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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마음의 글

산중난몽

by 올곧이 2019. 4. 9.
산등성이 걸어가는데 솔잎 사이로 부는 바람이 참빚으로 머리를 넘기시는 어머니 같이 청량하다.
저기 아래 양지바른 곳 빨간지붕 탱자나무 울타리엔 하얀 듯 푸른 듯 꽃몽우리 보이고
오늘도 어머니는 소원을 비셨는지 울타리 사이로 얼금설금 보이는 장독대는 햇살이 요란하다.
작은 앵두나무에는 젖꼭지 보다 작은 앵도가 오손도손 붙어있고
아버지 신다리보다 굵은 살구나무에는 꽃들이 사라지고 초록색 잎들이 제법 풍성하게 살랑인다.
대나무로 엮은 사립문 밖으로 황톳길이 느린 걸음으로 가는데 저만큼 구부린 곳에서 연달래 같이 우아한 한복이 움직이지 않은 듯 다가 오고 있다.
딸래밀까? 며느릴까?
...
꿩!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날아가는 꿩 한마리가 이제 내려가라는 신호를 한다.
오늘도 부질없는 걸음. 또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