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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설국생각 240225

by 올곧이 2024. 2. 25.

 

 

2월25일 일요일

어젯밤에 왔는지 아님 아침에 내렸는지? 비가 내렸나 봅니다.

주차장은 젖어 있지만 차 아래 바닥이 말라 있는 것으로 봐서 많은 비는 아닌 것 같은데...

바람은 불지않고 기온은 아홉시 현재 영상 4도 정도 되니 적당하게 쌀쌀한 날씨같습니다.

오늘은 아마도 근래 보기 드물게 늦게 일어났습니다.

어제 영남알프스 답사겸 눈풍경을 보기 위해 산행을 해서 적잖이 피곤했을 것도 같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날은 산 하나만 답사했는데 어제는 하나만 답사하기에는 조금 애매하여 신불산과 간월산 두 산을 답사했거든요.

신불산과 간월산과 영축산은 높이가 비슷하고 가깝고 능선이 깊지 않아서 조금만 무리하면 한번에 가능합니다!

능선이 깊으면 하산했다가 다음산을 오르기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하나만 오를 수 밖에 없을 것이지만 이 산들은 능선이 얕아서 오르내림이 그렇게 힘들지 않습니다. 물론 오래된 경험이지만 젊었을 때는 간월산장에서 503고지를 올라 능선을 타고 밝얼산-베네봉-간월산-신불산까지의 원점회귀 산행은 밥 먹듯이 했고, 몸 상태가 좋을 경우에는 영축산까지 내려갔던 기억도 있네요. ㅎㅎ 젊을 때...

암튼 어제는 간월산장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간월산을 바라보니 온통 새하얀 눈이 덮여있어서 만만찮겠구나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렇지만 도전한 만큼 용기를 내기로 하고 오르는데 홍류폭포 갈림길에서 사람들이 산행정보를 교류하고 있었고, 아무래도 눈 때문에 '험난코스'는 안될 것 같다는 기류가 감지됐습니다. 그래서, '편한코스'인 임도를 따라 가기로 맘먹고 산길로 접어 들었는데 임도에 접하자 말자 눈이 하얗게 쌓였더군요. 내려오는 사람도 올라가는 사람도 아이젠을 신었지만 나는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아이젠 없이 신불재까지 걸었습니다.

간월재에 도착하니 그 때부터는 완전 겨울왕국이 따로 없었습니다.

9시 20분에 오르기 시작해서 11시20분에 간월재에 올랐으니 약2시간을 임도따라 걸었다는 지겹기도 할 시간이었는데 그 지겨움이 오히려 좋았다는 생각이 간월재에 올라서자 말자 느끼게 된 순간을 맞았네요. 휘몰아 치는 세찬 북풍에 몸을 가늘 수 없을 정도여서 재빠르게 겉옷을 걸치긴 했지만 그 사이 손이 얼어버려서 아이젠을 신으려니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더군요. 그렇지만 기분이 째질 정도로 경치가 좋아서 설국(雪國)이 이런 곳인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눈이 달라 붙은 풀들은 모두 그 상태로 얼어버린체 형체가 하얀 부더러운 해초같아서 내가 마치 그 사이를 헤엄쳐 다니는 니모 같은 착각이 들었을 정도로 아름다웠으며 개활지를 지나서 나무 숲 사이로 들어가니 나무들이 모두 새하얀 산호초 같이 아름다워서 더더욱 나는 니모가 되기로 마음 먹고 기분 째지게 헤엄치듯 다녔습니다. ㅎㅎ

그런데, 한 두번 숲을 지날 때는 헤엄치듯 지나왔지만 가면 갈수록 부담되는 것은 나무에 눈이 붙어 얼어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늘어지니 마치 샹드리에에 달린 크리스탈 같아서 부딪힐 때면 아름다운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하긴 했지만 이제나 크리스탈 지역을 벗어났나 하고 굽힌 허리를 펴기가 바쁘게 머리로 부터 이마까지 그 얼음덩이들이 한방씩 먹이는데 ...음~ 아직도 굽히고만 다녔던 허리가 뻐근합니다.

그런데, 예고치 못한 주의력 때문에 그 기억들이 더욱 진하게 남는 사고가 생겼네요.

간월재에서 신불산을 오를 때는 갑작스레 닥친 추위를 견디느라 정신도 없었고 또, 안개가 갑자기 닥치는 바람에 먼 경치를 볼 수는 없고 가까운 풍경만 봤기 때문에 약간은 감질이 났었는데, 신불산을 내려와서 간월산에 올랐을 때는 세상이 완전히 열려서 혼자 보기엔 너무 가슴이 벅찬광경이 펼쳐졌습니다. 그래서, 기회를 놓칠세라 눈 구경을 못한 집사람에게 보여주려고 영상통화를 했는데 마치기가 바쁘게 전화가 뚝! 그 때서야 "아차차! 밧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을 않았다는게 후회막급으로 밀려왔지만 이미 방전된 밧데리는 사진을 찍는 것도, 시간을 보는 것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는 아쉬움만 남기고 저 세상으로 ㅠ,,ㅠ

그 아쉬움 때문인지 지금도 그 기억들만 남아서 살아있는 듯이 자꾸 살아납니다.

오늘은 2월의 마지막 태화오일장이 있는 날입니다.

구경하러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잔조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제 산행을 한다고 고생했다며 아내가 몸보신으로 삼겹살을 구워주겠다고 농협마트에 고기사러 나갔거든요. 이 맛에 사는가 싶기도 하고...ㅎㅎ

암튼 설국기분을 전하면서 "좀 더 젊게 살아야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같이 가져보자는 마음도 전합니다.

아자자자잣! 만물처럼 우리도 봄을 맞아 생동을 만끽합시다. 아프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