 노력을 하자. 긍정적 정서와의 연합을 위해 따뜻한 미소도 곁들이면 더 좋겠다.
최훈 한림대 교수 [출처:중앙일보]
그리고, 바로 아랫단에는 "아침의 문장" 이란 컬럼에 이 글과 딱 어울리는 문장이 있었다.
"공자께서 말씀 하셨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남을 알지 못함을 걱정하라"고...
그래! 오늘은 아내의 친구이름을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름도 한번 불러보자! 잊지 않기 위해서...ㅎㅎ
그리고, 나머지 시간도 무탈한 좋은 날이 계속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