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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마음의 글

세월무상

by 올곧이 2023. 6. 21.
나의 월요일 아침은 새로운 휴일의 시작이다.
힐링도 준비운동을 하면 더 좋을 것 같아 힘찬 기지개를 켜면서 아침산행을 나선다. 
 
작은 물통 하나 손에 쥐었고
땀 밴드도 머리에 둘렀으니 이만하면...
아차! 지팡이를 잊을뻔...? 
 
내 지팡이를 말 할 것 같으면 비록 죽은 나무 막대지만
내 손에 쥐어지면 멧돼지도 물리칠 정도로 괴력을 뿜는다.
그래서 죽어 있던 저도 살아서 좋고
나도 자연과 친해질 수 있어 좋으니 상부상조? ㅎㅎ 
 
울산 어울길의 진수인 입화산!
집이 가까워서 자주 오르지만 오늘은 오랜만이다. 
 
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타고
어느 새 정상에 오르니 벌써 정자에는 쉬고 계신
아주머니 두 분이 앉아 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가  "안녕하세요?"로
인사를 나누고 나도 햇볕을 피해 정자에 앉았다 
 
중년의 두 분 아주머니께서 조심스레 인정을 보낸다.
"커피 한 잔 마실랍니까?"
공짜가 미안해서 거부를 하려는데 이미 한 잔의 커피는
코 앞에서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마지못해 잔을 받고 한 모금 마시려는데 "이것도..."
하며 딸기 잼이 든 샌드위치 한조각을 쥐어 주신다. 
 
이런 일이...? 오늘은 횡제수가 있는 날인가?
감사의 말을 전하고선 요즘 일어나고 있는 소금 파동에 대해 얘길 나누다가 삼인성호를 경계하며 침묵모드를 지켰다. 
 
먼저 자리를 뜨면서 체육시설이 있는 봉우리로 내려 오는데 이전까지만 해도 있었던 나무이름 표시가 보이지 않는다.
내 눈에는 아직 "찔레꽃"이 라는 글짜가 남아 있는데... 
 
"꽃이 떨어지기로서니 바람인줄 알았더니 세월이었다"는 어느 시인의 말이 생각나서 세월의 무상함에 조금 새침해 지려는데 그 느낌의 틈도 없이 대궁이만 남은 푯말 옆으로 높아져 있는 돌무덤이 보인다. 
 
세월은 소리없이 지나갔고, 푯말은 썩어서 형체도 없이 사라졌지만 사람들의 소망은 이뤄지긴 커녕 새로 생긴 소망으로 돌무덤만 높아진 것 같다. 
 
'영양가 없는 잡생각은 버리세요!"라는 환청이 들린다.
그래서, 달리 듯 그 곳을 벗어나 체육시설에 다다랐다.
꺼꾸리에 메달려 분풀이 처럼 하늘을 발로 차는데 멀리 뻐꾹이는 목마른 울음을 토하고 있다.
"뻐꾹 뻐뻐꾹...
다 부질없는 짓이여" 라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