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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뉴스

도요타는 즐기고 있다

by 올곧이 2008. 12. 3.

최원석 기자
"이번 금융위기도 어떻게든 지나갈 테고, 글로벌 자동차 판매도 회복되겠지요. 그 이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신(新)지형도'를 상상해보세요. 누가 웃고 있을 것 같습니까?"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한 전직 고위임원은 "10년 뒤 도요타는 이번 금융 위기를 정말 고마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요타의 현직 고위임원들이 '속'으로는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절대 얘기하지 않는 업계 예측을 이렇게 귀띔했다. 

첫 번째는 도요타가 이번 위기를 통해 경쟁업체와의 기술개발 격차를 벌일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는 것이다. 자동차 신기술 개발은 하루가 달리 급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번 경쟁에서 밀리면 따라잡는 게 점점 불가능해지는 상황. 이번 금융위기로 자동차회사들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완전 도태되는 회사가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도요타가 기술경쟁 상대로 두려워하는 회사는 독일 폴크스바겐, 미국 GM·포드 정도. 따라서 이번 위기로 GM·포드가 밀려나면, 도요타의 선두 지위는 더욱 굳건해질 게 확실하다. 와타나베 도요타 사장이 최근 "모든 비용을 줄여도, 기술개발비는 절대 줄이지 않는다"고 선언한 데서도 도요타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

 

두 번째로 이번 금융위기로 도요타 주가가 올해 최고치 대비 48%나 떨어진 것도, 도요타 경영진들로서는 오히려 자사주 매입을 통해 경영권을 굳건히 할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현금을 수백조원 쌓아놓고 있는 도요타가 자금난 겪을 일은 전혀 없는 상황. 당장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주주 이익이 줄어드는 아픔은 있겠지만, 10년 앞을 내다 볼 때 지금의 주가하락은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생산대수 기준으로 세계 5위인 현대·기아차는 어떨까? 10년 앞을 내다보고 웃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당장 감산(減産)·구조조정으로 노사불안이 터질까 걱정하는 우리 상황을, 도요타는 즐기고 있지나 않을까?

입력 : 2008.12.02 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