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은/받은 글

기러기의 세 가지 덕목

by 올곧이 2020. 1. 17.

기러기는 다른 짐승들처럼 
한 마리의 보스가 지배하고
그것에 의존(依存)하는 
그런 사회가 아니랍니다.
 
먹이와 따뜻한 땅을 찾아 
4만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기러기의 슬픈 이야기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기러기는 리더를 중심으로 
V자 대형(隊形)을 유지하며 
삶의 터전을 찾아 머나먼 
여행(旅行)을 시작합니다. 

가장 앞에서 날아가는 리더의 날갯짓은 기류(氣流)의 양력을 
만들어주기에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消耗)됩니다.

대장 기러기는 뒤에 따라오는 
동료(同僚) 기러기들이 혼자 
날 때보다 70% 정도(程度)의 
힘만 쓰면 날 수 있도록 
맨 앞에서 온몸으로 바람과 마주하며 용을 써야 합니다.

이들은 먼 길을 날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울음소리를 냅니다. 

우리가 듣는 그 울음소리는 
실제 우는소리가 아니라, 
앞에서 거센 바람을 가르며 
힘겹게 날아가는 리더에게 
보내는 응원(應援)의 소리다.

기러기는 부산~서울 간을 왕복 
40번에 해당하는 머나먼 길을, 옆에서 함께 날갯짓을 하는 
동료와 서로 의지하며 날아간다.

만약 어느 기러기가 
총에 맞거나 아프거나 지쳐서 대열에서 이탈(離脫)하게 되면, 
다른 동료 기러기 두 마리도 
함께 대열(隊列)에서 이탈해 
지친 동료가 원기를 회복해서 
다시 날 수 있을 때까지, 또는 죽음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동료의 마지막을 함께 지키다 무리로 다시 돌아옵니다."

톰 워삼(Tom Worsham)이 쓴 
<기러기 이야기>의 일부입니다. 

어쩌면 미물(微物)이 그럴 수 
있단 말인가요.

만약 제일(第一) 앞에서 나는 
기러기가 지치고 힘들어지면 
그 뒤의 기러기가 제일 앞으로 
나와 리더와 역할(役割)을 
바꾼다고 합니다. 

이렇게 기러기 무리는 
서로 순서(順序)를 바꾸어 
리더의 역할(役割)을 하며 
길을 찾아 날아간답니다. 

이렇게 서로 돕는 슬기와 
그 독특한 비행기술이 없다면 
기러기 떼는 매일 수백 킬로를 날면서 해마다 수천 킬로를 
이동(移動)하는 그 비행에 
성공(成功)하지 못할 것입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는 속담의 의미를 깨우칩니다.

결혼식(結婚式) 폐백(幣帛)시 기러기 모형을 놓고 예(禮)를 
올리는 것은 '기러기가 가지고 
있는 세 가지 덕목을 사람이 본받자'는 뜻이라고 합니다. 
   
첫째, 기러기는 사랑의 약속을 영원(永遠)히 지킵니다. 
보통 수명이 150~200년인데, 
짝을 잃으면 결코 다른 짝을 찾지 않고 홀로 지낸다고 합니다. 
   
둘째, 상하의 질서를 지키고 
날아갈 때도 행렬(行列)을 
맞추며 앞서가는 놈이 울면 
뒤따라 가는 놈도 '화답(和答)'을 하여 예(禮)를 지킨다고 합니다. 
   
셋째, 기러기는 왔다는 흔적을 분명히 남기는 속성(屬性)이 있다고 합니다. 

인간(人間)이 추구(追求)하는 
삶은 어떤 삶이어야 한다고 
규정(規定)짓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적어도 누군가에게 
의미(意味)가 되는 삶을 사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각자(各自)가 할 수 있는 
아주 사소(些少)한 삶이라도 
그것이 나뿐만 아니라 
누구에겐가 도움되는 삶, 
모두가 공유(共有)할 수 있는 
행복에 가치를 둘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인류(人類)는 훨씬 
행복하게 살게 될 것이다. 

아픈 사람에게는 치유의 
존재(存在)가 되어야 하고, 
지혜가 부족한 사람에게는 
지혜(智慧)를 나누며, 
인정(人情)이 메마른 곳에는 
사랑의 감동을 나눌 수 
있어야 하겠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도 
비 오는 날 우산을 들어주는 
여유가 있으면 더 좋으련만, 
그것이 어려울 때는 함께 
비를 맞는 것도 큰 위로가 
될듯합니다.

[ 좋은 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