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2일 목요일
안녕하세요?
오늘은 땅으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서 오고, 하늘로는 뭉개구름을 타고 온다는 처서(處暑)랍니다.
그런데, 처서? 처서! 그러는데 대체 처서가 뭘까요?
꼭 도사앞에 요롱 흔드는 것 같아서 죄송하기도 하지만 올 해는 유달리 기다려지는 처서가 대체 뭐길래? ㅎㅎ
그렇답니다. 처서는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니까 더위가 그친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요사이는 아침인사를 보더라도 더위 때문에 고생을 한다던가, 더위를 좀 참으라던가, 가을이 며칠 안남았다던가 주로 무더위와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고, 뉴스에서도 열대야가 한달을 넘겼다던가, 최장기록이라는 내용들이라서 가을이 온다는 절기인 처서가 그렇게 기다려 지고, 의미있게 들렸는가 봅니다.
유래로는 "『고려사(高麗史)』 권50「지(志)」4 역(曆) 선명력(宣明歷) 상(上)에는 “처서의 15일 간을 5일씩 3분하는데, 첫 5일 간인 초후(初侯)에는 매가 새를 잡아 제를 지내고, 둘째 5일 간인 차후(次侯)에는 천지에 가을 기운이 돌며, 셋째 5일간인 말후에는 곡식이 익어간다.”라고 하였다"는군요.
그래서,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산소가 없어서 실감은 나지 않지만 가까운 들판에 나가보면 이미 잡풀들이 시들어 가고 호박넝쿨이나 오이넝쿨의 잎이 쪼그라들어 알호박이나 오이가 드러나 있는 것이 보이기도 합디다.
아직은 이상기온 때문에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긴 하지만 이 무렵에는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기 때문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지고 처서의 서늘함 때문에 파리, 모기의 극성도 사라져가고, 귀뚜라미가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한다"고 했는데, 올해는 너무 더워서 모기조차도 활동이 뜸했다고 하지요? 그러니 처서를 기다리는 마음들이 얼마나 간절했겠습니까?! ㅎㅎ
그렇다면 예전에는 처서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들을 했을까요?
“어정 칠월 건들 팔월”이란 말이 있었다는데 이는 농부들이 어정거리면서 칠월을 보내고 건들거리면서 팔월을 보낸다는 말로써 다른 때보다 그만큼 한가한 농사철이라는 것을 재미있게 표현한 말이고, 또 “처서에 장벼(이삭이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이라는 속담도 있었는데 이는 비록 가을의 기운이 왔다고는 하지만 햇살은 여전히 왕성해야 하고, 날씨가 쾌청해야 벼가 성숙할 수 있는 그 시기가 바로 처서였으니 우후죽순 처럼 무엇이 한꺼번에 왕성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표현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는 농업이 주된 옛날 이야기라서 먹고 사는 문제가 모두 농사의 풍흉(풍작 흉작)에 달렸으니 당연한 것이기도 해서 처서에 오는 비도 ‘처서비[處暑雨]’라고 하며 "처서비에 ‘십리에 천석 감한다" 거나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든 쌀이 줄어든다"라고 하는 것도 처서 무렵의 날씨가 그 만큼 중요하다는 것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지금은 예전의 농경문화가 거의 사라졌으니 이런 속담들은 문헌에서나 나오는 속담일 뿐이지만 글쎄요? 요즘 현대인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할까요? 우리 세대에는 주로 아침 안부처럼 잘 참아내자는 것을 덕담처럼 인식하고 있는데 젊은 사람들은 이 더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들 하고 있는지 참 궁금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시절에도 이렇게 더웠지만 견뎌낼 체력과 바다나 계곡을 찾아 탈출할 여유라도 있었으니 더위를 덜 느꼈거나 피했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또, 직장에 가면 시원한 에어컨이 있었으니 더위를 느낄 새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
뭐! 어쨋거나 이젠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니 자연적으로 탈출할 방도도 없고, 직장에 나가지도 못하는 신세니까 전기세가 무서워 있는 에어컨도 맘대로 켤 수 없으니 해가 거듭될수록 고생만 남았다는 공포? ㅎㅎ
더 참아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생각을 더 얹는? ㅎㅎㅎ
암튼 오늘도 하늘이 파랗고 태양이 짱짱한 것을 보면 처서에 맞는 날씨이긴 한데 그래도 더위 때문에 하루를 더 견뎌야 하는 부담은 있습니다. 다행히 오늘은 쉬는 날이라서 땀을 바가지로 흘리는 일은 없으니 그나마 나는 처서를 느긋하게 감상하는 날이 아닌가 싶네요.
처서(處暑)!
이제 선선한 가을이 온다는 날입니다.
그동안 무지무지하게 무더운 날을 견디느라 체력이 많이 떨어졌을테니 오늘은 영양가 많은 음식이라도 보충해 주면 좋을 듯 한데 어때요? 이열치열 국밥이라도 ...ㅎㅎ힘내십시다. 화이팅!
태화동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