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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마음의 글

건강함에 감사를

by 올곧이 2020. 6. 13.

6월13일 토요일

오늘은 할 일이 많아 보인다.
쿠피 식사부터 챙겨주고, 베란다 화초 손질에, 어제 친구로 부터 얻어온 LED전등 몇 개 교체 해야 하고, 부엌에 달린 후드를 완전분해 청소를 해야한다.
아무래도 끝은 보지 못할것 같지만 빨리 시작을 시도한다.
컴컴하던 바깥풍경도 점차 밝아지고 있다.
밤새 비가 내리더니 아침이 오니 멈추려는 모양이다. 한 이틀 바짝 쏟아졌으면 좋으련만 하늘도 요즘은 점점 각박해지는 모양세다.

구피 밥을 들고 수족관 앞에 섰다.
사랑스런 쿠피들은 나를 알아보는지 난리부루스다. 아마도 배가 고파서 습관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 뿐일텐데 그냥 착각으로 행복하고 싶다.

베란다 화분은 만만찮다.
일단 협소하고 또 어쩌면 흙이 튀어서 깔끔한 마누라 성격에 도화선이 될까 주의를 해야 한다.
일단 베란다 바닥에 신문지를 대여섯장 넓게 펴고 첫번째 화분을 쏟았다. 이것은 분갈이를 너무 오랫동안 안해주다 보니 발육이 시원찮아 보여 흙을 갈기로 맘 먹은 터다.
역시 물빠짐이 좋지 않았던지 흙은 굳어서 딱딱해져 있고 밑부분은 떡이 된 것 같이 흙이 눌러 붙은 것 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화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손으로 뿌리를 지키면서 화분에서 분리시켰다. 화분의 잔유물을 완전히 제거하고 물로 씼었다.
맨 밑의 물빠짐에는 흙이 빠지지 않도록 작은 돌맹이로 채워야 하는데 별도 준비한 것이 없어서 재활용키로 하는데 방금 쏟아버린 흙과 섞여서 돌만 고르기가 힘들었다. 열손가락을 적당히 펴서 흙은 밑으로 떨어지고 돌만 남도록 해서 돌을 골랐다.

아~
순간 감동이 스친다. 손가락이 정말 소중하구나.
그러고 보니 손가락 만이 소중한게 아니고 손도, 손목도, 팔도, 머리도 정상적으로 움직이는게 너무 다행이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에 하나 어느 것 하나라도 이상이 있었다면 얼마나 불편하였겠는가를 생각하니 해야 할 많은 일들의 처리보다는 내가 정상적인게 너무 복받은 것이라는 생각에 잠시 모든 것을 멈춘채 흥분상태다.

몇 해 전.
담낭제거를 위해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나서 병원냄새로 머리는 아프고, 잠을 못자서 체력은 바닥 났는데, 말만 들어도 고개를 돌릴 법한 방귀라는 것이 그렇게 고귀한가 싶더니 오늘은 화분을 돌보다 내 신체의 무탈에 대해 감사함을 느껴 이렇게 긁적이고 있다.

해야할 일들이 재촉을 하니 이쯤에서 감동을 멈추고 진격!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