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8일 금요일
오늘은 쉬는 날이지만 마음은 평상시 보다 더 무거웠다.
병원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 정기 검진을 받았는데 간 수치가 안좋다는 결과를 내놓으며 정밀진단을 보라는 얘기에 항상 마음 한구석엔 "진짜 안좋아졌나?" 하고 걱정을 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나는 병원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그럴만한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핑계였다. 그런데, 그 후 여러가지로 건강에 걱정거리가 생기기도 했지만 일때문에 병원에 갈 시간적 여유도 만들지 못하고 "가야지! 가야지!" 만 중얼거렸을 뿐 실제 가지는 못했다. 배가 아프기도 했고, 등줄기에 뻐근한 통증이 몇 달간 이어지기도 했고, 최근 들어서는 몸에 두드러기 같은 것들이 생기고 온 몸이 가려워서 나도 모르게 긁는 바람에 수십군데 상처가 생기기도 했다. 아직도 가려움 증이 남아 있어서 매일 항히스타민 (두드러기 완화제) 알약을 매일 먹고 있는 중이다.
이것들의 연관성을 조회해 보니 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발생이 된다는 것도 알았는데 어디까지나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일 뿐 의사의 진단이 아니라서 결국은 병원에 가기로 마음 먹고 오늘은 병원에 가기로 했다.
아내는 걱정을 하면서도 나에게 "꼭 병을 키우고서야 갈려고..."라며 핀잔을 늘어 놓는다. 나는 짜증이 나면서도 사실이 그러한걸 짜증을 내봐야 명분도 체면도 없는 것 아닐까 싶어 그냥 듣고만 있다. 어쩌면 "감사한 말씀 고맙습니다" 하고 절을 해도 될 만큼 아내는 제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병원에 가려고 하니 아내도 따라 붙는다. 평소 아내도 내 걱정을 많이 했나 보다. 지독스럽게 말을 안들었는데 "아프건 말건 알아서 해라"고 팽개칠 수도 있는데 따라 나서는 걸 보니 미안하기도 해서 그냥 그려러니 하고 동행을 했다.
예약을 하지 않아서 기본은 두어시간은 걸릴거라는 접수원의 말에 "네"라고만 답하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고 벽에 붙은 의사의 양력을 보니 수년 전에 내 주치의 였다. 대형병원에서도 찾지 못한 원인을 이 사람이 "헬리코박터"가 원인이라는 진단을 해주었고, 당남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한 사람도 또한 이 강*일 원장이었다.
원장실에 들어가니 이 분도 나의 진단이력을 꿰고 있었다.
나는 자초지종의 요즘 상태를 얘기하고 4월에 있었던 진단내용과 정밀검사의 필요성도 설명했더니 피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하자고 해서 검사를 했다. 다행히 초음파에서는 별 특이사항이 안나온다고 했고, 오히려 지방간이 조금만 잡힐 뿐이라는 좋은 얘기도 해 주셨다. 나는 말은 안했지만 속으로는 기쁨의 한호를 질렀다. "앗쌰! 지긋지긋한 지방간이 이제 변화가 오는갑다!" 최근에 와서 일을 핑계로 술 먹는 횟수가 엄청 준 것은 틀림없다. ㅎㅎ
"피검사 결과는 월요일에 전화로 들으셔도 됩니다"라는 안내를 듣고 병원을 빠져 나왔다.
검사 때문에 아침을 걸렀더니 뱃가죽은 이미 저 뒤에 붙어 버렸고, 시계를 보니 오후 한시여서 조금 풍성하게 먹고 싶은 마음에 그런 식당을 떠올리려 했지만 머리로는 기억해 낼 수 없었다. '가면서 간판이름을 찾자'며 차를 몰고 그 집을 찾아 갔지만 그 곳은 이미 지형도 달라졌을 뿐만 아니라 식당도 없어지고 다른 간판이 걸려 있었다. "아하!" 그 때서야 옛날 이름이 "개운포"였다는 것이 생각 났지만 아무 소용없는 이름일 뿐이다.
그 집 가까운 곳에 "능이한방백숙집"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이거면 되겠다!" 싶어서 아내의 동의를 구하니 아내도 좋다고 해서 들어 갔다. 담금주 병에 산산주들이 사방벽에 전시되어 있는 것이 예전에 한번 들렀던 것 같기도 한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메뉴판을 쳐다보며 '능이삼계탕'을 시키고는 음식이 나올 때까지 벽에 전시된 담금주 병을 쭈욱 살폈다. 분명 예전에 한번 왔던 집이 맞구나 싶다.
집으로 오는 길에 이발소에 들러 머리도 깎았다.
기분도 좋고 뭔가 새로운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는 뭔가는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짧게 깎은 머리로 집에와서 아내가 하자는 대로 머리염색도 했다. "10년은 더 젊어 보인다"는 아내의 말이 그러려니 하고 넘겼지만 기분은 좋다. ㅎㅎ
이래저래 하루해를 다 보내고 집에 와서 책상 앞에 앉았다.
월요일이 되면 피검사결과도 나오니 뭔가 홀가분한 기분이 들것 같다는 믿음으로 아침에 보지 못했던 신문을 펼쳐 들었다. 신문을 보나, TV를 보나, 그게 그것이지만 그래도 습관처럼 신문드는 버릇은 여전했다. 역시나 이 신문 저 신문 논조는 변함없이 오로지 정치판의 싸움이 신문기사를 다 잡아 먹었고 이젠 참과 거짓을 두고서 서로를 비방하고 있으니 민초들이 느끼기엔 모두가 사기꾼에 세금 뜯어 먹는 도둑놈들만 이 나라에 득시글거리는 것 같아 입맛까지 씁쓸하다.
혹시 마음의 안정을 위한 기사는 없을까 하고 신문을 넘기다가 눈에 들어오는 특집이 보였다.
"그래! 인생이 별거있나? 잘 먹고, 좋은 것 구경하고, 살다보면 결말도 저절로 오겠지?" 하는 마음에 기사를 살피면서 지인들도 같이 봤음 싶어서 공유하기로 마음 먹고 링크를 건다.
그렇잖아도 "이 어려운 세상에 즐거운 소식 하나가 어딘데?" 라는 생각으로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110776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