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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안녕하세요? 230208

by 올곧이 2023. 2. 8.

2월 8일 수요일

 

황금색 둥근달이 푸르스럼한 안개같은 바다 위에 홀로 떠 있습니다.

남쪽 풍경도 푸르스럼한 안개 가득한 바다 저편에 남산 능선이 육지처럼 아득하게 보입니다.

아직은 날이 밝지 않아 자세히 볼 수는 없지만 일기예보를 감안할 때 푸르스럼한 것은 미세먼지 같습니다.

온도계는 영점에서 출발신호를 기다리며 엎드려 있는 육상선수를 보는 듯 합니다.

"탕!" 하고 신호가 온다면 온도는 그대로여도 미세먼지는 선수처럼 재빠르게 달려갔으면 좋겠습니다.

 

어제는 영남알프스(8봉) 완등을 목표로 오른 첫번째 산행으로 제일 막내인 고헌산을 올랐습니다.

해발 높은 산이라서 그런지 등산로는 딱딱하게 얼었고 겨울 가뭄으로 인한 메마른 먼지가 푸석거렸습니다.

정상에 올라가니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등산객들이 올라와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에 열중합니다.

대부분이 우리처럼 나이 든 사람이 주를 이뤘지만 개중에는 젊은 사람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금요일 퇴근 시간이 되길 기다렸다가 도망치듯 경비실을 빠져 나오던 옛날 추억이 스칩니다.

요즘 직장인들은 휴일도 자기가 선택해서 평일 휴일 경계가 없다니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ㅎㅎ

 

한 발 더 높이 오르면 더 멀리까지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산을 올랐지만 미세먼지가 시야를 가렸습니다.

결국 봄이 오는 풍경은 찾지 못했고 하산해서 성안 마을을 걷다가 마을 어귀에서 피기 시작하는 꽃을 봤습니다.

꽃도 완전히 핀 것은 아니고, 불이 사그라진 아궁이에 나락이삭을 넣으면 튀겨지는 튀밥처럼 하나, 둘...

그래도, 그 한 두개의 매화 덕분에 메마른 겨울에서 탈출한 것 같은 새로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제는 등산으로 체력에 부담이 갔는지 봄을 본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깊은 잠을 잤습니다.
덕분에 오늘 아침은
몸도 가뿐한 것 같고, 생각도 말끔해서 기분이 대단히 좋습니다.

가끔가다 이렇게 조금 무리가 될 정도로 몸을 괴롭히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남창 오일장에 가보려고 합니다.

"혼자 등산을 즐기는 신랑이 뭐가 좋다고?" 새벽 일찍 일어나 김치전을 구워준 아내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서...ㅎㅎ

가급적이면 같이 활동하지만 등산은 죽으라고 가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라도 서로를 위하고 있습니다.나는 같이 있지 못해서 미안하고, 아내는 같이 가지 못해서 미안하다 하고...ㅎㅎ

 

"다들 이런 마음으로 살지요? 아니, 다들 같이 활동하신다고요?"

에이 ~ 괜히 물어서 나만 죄인이 되었네요. 암튼 오늘도 서로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아자~

 

태화동에서...

성안마을

https://tv.naver.com/v/2035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