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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설날을 앞두고 250128

by 올곧이 2025. 1. 28.

1월28일 화요일

 

 비가 개인 하늘은 깨끗하다.

맑은 햇살이 비치는 아침기온은 영하2도이지만 곧 영상으로 바뀔 것 같다. 공기가 깨끗해서 저장만 할 수 있다면 최대한 마시고 싶은 날이다. 이예로를 벗어나 길촌길에 올라서니 문수산, 남암산이 보이고 멀리 정족산도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 온다. 뒤따라 오는 차가 없어서 잠시 차를 세우고 휴대폰으로 한 컷 찍었는데 처음으로 봤던 장소가 아니라서 그런지 보이는 맛이 다르다. 처음에 봤던 곳에서는 멀지만 눈이 내린 영남알프스가 보였는데 여기서는 언덕에 가려서 일부만 보인다. 다시 돌아가서 찍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출근시간도 이미 7분여 지난 시각이라 일터로 달려 가야만 했다.

 

 일터에 도착하니 이미 마니아들은 트렉을 돌거나 농구공으로 바닥을 치며 아침을 일으키고 있다.

사무실로 걸어가는 도중 마주치는 마니아들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싶지만 찬바람을 피하려고 눈만 빼곰히 내놓은 상태라서 무심한 듯 시선을 스탠드쪽으로 돌리는게 편했다. 하긴 오며 가며 그사람이다는 이미지만 기억할 뿐 통성명을 하지 않았으니 그 사람도 나에게 관심이라곤 1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입장이지만... ㅎㅎ

 

 바람이 제법 불고 있다.

스탠드 위에는 관중들을 위해 비바람과 해빛을 피하도록 스틸강판으로 캐노피를 설치해 뒀는데 구장으로 지나는 거센 바람이 스탠드를 타고 올라 캐노피 아래로 빠져나가면서 캐노피를 밀어 올리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삐거덕거리고 있다. 기온도 아직은 차갑고 바람이 거세서 당장 청소를 시작해야 하나 마나 망설이면서 예약현황을 보니 다행히 오늘은 구장을 대여한 팀이 없다. 아마도 설을 쇠기 위해 대부분 고향으로 갔기 때문인 듯하다. 덕분에 청소는 좀 여유있게 해도 될 듯 싶어서 차가운 실장갑을 라지에타 위에 올려 놓고 덥히면서 설 전에 지인들게 안부나 전하려고 컴퓨터를 켰다.

 

 '하던 짓도 멍석을 깔아주면 못한다'는 속담이 이런 것일까?

막상 인사를 하겠다고 준비를 하니 아무 생각이 나지않고 머리가 하얗다. "아이구 이를 어째?!"

요즘 내가 이렇다. 늙은 티가 팍팍 나는게 이런 것이다. 눈 앞에 좋고 싫고만 있을 뿐이지 지나고 나면 기억에 남지 않는 단세포만 살아 있다. 그것 조차도 말이 살아있다는 것이지 활동하는 그 무엇도 없는 ...ㅎㅎ

 

 실제로 겪지 않은 가상의 것으로 책을 쓰거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갑자기 부럽다.

오래 전에 봤던 영화라서 내용도 가물거리지만 혹성탈출 시리즈나 스타워즈 같은 영화를 만든 사람은 내일도 아니고 수년 수십 수백년 앞을 내다 보며 작품을 만들었을 텐데, 나는 꼴랑 일년 동안의 일을 기억해 내지 못하는 이 단세포 덩어리를 어쩔꼬? 일년은 뭐냐? 방금 전에 생각을 하고서 멍석을 깔았는데 이 무슨? 황당함만 있을 뿐 아무 생각이 없다. ㅋㅋ

 

 까똑! 까똑!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것인가? 지나간 버스라고 포기하는 순간 버스가 서 주는 것인가?

카카오 톡 알림소리가 죽어 있는 머리를 두드려 깨운다. 개똥이 형, 소똥이 동생, 선배님, 후배, 그리고 가족들... ㅎㅎ

그제서야 끊어졌던 기억들이 되살아 나고 고마웠던 일들과 격려를 받았던 생각들이 주마등 처럼 스친다. 한 분 한 분께 "그 동안 보살펴 주시고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는 안부를 띄웠다. 

 

 또, 한 해가 갔구나!

그만큼 내일이면 또 한살을 더 보태겠지? 그래도 내일을 기약한다는 것은 또 다른 희망의 새싹이 돋는 것이고...?

아직 먼 산도 보이고, 맑은 공기를 알아 차릴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나 간 버스라고 포기하지는 말자는 생각을 해 본다. 모든 것이 골고루 삭아서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때 까지는 결코 속단하지 말자는 스스로의 각오를 해 본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게도 말하고 싶다.

자신의 신체 모든 것이 골고루 기능을 잃어 버릴 때 까지는 살아있는 기능들에 맞춰서 더 건강하게 사는 것에 절대 포기하지 않기를...

 

 그리고, 한 해 동안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격려도 잊지 말기를...

내일은 또 다른 태양이 뜰 것이니...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