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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마음의 글

입춘 날에

by 올곧이 2018. 2. 4.
오늘이 입춘이다.
새벽 6시15분 알람소리에 일어나서 미리 써 둔 입춘첩을 해뜨는 6시28분에 붙이기 위해 풀을 발랐다.
 정확한 시간에 입춘첩을 붙이고 나서 간단한 바램을 속으로 읊었다.
어제부터 감기를 앓아 누워있는 마누라가 빨리 쾌차하기를 빌었고 다 큰 자식들이 빨리 제 위치를 알고 그 위치로 안착하기를 빌었다.
그리고 나서 주방으로 가 아침을 준비했다.
말이 주방이지 결혼하고 나서는 주방일을 처음으로 접해 본다.
내가 하기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마누라가 극구 원하지 않았기에 하고 싶어도 못했다.
큰 냄비를 찾아 물을 붓고 엊 저녁 남은 밥을 넣었다가 아차하고 밥을 다시 건져 냈다.
김치국밥을 만들려고 계획을 하였는데 밥을 바로 넣어 끓이면 밥알이 너무 뭉개져서 죽이 될까 염려됐기 때문에...
김치그릇에 담긴 김치를 도마에 올리고 칼로 잘게 썰어 냄비에 넣고 가스불을 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이 끓었고 건져 낸 밥을 넣고 밥이 타지않게 주걱으로 천천히 저었다.
적당히 끓였다고 생각될 즈음 숟가락으로 맛을 봤다.
마누라가 끓여주던 맛은 아니지만 김치국밥은 맞는 것 같다.
국밥을 사발에 담고 두어가지 반찬과 같이 상을 차려 마누라 침상머리에 갔다.
우려했던 대로 그리 반갑게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쩔까?!
머시마는 요즘 토요일마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고 딸래미는 아직도 곤한 잠에 빠져 있다.
아마도 우리가 늙고서도 이 그림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자식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문제가 안생기고 무탈하기만 하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주방일을 억지로라도 해봐야 겠다.

날씨는 무지 춥다는 SNS 소식들이 날아 든다.
그러나, 오늘이 입춘이니  이미 봄은 가깝게 온 것 같다.
모든 일이 술술 잘 흘러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