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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안녕하세요? 230206

by 올곧이 2023. 2. 6.

2월6일 월요일

 

실구름이 걸쳐진 하늘에는 벌써 해빛이 쪽쭉 뻗어 갑니다.

약간의 실바람이 살을 간지럽히고 기온도 영하 2도쯤이니 오늘도 봄날씨가 될 것 같네요.

조금 늦잠을 잔 것 뿐인데 괜히 마음이 바쁜 듯 조급해서 일부러 명상음악을 틀었습니다.

 

그제 입춘첩을 붙였는데 휴대폰을 켜니 불붙은 달집이 카톡으로 들어 옵니다.

어제가 보름이었는데 일요일은 휴대폰을 켜 놓지 않는 습관이 되어 정월대보름 인사를 깜박 할뻔 했습니다.

오곡밥은 드셨습니까? 귀밝이 술과 부름도 아낌없이 자셔야 하는데...?

 

어릴 적에는 소쿠리를 들고 집집을 돌며 오곡밥을 얻는 것이 풍습이었는데 이제 흔적도 없어져 버렸습니다.

오곡밥을 하는지 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나눠 먹는 풍습은 이미 사라졌고 심지어 이웃이 누군지 조차도 모릅니다.

그저 카톡으로 맺은 친구나 지인들로 부터 오곡밥과 나물과 부름이 그려진 사진이나 받는 것이 전부가 아닐지?

그동안 친분을 쌓은 덕에 노인정 형님(?)들의 연락을 받고 오곡밥에 귀밝이 술은 간신히 했습니다. ㅎㅎㅎ

 

오늘 아침 일찌기 카톡을 보니 그동안 코로나로 하지 못했던 달집 태우기 행사도 곳곳에서 했는가 보네요?!

그리고, 집에 어르신이 계시면 오곡밥에 부름을 깨고 귀밝이 술을 하는 풍습도 지키고 있겠지만 글쎄요?

대부분의 집에는 오곡밥 대신 통닭에 소맥이나 하지 않았을까요? ㅎㅎㅎ

그래서, 동네마다 풍습이 비슷했겠지만 우리 어렸을 적 산전마을에는 풍습을 생각해 봅니다.

 

아침에 일어나 대나무나 싸리로 만든 채반을 들고 이웃집들을 돌며 오곡밥을 얻으러 갔습니다.

물론 친구들도 우리집에 와서 오곡밥을 얻어 갔으니 아마도 그 때 나름으로 인심의 소통방법이었다 싶네요.

 

그리고, 이건 좀 특수층(?)에 해당되는 놀이라서 경험자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도 그랬다니 풍습은 분명한데...?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는 동천강을 따라 순찰을 나갑니다.

거기엔 부잣집 사람들이 제를 올린 뒤 갖가지 비싼음식과 돈을 넣어 둔 허수아비가 있었으니 그걸 찾으러 가지요.

맞는지 틀린지는 모르지만 제를 올린 것들을 먹거나 습득(?)하면 건강과 복이 따른다나? 뭐 그런 풍습이었습니다. ㅋㅋ

어쨋거나 짭잘한 수입도 있었으니 돈이 귀한 그 때는 알게 모르게 그것도 경쟁이 되었을 겁니다.

 

그 일이 끝나면 집에 돌아와서 빈깡통에 못구멍을 내고 철사로 손잡이를 만들어 쥐불놀이 준비를 합니다.

우리보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왕대와 생소나무 가지를 잘라 와서 동천강가에 달집을 만들었고요.

그 때도 요즘애들이 게임에 빠지듯이 노는 일에 빠져서 배고픈 것도 모르고 놀았습니다.

 

어른들이 달집을 준비할 동안 우리는 동해남부선이 지나는 철길을 따라 침목 부스러기를 줍습니다.

드디어 저녁이 되고 보름달이 얼굴을 내밀기 바쁘게 달집은 생소까비가 내뿜는 연기와 불로 파티가 시작됩니다.

동네마다 같은 행사를 하니 연기가 많아야 돋보일 테고 생소나무 가지가 불이 붙으면 그야말로 화력은 짱이지요.

(한가지 우스운 일은 우리동네에서 더 빠르게 볼 수 있는 달을 형들은 왜 진장둑으로 가서 신호를 했는지? 참?)

우리도 미리 준비한 깡통에 기름먹은 침목부스러기를 꼭꼭 집어 넣고 불을 붙이며 쥐불놀이를 시작하는 겁니다.

불이 붙은 깡통을 휙휙 돌릴 때마다 불은 화력을 쏟아내며 미친 황소보다 더 크게 "훠엌! 훸!" 소리를 질러대고...

 

급기야 달이 두둥실 올라오고 어른들도 흥에 취할 즈음에 동천강 둑은 그야말로 예술의 장이 펼쳐집니다.

벌겋게 달아오른 깡통들에 활활타는 쥐불들이 동그라미를 그리다가는 갑자기 치솟으며 불꽃들을 쏟아 내리지요.

고수들이 일종의 know-how를 접목한 신공을 발휘한 것이지요.

깡통이 밑에서 위로 올라갈 때 쯤에서 손잡이를 탁 놓아 버리면 높이 올랐던 깡통이 불붙은 숯덩이들을 내리 쏟는...

햐 ~ 그 것은 설악산 대청봉에서 바라 본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 본 것과 동급(?)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지금도 그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나도 이제 늙기는 했나 봅니다. 자꾸 얘기가 하고 싶으니까요! ㅎㅎ
오늘은 서당에도 가야하고 적잖은 일정이 있는데 이렇게 옛 추억에 빠져 있다니?

긴 시간, 재미없는 이야기를 들어 주심에 감사드리고, 한 주의 시작은 멋지게! 알죠?

 

태화동에서...

출처: http://cmsimg.newstomato.com/news/8/2021/02/2021-02-26/202102251833147300020.jpg

https://youtu.be/K2Y3LF4ZH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