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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안녕하세요? 230519

by 올곧이 2023. 5. 19.

5월19일 금요일

 

들릴락말락한 소리에 정신을 가다듬고 들어보니 아직 비가 내리고 있네요.

창을 열고 내다보니 키 큰 소나무는 미동이 없고 키가 작은 아카시 잎사귀는 약간 흔들립니다.

그렇지만 창을 열어도 냉기가 없는 것을 보니 여느 때와는 다른 현상입니다.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렸지만 이예로를 오르는 차소리가 무서워서 뚝 그쳤습니다.

뭔가 억울한 일을 당한 어린애가 울었지만  '뚜욱!' 하는 큰 고함소리에 억울함도 잠시 사라진 옛날이 됩니다.

그렇다고 그 근본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에 언젠가는 회복될 것으로 믿어 봅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느낀 것인데 참새들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참새들을 구워먹을 정도로 살이 쪄서 통통했었는데 요즘 참새들은 길이만 삐죽 길어진 것 같습니다.

왜그런가 곰곰히 생각해 보니 자연에서 취할 수 있는 먹잇감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예전에는 지천에 늘린 것이 먹잇감이었는데 땅은 없어지고 아스팔트만 늘어나 열매나 곤충이 부족해 진 것입니다.

다행히 아스팔트에 먹히지 않는 강변이나 산이 없다면 곤충과 새들, 심지어 사람까지도 살기가 어려워 질 것입니다.

갑자기 학창시절에 읊었던 '성북동 비둘기'가 생각나서 기분이 서글퍼지려 합니다.

그렇지만 왠지 그 시에 스며들고 싶은 생각이 더 커서 잠시 감상하고 일터로 나갑니다.

 

《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비가 언제 그칠지 모르지만 기분이라도 빨리 회복되어 즐거워 졌음 좋겠습니다.

미끄러운 길 조심해서 천천히 걸으시기를 ...

 

태화동에서...

https://youtu.be/EUneDNuPlW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