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1일 월요일
일요일도 근무를 하는 나에게 월요일이란 일을 시작하는 의미보다는 한 주를 시작한다는 의미만 남아 있는 듯 하다. 오늘도 아침 근무라서 간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허겁지겁 집을 나섰다. 현관을 나설 때는 몰랐는데 일터로 올라가는 도중에 평소와 많이 다른 풍경이 보였다.
오르막을 다 올랐을까? 동네가 보이는 길 모퉁이 산에 재선충이 먹은 소나무가 유독 빨갛게 보였고, 커브길에 세워 둔 반사경도 마치 만나지 못할 것 같았던 연인을 만난 듯 펑펑 울어서 눈물범벅이 된 듯 하다. 어디 그 뿐이랴? 검푸른색의 침침한 인조잔디 오라기마다 작은 이슬들이 내려서 막 떠오른 해빛이 비치니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사무실로 걸어가는 내내 투명한 별들이 내려 앉았는가 싶기도 하고 반짝반짝 무지개빛으로 영롱하기도 하고...
흠~! 오늘은 좋은 일이 있으려나?
그러고 보니 집에서 온도계를 보지 않았으니 수치상으로는 비교가 안되지만 여기와 아랫동네 집과는 온도차가 제법 나는 것 같다. 집에서 나올 때 봤던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운 가을옷 차림이 대부분이었는데 이곳 운동장에는 거의 후드가 달린 드터운 겨울 옷 차림이다. 순간 추위를 많이 타는 내가 겨울을 어떻게 이겨낼지 약간 걱정이 스친다. 하지만 내가 살아온 세월이 얼만가? 그리고, 견디는 끈기 만큼은 자신이 있으니...마딱뜨려 보면 알겠지! ㅎㅎ
오늘도 주변이 깨끗하지 못했다. 아니! 우리가 깨끗하게 치울수록 사람들이 더 무책임해 지는 것 같다. 점점 배출량도 늘어만 가고 이곳 저곳 가리지 않아서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은 느낌이 오는데 자칫 잘못 시행했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 같기도 하고...좀더 지켜보자고 생각하며 사무실로 복귀하여 오늘의 일정을 보니 오늘은 축구 한 게임만 있다. 이 정도는 매일 있는 일이니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그런데, 뭐냐?
오늘은 기념일이 세 개나 되는 날이다. '농업인의 날',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보행자의 날'이다.
먼저, 기념일이 어느 것이 더 중하고, 어느 것이 덜 중하다며 기념순을 부여하여 얘기하기는 좀 그렇고 간단한 것 부터 상식 선에서 알아 보는 것도 쓸데없는 짓은 아니니까...!
우선 "'보행자의 날"이 무슨 의미로 기념을 하는 날일까?
의미를 생각하기 전에 보행자의 날이 11월 11일로 지정된 이유가 재미있다. 숫자 11이 사람의 두 다리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라는데 그럼 1자가 네개니까 두사람이 나란히 가는 장면이겠지...ㅎㅎ
암튼 옆길에서 다시 돌아와 제1회 보행자의 날 기념행사는 2010년에 개최되었는데 녹색교통의 기초가 되는 보행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의식을 고취하고 걷기 활성화를 위해 기념식, 걷기 행사, 거리 캠페인, 보행문화 유공자 표창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고 한다. 나는 여기에 초청받기 전에는 글쎄다? 나이를 좀 더 먹기 전에 걷기대회에 라도 참여는 해보고 싶지만 자꾸 세월만 가고 나중으로 미루다 보면 막상 그 때가 되면 걷기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지금이라도 조금 더 걸어보자! ㅎㅎ
다음은 "유엔군 참전용사 추모의 날"인데 매년 11월 11일, 국가보훈부가 주관하며 캐나다군 소속 6.25 전쟁 참전용사 '빈센트 커트니(Vincent Courtenay)'의 제안으로 2008년부터 매년 '턴 투워드 부산 (Turn Toward Busan)' 국제 추모 정부기념식이 UN기념공원에서 행해지고 11시 정각 1분 동안 부산 UN기념공원을 향해 추모를 올리게 되었다는데 참가자들은 가슴에 개양귀비 모양의 뱃지를 단다는 정도로 알면 되겠는데,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6.25" 같은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텐데, 요즘 국제정세도 시끄럽고 우리나라에서도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들이 사회의 중심이 되다보니까 전쟁을 회피하고 평화만 외칠 뿐 힘이 없으면 당한다는 것은 관심 밖이니 그게 참 안타깝다.
마지막으로 "농업인의 날"에 대해서는 인류가 생기고 농사를 시작한 날 부터 먼 미래, 인류가 사라지기 전 까지는 기념해야 할 날이지만 우리나라가 공업 그것도 제조업 중심국가로 변모하다 보니 농업에 대해 어쩌면 너무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생각해 보는 그런 날이다.
농업의 역사를 유추해 볼 때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권3 「동명왕편(東明王篇)」에 의하면, “고구려 시조 동명왕이 현재 만주인 동부여에서 압록강을 건너와 고구려를 건국할 때 오곡 종자를 가지고와서 권농에 진력하였다.”라는 기록을 근거로 삼으면 그 때 부터 라고 하겠지만 그 이전에도 이 땅에 사람이 살았다는 전제를 해 볼 때는 먹고 살만한 곡식이 틀림없이 있었을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농사가 중요한게 아니고 농업을 지킨 농민들에게 관심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농업을 지키는 농민들도 자기이익도 중요하지만 독점적 지위까지 요구한다면 나라가 국민들이 다 같이 피해를 감수해야 하니 그것은 조금 자제를 해주면 좋겠다는 바램도 있고...
우리가 농민의 날을 기념하는 것도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외치는 우리 농민들의 노고를 잊지말고 격려하자는 전국민적 성원일 것이다.
농업은 고구려, 백제, 신라, 즉 삼국시대 부터 고려, 조선을 비롯하여 대한제국, 일제강점기와 해방이 되고 나서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뒤 제조업으로 수출 선진국이 된 지금까지도 먹을 거리가 받쳐주지 않으면 곧바로 식량의 종속국 즉, 식량 때문에 식민지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게 해결될 다른 먹을 거리가 확보되기 전 까지는 머리속에 "농민이 없어지면 안된다" 는 생각을 꼭 넣고 살아야 될 숙명이 아닐까?
물론 정부에서 이 날을 정해서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농민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고자 하지만 이건 정부에서만 관심을 가질 것은 절대 아니라 생각한다. 밥을 먹어야만 하는 우리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날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면서 오늘은 농민의 그리고, 밥의 고마움을 다시 한번 느껴 본다. ㅎㅎ
그러고 보니 이 많은 기념일 탓인지 올 해는 "빼빼로 데이" 라는 말이 별로 안들린다. 상술도 좋지만 의미있는 날은 상술도 자제하는 올 해 같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좋아! 대한민국 민초들! 훌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