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1일 일요일
별고없으시지요?
오늘도 어김없이 하늘은 새파랗게 구름 한 점 없고 바람조차 불지않는 뙤약볕의 날입니다.
이럴 땐 가능하면 실외활동을 하지 마시고 선풍기 바람이라도 쐬면서 휴식을 하시는게 보약 한첩을 먹는 것 보다 좋을 듯 합니다. 보약이라면 몸 온도보다 뜨거워야 흡수가 빠를 텐데 여름엔 보약도 먹기가 만만찮을 뿐 아니라 먹어봐야 땀으로 금방 배출이 되니까 별로 효과가 지속되기도 어렵지 않을까요? 솔직히 보약 먹을 형편도 아니지만....ㅎㅎ
여름이 점점 깊어 갈수록 오고가는 SNS에도 거의 더위를 잘 이겨내라고 시원한 계곡 또는 바다풍경이 많아지더니 지금은 더위가 절정에 이르다 보니 얼음과 곁들인 과일 등이 많아졌습니다. 오늘은 일요일 쉬는 날이지만 수십통의 SNS가 더위를 이겨내라는 그림들이 많이 옵니다. 나도 답장으로 시원한 그림을 보여주려고 앨범을 찾다가 올 이른 봄에 눈덮힌 영남 알프스 사진을 몇장 골랐습니다. 그리고는 좋은 글을 삽입하려고 고민을 하다가 그 때의 기분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추억이고 시원하게 보이는 그림이지만 그 때는 분명 발이 푹푹 빠지는 눈도 싫었고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를 마뜩찮게 생각하며 투덜거렸던 기억이 떠오랐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오래 전 부터 즐겨 읊었던 푸쉬킨의 삶이란 시도 함께 떠 올려 봤습니다.
삶 //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 (러시아 시인 1799~1837)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픔의 나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일순간에 지나간다
그리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뜨거운 여름이 괴롭고 마뜩찮지만 곧 가을이 오고 또다시 추운 겨울이 오면 따시다 못해 펄펄 끓는 여름의 열기가 무척 그리워 질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지겹도록 찌는 더위가 그렇게 싫은 것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모든 것은 마음에서 정해지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을 고쳐 먹는 것이 제일 좋은 타개책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 않나요? ㅎㅎ
오늘은 오후근무라서 생각이 느긋한지 더위도 그렇게 짜증나지는 않고 오히려 느긋한 여유가 함께하여 덤덤한 기분이 듭니다. ㅎㅎ
어젠가 그저껜지는 모르지만 모시옷을 입고 장기를 두는 노인네를 찍은 옛날 사진과 함께 그 당시에도 영감들은 정갈한 모시 옷차림으로 여름을 이겨냈다는 설명이 곁들은 신문기사를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 노인들의 정갈한 모시옷을 만들기 위해 이 무더운 여름 날 콩죽같이 흐르는 땀을 훔치며 옷을 빨고 뜨거운 다리미로 각을 세우는 아낙네들의 고생도 있었다는 설명도 달았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 ㅋㅋ
어쨌거나 여름의 덥고 찐득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계절의 특성이니 나쁘게만 보지 말고,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머지않아 그리움으로 기억 속에 떠오를 것이니 그동안 만이라도 서로 짜증나게 하지 말고 좋은 말로 또는 그림으로 라도 선선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네 미덕으로 삼았으면 싶습니다.
자~알 참고 견디어 머잖아 올 선선한 계절을 준비합시다. 화이팅!
태화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