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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마음의 글

그녀에게3

by 올곧이 2019. 5. 8.

팔순이 넘은 노모를 데리고 목욕탕에 간 날 이제 뜨거운 것조차 잃어버렸는지 자꾸 춥다 한다 탕 속에서도 춥다, 춥다 하는 그녀 뒤에서 한기가 들어 등으로 뜨거운 물을 퍼 부었다 절절 끓고 있는데 더 깊이 파고드는 노모를 데워줄 방법이 나에겐 없다 탕 안의 그녀는 누군가의 몸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은지 태아처럼 웅크린 채 낯선 주문을 외우 듯 춥다, 춥다 하며 그녀는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미 가고 있는 듯했다. by 이향(1964~
시집 《침묵이 침묵에게》 (문학실험실) 中

이 따뜻한 5월의 봄날에도 외투를 껴입은 노인들을 종종 봅니다. 아이는 자다가도 이불을 걷어차는데 말이죠. 아이들의 체온이 성인들의 체온보다 1도 정도 높다고 하지요? 곧 어버이날이네요. 두 볼이 곧잘 뜨거워지던 유년을 이제 막 건너온 이들도 언젠간 뜨거운 것조차 잃어버리는 나이가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