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9일 목요일
오늘은 어제보다 더 일찍 일어났습니다.
2월의 마지막 날이라서 다른 날과는 분명 다른 귀하고 의미있고 고맙고 미안하고 그런 날이라서 그랬는가 봅니다.
보통 날 같으면 창밖을 보며 오늘의 일기를 살펴보고 뭘할까 또는 예정된 일이 무리없이 진행될까를 예측해 봤겠지만 오늘은 일어나기 바쁘게 '2월도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에 "오늘은 24시간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봤자 정해진 2월이 더디게 갈 것도 아니고, 24시간에다 1분도 더 주어지지 않을 것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암튼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창밖을 내다보는 대신 컴퓨터를 열고 2월에게 고마움을 남기려고 했고요...
2월은 왜 다른 달보다 짧을까요?
한달은 보통 30일이 있고, 어떤 달은 31일도 있지만 2월은 왜 28일, 기껏 인심을 써서 29일 밖에 없는 것일까요?
가장 우리나라에서 똑똑한 네이버 형은 알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지식인을 찾아 봤더니 "이유는 로마력에서 유래한 규칙과 율리우스력 및 그레고리력의 개정 과정에서 2월에 남는 일수가 가장 적게 된 것과 관련이 있답니다. 이는 고대 로마의 롤루스(ides of March)력에 기원해서 초기 로마력은 10개월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총 일수는 304일이었답니다. 겨울철 61일(또는 62일) 동안은 월명이 없었죠. 이후 로마의 제2대 왕 누마(Numa) 폼피리우스가 713년 경에 2개월(1월과 2월)을 추가하면서 월명이 없었던 기간을 분할하게 되었고, 이렇게 개정된 로마력은, 짝수가 불길하다는 믿음에 따라 대부분의 달을 홀수 일 수로 구성했습니다. 그런데 이로 인해 전체 일수가 355일이 되어 월명이 없는 기간이 사라져 버려서 누마는 2월 일수를 짝수인 28일로 설정하였다고...
율리우스 황제는 로마력에 1년에 4년에 한 번씩 1일을 추가하는 율리우스력으로 개정하였으며, 교황 그레고리 13세는 율리우스력을 기반으로 1582년 그레고리력으로 또 다시 개정하며 고대 이후의 역사를 이어왔답니다. 그레고리력에서 윤년이 도입되면서, 4년에 한 번씩 윤년이 되어 2월 마지막 날에 하루를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2월에는 28일 또는 윤년일 경우 29일까지 있게 되었다고...그러나, 다른 달에는 여전히 30일 또는 31일이기 때문에 2월만 일 수가 상대적으로 짧은 것입니다"라고 하네요. 참 알 것 같으면서도 복잡하지요?
그래서, 나는 다른 이유를 찾아서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유라고 하기보단 의미라고 해야 옳겠군요)
작가이자 시인으로 알고 있는 신복순씨의 시(詩)에서 그 의미를 찾았고 같이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2월과 3월 / 신복순
봄을
빨리 맞으라고
2월은
숫자 몇개를 슬쩍 뺐다
봄꽃을
더 많이 피라고
3월은
숫자를 꽉 채웠다
어떻습니까?
그 의미가 마음을 열기 전에 확 안겨오는 것 같지 않습니까?
어제 천황산 등산길 옆 수로에서도 토실토실한 갯강아지가 하얗게 모습을 보이는 것을 봤습니다.
물론 각자의 현재 상황에 따라 봄이 왔더라도 마음이 '춘래불사춘'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봄은 왔습니다.
그리고, 2월이 좀 더 빨리 자리를 비켜주는 의미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잖아요?
내일이면 3월입니다.
시인이 표현한대로 3월은 봄꽃이 더 많이 피라고 숫자가 꽉 채워졌듯이 태화강변에는 이미 봄 꽃들이 하나 둘 늘어만 갑디다. 매화는 물론이고 영춘화가 피었고, 까치꽃도 피었는가 하면 광대꽃도 폈고, 그저께 입화산을 내려와서 다운동 현대아파트를 지나다 보니 양지바른 곳엔 벌써 산수유꽃이 피었습디다.
이게 다 2월이 날짜를 빼면서 까지 봄을 일찍 불러 온 덕분 아닐까요?
그러니까 우리는 2월의 마지막 날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의미를 새기면서 고맙게, 미안하게 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날씨는 비가 비치고 있어서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있지만 다른 날 보다는 더 의미있는 날이기를 기원합니다.
열심히 삽시다!
태화동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