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3일 월요일
어젯밤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오늘은 해맑은 아침이다.
창밖을 내다보니 눈앞에는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동동 떠 있고 눈을 아래로 내리니 멀리 떨어진 동네까지 환하게 들어 온다. 비 온 뒷 날은 미세먼지가 한 톨도 없이 다 씻겨 내려간 듯한 깨끗한 느낌이 들고, 맑은 바람까지 살랑거리니 막힌 코가 뚫린 듯 상쾌하다. "그래 이거지! 이제 가을이야!"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요즘은 일요일도 근무를 서다보니 요일감각이 무너져 내려서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단박에는 알 수가 없다. 한참을 연산한 뒤에야 오늘이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임을 알아차린다.
덩달아 오후근무가 있다는 것도 알았고 할 일이 있으면 오전시간에 마무리를 해야만 한다.
오후에 근무가 없었다면 서당에 나갈 준비를 하면 되는데 근무가 예정돼 있으니 서당에 나갈 생각은 아예 접었다. 대신 취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에 연관된 작은 흔적이라도 갖고 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필방에 가서 한글서예에 필요한 부직포 깔판을 사오려고 한다.
그냥 연습지를 접어서 써도 되지만 아무래도 스승님이나 도반들이 좋다고 추천을 하니 귀담아 들어보기로...! ㅎ
필력이 좀 좋아지려나? ㅋㅋ
시간상 아직 필방은 열지 않았으니 세상이야기나 살펴보려고 신문을 펼쳐 본다.
특별한 것은 없고 1면에 "59년 창간기획 2024 자영업리포트"가 검은색 톤으로 찍힌 손님없는 맥주집 사진에 "22년 슬픈 자영업 인생 오늘 맥주 한 병 팔았다"는 제목이 자리잡고 있다.
모두들 쓰러져 가는 가게를 안고 안절부절 못하는 심경들을 토로한 내용인데 읽는 내내 내 마음도 동화되어 가는지 기분이 꿀꿀하고 좋지 않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는 저 자리에 있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면서 자꾸 도망치고 싶다.
하긴 저런 사람들도 한 때는 좋아서 시작했고 또 영화를 누렸단다. 어쩌면 나는 그런 영화를 누리지 못했으니 회피해도 되므로 더 큰 슬픔으로 까지는 느끼지 않는게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저 인생지사세용지마는 누구나 겪는다는 말로 위로만 생각할 뿐이다. "좋을 때가 있으면 안좋을 때도 있는 것이 인생살이 아닌가?" 하고 반문도 해 본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이 저 분들께 섶을 지고 불에 들어가는 것 마냥 긴장되고 미안한 맘이 든다.
그런데, 신문을 넘기다 보니 이런 글이 더 마음에 흠집을 남기면서 쓰려 온다.
"[Editor’s Note] 벌어야 먹고사는 노인들…깊어가는 고령화 그림자"
링크를 걸었지만 그대로 옮기면 내용이 이렇다.
"60세가 되어도 환갑잔치를 하지 않은 지 오래됐고, 70세가 되어도 “좋은 나이”라며 80~90세 고령자들에게 ‘청춘 예찬’을 듣는 시대라고 합니다. 그런데 급격한 고령화의 그림자가 계속 깊어지고 있습니다. 선진국이 되면서 잘 먹고 의료 혜택을 받으면서 나이가 들어도 건강을 지키기 좋아서입니다.
다만 경제력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70세는 “예로부터 보기 드물다”고 해 고희(古稀)라고 했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기준 70세 이상 취업자는 207만9000명을 기록했습니다. 2년 전만 해도 같은 분기 180만2000명이었던 70세 이상 취업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 일해야 하는 이유를 보면 걱정도 뒤따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많은 고령자가 일할 곳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실제 지난해 일할 생각이 있는 55~79세 중 절반이 넘는 55.8%가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라고 응답했습니다. 빈곤 노인이 많은 한국의 고령층 구조로 볼 때 많은 고령자가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내몰린다는 뜻입니다.
빈곤 고령자들은 80세로 접어들어도 일해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2분기 전체 취업자(2883만9000명)에서 7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7.2%를 기록했는데 이들은 곧 80대로 접어듭니다. 30년 내로 5가구 중 1가구는 80세 이상일 것이란 관측도 나왔습니다.
일부 부유층을 뺀 대다수 국민은 노후 걱정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우리 정부는 대책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미국·영국이 정년을 없애고 일본·독일이 정년을 늘리는 것도 노동력 활용과 함께 노년 빈곤 완화를 위해서입니다. 중국조차 정년을 최고 63세로 늘립니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정교한 일자리 대책이 시급해졌습니다.
김동호 경제에디터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9176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그것도 아침에 이런 기사를 읽는 마음이란? 횡격막이 들락날락 하는게 보이는 듯 불안하다.
일이 힘들 때는 "내가 몇 년을 더 살겠다고 이렇게 아둥바둥 해야 하나?"라며 그만 둘 생각을 셀 수 없이 많이 했었는데, 이 기사를 읽고나니 "그런 생각은 호사였구나! 일을 더 해야겠다"는 각오같은 마음이 생긴다.
그렇지만 마음에 거머리 같이 달라붙는 "언제까지 해야 하지? 80까지 라면 죽는 날 까지 헤어나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슬프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공포까지 느끼게 한다.
시작은 반이다.
슬픔이던 공포던 아무것도 안하면 흔적도 없는 인생이 되는데 그렇게 살기는 싫고...
"그래! 살다보면 어찌 되겠지!" 하고 살아보는거다. 인생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면 행복에 오히려 독이 된다니까!
오늘도 힘차게 가보자! LET.S GO!
태화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