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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인사 221229

by 올곧이 2022. 12. 29.

12월29일 목요일

 

날씨가 어떤지 관심이 없는 나른한 아침입니다.

"엊저녁엔 뭘 했길래?"라는 나의 물음에도 내가 대답하지 못할 정도로 머~엉 합니다.

마지못해 일어나서 약간은 흐린 듯한 바깥 풍경을 내려다 보며 어제의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아하! 어제는 날씨가 좋아 집사람과 남창장 구경을 하였고, 기분이 좋아서 늦게까지 서예연습을 했었구나!

한참만이었지만 기억이 떠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다행히 정신만은 살아있다는 기쁨? ㅎㅎㅎ

 

지나가는 두터운 외투들을 어지간히 봤다고 생각하면서 오늘의 일정을 보니 내 정신마냥 텅 비어 있습니다.

느긋하게 현관문을 열고서 아침 신문을 들고와 편안하게 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고, 그러니까 그렇지!"라는 판에 박힌 뉴스는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질기기만 합니다.

 

이 혼탁한 것들이 끝나고 웃음꽃이 만발하는 날은 언제쯤일까?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눈으로는 활자체를 읽고 있었지만 마음에 담기지 않는 것들을 버리고 있을 때에 "헉!" 하고 눈물이 팍 쏟아집니다.
'마흔 해 손 한 번 씻겨 드리지 못했는데

아들의 등을 미시는 어머니 우리 어머니

병에서 삶으로 돌아온 내 등 밀며 우신다'  는 구절을 읽었는데, 이 나이에 이렇게 빠른 반응을 보이다니...?

한참 동안 활자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가는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어머니! 우리 어머니! 울엄마! 엄마~아~!

 

정신을 가다듬고 여태까지 알지 못했던 정일근시인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역시 촌 놈인 나와 비슷한 구석이 많은 사람이었구나 하며 느꼈습니다. 

내년에는 이 분의 시집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굳히면서 덕분에 알게 된  시의 전문을 공유해 봅니다.


《목욕을 하며 / 정일근 (1958 ~  진해)

『마흔 해 손 한 번 씻겨 드리지 못했는데

아들의 등을 미시는 어머니 우리 어머니

병에서 삶으로 돌아온 내 등 밀며 우신다

벌거벗고 제 어미를 울리는 불혹의 불효,

뼈까지 드러난 몸에 살과 피가 다시 살아

어머니 목욕 손길에 웃는 아이가 되고 싶다

까르르 까르르 웃는 아이가 되고 싶다

어머니의 욕조에 담긴 어머니의 사랑이 되어

회귀의 강으로 돌아가는 살찐 새끼가 되고 싶다』

그래도? 그렇지만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니 그렇게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것이니 좋았겠다 싶네요.

 

해는 벌써 중천에 올랐을 것 같네요. 늦게 시작한 만큼 남은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짧겠지요?!

그러고, 보니 오늘이 지나면 휴가를 갈 사람도 있을 것이니 이 쯤에서 새해인사를 드려도 될 것 같습니다.

 

"임인년(壬寅年)을 보람있게 마감하시고, 다가오는 계묘년(癸卯年)에 더욱 활기찬 모습으로 만납시다.

수고하셨습니다. 고맙구요..."

태화동에서...

12월29일 아파트 경비실앞에서 본 해넘이

https://youtu.be/xXRMhskN3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