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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마음의 글

은퇴후 어떻게 살 것인가?

by 올곧이 2017. 2. 26.
남자들의 은퇴와 은퇴준비. .

이 글은 지금 현역에 있는그러나  앞으로 은퇴해야 할 남자들을 위한 것이다.
글을 쓰는 내가 남자이고 이미 14년차 은퇴생활을 하고 있는 고참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또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훨씬 불리한 은퇴조건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세상에 체험보다 더 값진 것은 없다. 이론은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
실제는 다르기 때문이다.
은퇴생활은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현실이다.
수많은 남자들이 '막연히' 앉아 있다가
날벼락을 만나는 게 그 때문이다.

똑같이 현역으로 직장에 다니지만
여자들의 경우는 남자와는 판이하다.
여자들은 은퇴해도 '부엌'과 '육아'라는 확실한 ‘자기 자리’가 있기 때문에 복귀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남자의 경우는 거실소파의 한쪽 자리와 잠잘 때의 이불속 밖에 '자기 공간'이 없다.
하숙생처럼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밥에 도토리가 될 수도 있고 젖은 낙엽이 되어 소외될 수도 있다. 사실 수많은 남자들이 준비없는 은퇴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가혹한 현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남자는 반드시 은퇴한다는 사실이다.
천방지축의 20대로부터 은퇴를 코앞에 두고 있는 고참까지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이 점을 먼저 인정하고 늘 준비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한 남자가 평생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자기의 공간이 없다는 현실이다.
아내나 애들은 모두가 자기의 고유한 공간이 있지만 가장인 아버지와 남편은
자기의 공간이 없다.
모든 심각한 문제의 시작이 바로 이 점이다.
아무리 같은 식구라해도 자기공간이 없는 사람이 하루종일 집안에
있다는 것은 본인도 식구들에게도
참기 힘든 스트레스다.
그래서 반드시 결정적으로 평소의 '자기공간'을 미리 확보해야 된다.
대표적인 것이 '서재'이며
'작업실'도 무난하다.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이 공간의 확보야말로 은퇴 후의 안락과 행복을
약속하는 첫 번째 조건이다.
막말로 애들을 몰아내서라도 
내 공간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고 꾸미고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


은퇴한 남자가 아내에게
생활비-돈을 마련해서 주지 못하면
그때부터 개밥의 도토리 신세가 된다. 심하면 황혼 이혼의 조건이
될 수도 있다. 이 사악한 세태는 
모든 것을 오직 돈으로만 말한다.
늙어서 돈 없으면 확실히 죽은 목숨이다. 그러니 현역일때
이를 악물고라도 은퇴 후의 월정수입을 위해 탑을 쌓아야 한다.
지갑을 열어 돈을 주는 한 식구들은
가장을 존경하고 순종한다.
더럽지만 돈의 힘은 그렇게 막강하다.
또 하나의 비결은
자기의 개인 비자금이다.
늙은이에게도 '자기 돈'이 있어야
자신있게 살아갈 수 있다.
허기진 사람이 밥을 먹으면 
허리가 펴지듯이 비자금이두둑하면 
말에 힘이 실리고 행동에 자신이 붙는다. 2016년 기준 월평균 50-80만원 정도면 목에 힘을 줄 수 있다.
남자에게 비자금이 없으면 
허리가 구부정해지고 비굴해지고
탐욕 스러워진다.
봐줄 수 없는 늙은 몰골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단연코 딴 주머니를 차야 옳다.
그리고 그건 결코 나쁜일이 아니다.

지금은 평균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에 남자들도 은퇴 후 20-30년은 더 살게 된다.
현역일 때는 직장의 일 때문에 
시간이 잘 가지만 은퇴하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노인 자살율이 높은 것은 가난과 질병이 큰 원인이긴 하지만 할 일이 없는 '무료함'을 견디지 못한 경우도 많다.
할 일이 없어 심심한 '무료함'은
노년의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미리미리 취미를 찾아 길러야 하며 여기에는 '단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60-70대는 '활동적인 취미'가 가능하지만 70-80대는 비활동적이 되며 80 이상은 방에 들어 앉는 나이인 것이다.
따라서 취미도 나이에 맞게 준비 하는 지혜가 필요해진다.
특히 나이가 많아지면 읽기, 듣기, 보기에 국한되는 경우도 많다.
습관이 안되면 어려운 문제들이다.
내 경우 현역일 때의 취미들이 
그대로 은퇴 후로 연결되었으며
악기만 클라리넷에서 첼로로 바뀌었다. 현역일 때의 취미들이 그대로 연장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얘기다. 늙은 사람이 완전히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아무리 핵가족이라 해도 모든 가정에서 식구들은 자기 고유의 기능을 가지게 된다.
가장이 돈을 벌면 아내는 살림을 하고 애들은 공부에 전념한다.
모두가 자기의 고유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은퇴한 남자는 당장 집안에서의 고유기능이 없다.
가장인데 손님만도 못한 처지로 떨어지는 것이다.
눈치를 보게 되고 괜한 소외감을 느끼며 자격지심때문에 자주 화를 내기도 한다. 사실은 그럴수록 식구들과는 더 멀어진다.
내 경험으로는 이 문제의 완벽한
해결법의 하나가 '부엌'이다.
요리하는 남자는 언제 어디서나 대환영이다. 아내를 식사준비에서 해방시켜 보라.
아이들에게 입이 딱 벌어지는 
요리를 장만해 먹여보라.
대접이 달라지고 위치가 확 변한다.
여기에 세탁기까지 돌릴 수 있다면
글자 그대로 금상첨화다.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몇 권의 요리책으로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비밀리에 미리미리 요리학원에 다닐 일이다. 은퇴하는 날 은퇴기념으로 식구들에게 식탁을 준비 서비스해 보라.
집안 분위기부터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살아가는 게 지혜라는 것이다.


통계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우리 나이의 동창들 중 담배 많이 피우고 술 많이 마신 친구들은
하나같이 빨리 병들고 일찍 죽는다.
술, 담배가 독이라는 뜻이다.
사실은 가장 건강해야 할 때가
바로 노년기다.
마지막 10년은 병치레를 하다 
죽는 게 보통인 세상에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이미 젊었을 때부터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그 건강이 노년기까지 유지될 수 있다. 젊어서는 격렬한 운동을 할 수 있지만 나이들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늙어서 할 수 있는 운동이 따로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걷기다.
걷기 운동도 갑자기 하면 탈이 나고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현역일 때부터 '습관'이 되어야 한다.
특히 사람은 나이가 들면
다리가 가장 먼저 늙는다고 한다.
아파트의 계단을 걸어 다니고
한두 정류장 앞서 내려 걷는연습을 하는 게 좋다.
그렇게 습관이 되게 해야 나중에 무리없이 '계속되는 운동'이 될 수 있다. 나이들어 건강을 잃으면
다른 것이 아무리 많아도 아무소용이 없다. 맛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당뇨식'을 받아 먹으면서 사는 부자가 그런 케이스다.
먹는 즐거움이 박탈되었는데
무슨 재미로 인생을 살겠는가.


인간은 그게 누구든 결국은
'혼자'가 된다.
가장 가까운 부부라 해도 어느한쪽이 먼저 간다. '혼자됨'을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디지털이 해결할 수 없는
아날로그의 세계가 그렇다.
왜 인간에게 철학과 종교가 있었겠는가?
결국 인간은 모두가 죽는 것이다.
이상한 것은 나이들면
죽음의 문제가 가까이 느껴지고 
친근한 것이 된다는 점이다.
이게 바로 '자연의 섭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혼자가 될 수 있고 그리고 그 혼자도
결국은 떠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사는 방법과 자세가 달라진다.
철학에서 종교로 진화하는 게
그 때문일 것이다.
늙은 사람들이 탐욕적인 것은 
자기는 죽지 않는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큰 어리석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 모두는
'준비'하는 인생을 살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일에 감사하고 작은 일에서 행복을 찾고 '나'라는 존재에 대해 의미를 부여할 줄 알아야 되고
돈과 관계 없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가치에 대해 눈을 뜨고 그 의미를
볼 줄 알아야 된다.

- 옮겨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