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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칠월의 마지막 월요일 240729

by 올곧이 2024. 7. 29.

7월29일 월요일

 

 안녕하세요?

여섯시를 갓 넘었지만 남산쪽을 바라보니 벌써 하얀색 건물들은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고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명정교의 태극기들은 깃대에 착 붙어 있습니다. 하늘을 보니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인데도 대비할 대상이 없어서 그런지 그렇게 파랗게 보이질 않습니다. 역시 하늘에는 구름 한 둘 정도는 있어줘야 하는데 오늘은 찾아 볼래야 볼 수가 없고 창백하게 보이는 낮 달만이 외롭게 하늘을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은 즐겁게 보내셨나요?

나도 지난 주 수요일 부터 시작한 인턴(?) 근무로 다소 긴장이 되었던지 뭔가 모를 옥죄는 기분으로 조금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토요일에는 낮잠도 즐기면서 쉬었지만 그것으로는 피로가 가시지 않아서 어제는 탁트인 바다풍경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바퀴 돌아 보려고 집을 나섰습니다.

 

 시계를 보니 열한시가 지나고 있어서 아내가 좋아한다는 선짓국으로 점심을 먹고 가려고 삼호마을을 찾았습니다.

삼호마을은 예전부터 한우곱창이 유명하기로 소문난 동네인데 강변도로와 마을주변을 정리한 뒤로 호젓한 풍경이 사라지고 다소 복잡하게 바뀌면서 그 명성이 사라졌지만 그나마 몇 곳이 남아서 그런대로 옛 맛을 기억하는 분들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도 오랜만이라서 옛날 기억에 남는 풍경들도 알 수없었고 간판이름들도 생소했습니다. 차를 타고 골목 여기저기를 둘러보니 원조라는 간판도 여럿인데 내 기억 속에 있는 그림들과는 일치되는게 없어서 그냥 주차가 쉬운 "본가 * 우곱창" 이란 간판이 붙은 집으로 선택을 하고 들어 갔습니다.

안을 쭈욱 둘러보니 식당규모가 별로 크지 않아서 그런지 모든 것이 한 눈에 들어 왔습니다. 주방이며 홀이며 벽에 붙어있는 가격표며 부착물 까지도...

아내는 선지국을 시켰고 덩달아 나도 같은 것을 주문해 놓고 세세하게 들러보니 TV프로에도 출연을 했는지 사진들도 있고, 음식재료도 모두 국산으로 되어 있어서 한층 더 맛에 호기심이 갔는데 역시나...

땡뼡이 따가운 날씨였고 거기다가 뜨거운 선짓국이어서 먹는 내내 얼굴에 맺힌 땀을 딲았던 아내가  "먹기 힘들다"라고 말 할 줄 알았는데  "남창장에서 먹어 본 것보다 훨씬 맛있다" 였습니다.

평소 남창장 구경을 자주 가지만 그 목적이 어쩌면 장구경도 좋지만 선짓국 맛에 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남창장의 선짓국 보다 맛있다는 것은 진짜 맛이 좋다는 표현이거든요! 

 

 당근 먹방 블로그였으면 더 세세하게 설명을 했겠지만 간판조차도 살짝 감추고 싶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나의 지론은 무조건 좋은 것은 공유를 한다는데 있지만 그랬다가는 너무 많은 고객들이 모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금의 분위기와 맛이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과 욕심이 생겨서 간판이름 조차도 살짝 감췄는데 그렇다고 유추하지 못할 분들은 안계시겠지요?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한 글자만 살짝 * 처리를 했는데...? ㅎㅎ

 

 어쨋거나 맛집 한곳을 발굴한 기쁨으로 다시 길을 재촉했습니다.

남산로를 따라 차를 몰았는데 벚나무 가로수들이 잎이 울창해서 하늘을 가리니 마치 녹색의 터널을 지나는 듯한 시원한 풍경도 맛집 만큼이나 좋았습니다. 그런데, 아산로를 거쳐 남목고개를 넘어가니 "으랴!"

길마다 온통 차들로 막혀서 진행이 어려워 비밀루트라고 생각했던 골목길로 들어 갔더니 이건 뭐 주차장이라고 봐도 될 만큼 꽉 막혀서 "괜히 왔구나. 나 돌아갈래!"를 몇 번이나 외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습니다. 역시 "여름은 바닷가"라는 말이 사람에겐 유전자 처럼 인식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꾸역꾸역 참으면서 빠져나가 정자 판지마을 해변에 다다르니 10여분의 거리를 한시간도 더 지체한 것 같았습니다. ㅎㅎ

집에서 가졌던 환상도 깨지고 운전으로 받은 스트레스로 그냥 집으로 돌아올까도 생각했지만 그렇게 힘겹게 온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닷물에 발을 넣는 순간 "으아! 이거지 이거!" 라는 말이 튀어 나왔습니다. 너무나 시원한데다 밀려 왔다 밀려 가는 파도가 그렇게 정겨웠거든요!

 겨우 30여분이나 되었을까? 다시 도로가 막히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어 귀가를 서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잠깐이었지만 피서도 했다는 보람을 가지게 되었으니 분명 남는 것은 있었네요. 맞지요?ㅎㅎ

 

 오늘 월요일 아침이 되었지만 시간이 참 잘갑니다. 몇 글자로 안부만 전하는데도 출근이 바쁘네요.

7월도 이제 거의 다 지나고 단 3일만 남았네요!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집중해서 마무리 잘 하시기를 바라고 요즘 감기가 기성을 부린다네요!

다 좋으면 뭘합니까? 아프면 아무 것도 남지 않습니다. 에어컨 바람도 적당히 맞으시고 여름은 여름답게...알지요?

그럼, 힘을 모아서 아 ~자~~앗!

 

태화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