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은

방하착 240221

by 올곧이 2024. 2. 21.

 2월21일 수요일

 

 여섯시에 일어났더니 빗소리가 또닥또닥 봄처녀가 걸어오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오늘 오전에는 뒷산을 오르고, 오후엔 서당에 가려고 했는데 비가 내려서 산책을 취소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신문으로 시간을 보내고 밖을 내다봤더니 비는 멈췄고 이삿짐차가 드르륵 드르륵 시끄럽네요.

아마도 저 사람도 나처럼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엊저녁 기상청 예보로는 전국 특히, 동해안으로는 북부 강원도 지방에는 대설이 예상되고 남부지방은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했기 때문에 오늘 등산을 하거나 이삿짐을 옮기기로 한 사람은 어떤 자신감(?)으로 그런 선택을 했을까? ㅎㅎ

아닌게 아니라,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난 것도 이제사 생각해 보니 국토교통부에서 발송한 안전문자 소리에 놀라서 그랬나 싶네요. 

"23일 오전까지 전국에많은 비와 눈이 예보되어 있습니다. 주저리주저리...국토교통부" ㅎㅎ

 

 비가 오는 덕분에 느긋하게 신문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틀린 글자가 있나를 찾아보듯 신문 여기저기를 자세하게 봤지만 세상 일들이 하나같이 어지럽습니다.

신문 1면 부터 의료대란에 대한 기사로 미간이 찌그려지더니, 정치면을 보니 이합집산에다 공천잡음 등으로 이젠 슬슬 짜증이 올라오고...

눈을 돌리고 지면을 넘겨도 희망적인 기사는 나오지 않고 심지어 지난 아시안컵에서 무리를 일으킨 선수들간 불미스런 일이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었습니다.

 

 신문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빗소리에 감흥을 일어서 무슨 음악을 들을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신문을 보다보니 점점 내 기가 빨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내 마음부터 내려 놓자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의 창을 열려고 할 때 쯤 방하착(放下着)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더군요.

 

방하착!

"자기의 마음을 내려 놓아라"는 불교용어라는데 글쎄요? 언듯 이해가 될 듯 하면서도 어렵습니다.

사람에게는 옳은 생각도 있고 틀린 생각도 있지만 둘 다 내려 놓지 않으면 무거워 힘들기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아야 마음이 편하다는 말인데, 현실상 그럴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일단 짜증이라도 내려 놔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마침 매일 연제되는 [아침의 문장]에 박노해의 아포리즘집 [걷는독서] 중에 나오는 글이 실렸네요.

"정치인에게 권력을 빼보라, 부자에게서 돈을 빼보라, 유명인에게 인기를 빼보라, 빼버리고 남은 것이 바로 그다" 라고 ...

참 맞는 말이라 생각되네요!

 

 신문을 접어 두고 조용히 베란다로 나가 찬공기로 정신을 가다듬으니 물병에 꽂힌 포도나무 가지가 눈에 들어 옵니다.

며칠 전 큰 화분에 심어 둔 샤인머스켓 포도나무를 전정한 뒤 버리는 가지 하나를 물병에다 꽂아 둔 것입니다.

정이 든 것을 그냥 버리기는 야속해서 물꽂이로 자라는 모습이라도 보려고 꽂아 둔 것인데 뿌리가 내리지 않았네요.

아직은 봄이 되긴 이른가 보지요? 암튼 저 포도나무에 봄이라도 빨리와서 새닢이 나면 세상이 좀 좋아지려나요? 

 

 머리엔 방하착을 그리면서도 세상이 좋아지기만을 바라는 나도 참!
그렇지만 도를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방하착에도 어느 정도의 한계는 있다는 것은 이해해 주시겠지요?! ㅎㅎ

그럼, 오늘도 즐거운 날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만...

 

태화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