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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인사 220629

by 올곧이 2022. 6. 29.

6월29일 수요일

 

구름의 색깔이 시커멓긴 해도 군데군데 파란 하늘이 보이니 비요일은 아닌 듯 보입니다.

뒷산의 소나무는 시원한 바람을 맞고서 기분이 좋은지 있는 팔, 없는 팔 모두를 벌리고 너풀거립니다.

역시 여름이란 계절의 묘미는 땡볕으로 타는 듯 하다가도 한줄기 소낙비를 맞는 시원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제는 선풍기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집사람의 볼멘소리에 별 재주는 없지만 진상조사에 나섰습니다.

이것 저것 버튼을 눌러보니 회전기능이 작동하는 것을 보니 날개를 돌리는 모터가 이상이 있어 보였습니다.

날개를 돌려 보려고 나무 젓가락으로 건드리니 그제서야 잠에서 깬 듯 느릿느릿 움직이더니 쌩~ 돌아갑니다. ㅎㅎ

아마도 모터가 힘이 떨어졌거나 윤활을 돕는 구리스(oil)가 굳은 것 아닐까 싶어 분해를 해보자는 마음을 먹는데,

부억에서 음식을 조리하면서 곁눈질을 했는지 집사람이 한말씀 때립니다. "당신 손이 무서운가봐!" 

우선 듣기에는 좋은 듯 한데 뒤끝이 조금 강렬한 듯 해서 "이거 언제 샀지?" 하고 물었더니 "한 20년..."

"역시 그랬구나! 이런 일이 이번만이 아니었네!" 싶은 미안함에 이 참에 새 것 하나 장만하자는 마음이 드네요.

 

오늘은 오랜만에 한시 한편을 감상하고 선풍기나 알아봐야겠습니다.

 

《 積雨(장맛비) / 서거정 (1420~1488)》
積雨頑生脚 적우완생각 / 오랜 장맛비에 다리가 뻣뻣하더니

新晴快在心 신청쾌재심 / 비가 개고 나니 마음이 상쾌하구나  
年衰唯信杖 연쇠유신장 / 나이 늙어 쇠하니 지팡이만 찾고 있고 

髮短不盈簪 발단불영잠 / 머리털이 짧아(없어) 비녀꽂기 어렵다

 

花草幽蹊靜 화초유계정 / 화초들은 오솔길에 조용히 서있고 
茄瓜小圃深 가과소포심 / 가지 오이는 채소밭에 많이도 달렸다 
田園空歲月 전원공세월 / 고향 텃밭이 그리워도 세월만 허송하니 
松竹入長吟 송죽입장음 / 송죽들의 긴 읊조림(한숨)만 들리는구나. 

 

조선시대(세종~성종) 학자로서 많은 기록을 남긴 것을 보면 원하는 삶보다는 일에 빠져 살았지 싶네요.

고향을 그리워 하고 있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한 그의 심정이 고스란히 보이네요. ㅠ~

 

비가 올 듯 하면서 햇빛도 비칩니다. 단도리 잘 하시고, 남은 시간은 즐겁게...

 

태화동에서...

세월의 힘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