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7일 목요일
오늘은 하늘도 새파랗고 구름도 새하얗게 높이 또있다.
9시 근무라서 차를 몰고 근무지로 향하던 중 산국들이 여기저기 무리를 지어 노랗게 핀 것을 봤다. 시골길이라면 차를 세우고 향기를 맡아보고 싶지만 이 길은 자동차 전용도로라서 어쩔 수 없이 속도를 늦추면서 창문만 내려 보는데 꽃향기가 옅게 들어 온다. "햐~ ! 이거지!" 차를 멈추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엑셀을 더 밟을 수 밖에 없었다.
근무지에 들어오니 찬란한 해빛을 받아 주변의 수목들이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있다.
특히 파스텔 톤의 옅은 색들의 단풍잎들이 그라데이션 효과를 내니까 신비스럽도록 아름답다. 유명한 화가들도 저 정도의 색감으로 화선지를 물들일 수 있을까? 갑자기 그림 그리는 화가의 기분을 느끼고 싶다. 색조합도 못하면서...ㅋㅋ
오늘은 겨울로 들어가는 24절기 중 입동(立冬)이다.
아침의 기온이 한자릿수로 내려 앉았고 저녁이 되면 옷을 하나더 걸쳐야 될 정도로 확연히 추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을 기분을 낸 것은 고작 한달도 체 안되는 것 같다. 어제 저녁에도 아내와 외식을 하러 나가면서 겉옷을 걸치지 않았더니만 식당에서 나오기 바쁘게 제채기가 나올 정도로 쌀쌀한 한기를 느꼈다.
예전, 경제가 어려운 우리 시대에는 입을 옷도 변변치 않아서 그랬는지 여름 보다는 겨울이 훨씬 안좋다고들 했다. 물론 인간이 간사하여 조금만 추워도 춥다고 난리고, 조금만 더워도 덥다고 하는 것은 신에게 벌을 받아야 좀 고쳐질랑가는 모르지만,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여름과 겨울을 대비할 때 사람이 받는 영향으로 보면 겨울이 좀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다. 여름은 그나마 벗고 다녀도 다들 그렇게 하니 흉볼 일은 못되었지만 겨울엔 눈치는 고사하고 당장 얼어 죽을 판이니 거적대기라도 걸치지 않으면 안되니 힘든게 장난 아니었지!
그리고, 예전에는 다들 농자지천하대본이라고 농사가 주업이라 땡여름철에도 매일 농사일을 하러 나가야 했지만 죽을 만큼 어려운 일은 없었는데 (가끔 더위를 먹는 경우도 있었지만 수박물로 치료가 되었고) 가을 걷이가 끝나고 겨울이 되면 딱히 할 일은 없었지만 추위 때문에 냉방에 떨며 있을 수는 없으니 요즘 말로 원거리 출장을 가서 땔감을 장만하는 일이 참 고달팠다고나 할까?
우리동네는 도시(병영) 변두리라서 산이 없으니까 무룡산이 있는 정자 달곡이나 주렴마을까지 가서 나무를 해야 하는데 새벽밥을 떠기가 바쁘게 출발해도 밤이 이슥해야만 집에 도착할 수 있었지! 요즘에사 길이 포장되고 거리도 제법 단축되었지만 그런데도 집에서 달곡까지는 큰 길로만 어림잡아 30리 거리에 왕복 6시간이 소요될 정도라니, 포장도 안되고 큰 길에서 벗어나 산으로 올라 가야만 하는 예전에는 아마 8시간은 족히 걸렸을 것 같다. 거기다가 떨어진 솔잎을 까꾸리로 끌어 모아서 나무둥치를 만들고 그 둥치가 찌그러 지거나 두 동강이 안나려면 둥치 겉에다 사리나무나 아차리(마른 소나무 작은가지)로 포장까지 해야 하니 까다롭고 복잡한 일이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일이었지!
그것도 주변의 방해가 없으면 일이 잘 풀렸지만 만약 그 동네 사람도 나무를 하러 나오거나 산주인을 만난다면 했던 나무도 빼앗기거나 구걸하다시피 용서를 빌어야 했고 또, 집으로 오는 길에 연암입구 쯤에 산림청 단속을 만나면 집으로 오는 것을 포기하고 산림청 직원이 집에 갈 때를 기다렸다가 도망치듯 와야 했으니 뜨아~! 생각만 해도 참 고달픈 생활은...
지금이야 이렇게 추억이 되어 웃으면서 회상을 하지만...
암튼 그런 겨울이 눈앞에 왔지만 이제는 걱정이 없으니 한결 가볍다.방이 추우면 보일러를 켜면 되고, 밖이 추우면 두툼한 옷을 껴입으면 되니 세상은 분명 많이 좋아졌다.그리고, 내 일터에도 변화는 분명 있다.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고 운동장 바닥에 난 잡풀들이 말라 없어졌다. 이것도 나무들이 겨울을 지내는 동안 영양분의 소모를 최소로 줄이기 위한 자연의 이치라고 하니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입동 무렵엔 밭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기 시작한다는데 그런 밭이 없는 우리는 시장에서 재료를 사다가 김장을 담그야 하니까 물가나 내려갔으면 싶은데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민초들의 삶을 외면하고 싸움질만 하고 있으니 그게 걱정이다. 오늘도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 나서서 나랏일과 자신의 처지를 얘기 한다고 하니 더 이상의 거짓 선동이나 없어졌으면 좋겠다.
입동이니 만큼 싸움질만 하는 국회의원들의 입이라도 전부 얼려버렸으면 좋겠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