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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뉴스

인권 짓밟는 ‘압박면접’ 구직자 ‘절규’

by 올곧이 2009. 11. 30.

지난달 ㄱ씨는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상대는 대뜸 “○○서 경찰관”이라고 했다. ‘경찰관’은 “당신 친구 △△△씨가 폭행죄로 유치장에 갇혀 있다. 원래 행실이 이러냐?”고 물었다. ㄱ씨는 “왜 그걸 묻느냐. 그렇지 않다”며 전화를 끊었다. 몇시간 친구가 “회사 면접 이뤄진 일”이라고 해명하고 나서야 당혹스러움이 풀렸다.

 

그러나 친구의 면접을 위해 ‘왜 폭행범으로까지 몰아넣는’ 상황극을 회사가 만들었는지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GS칼텍스 하반기 채용과정에서 벌어진 ‘압박면접’의 일화다. 면접관이 구직자에게 “위급한 상황에서 진짜 도움줄 있는 친구가 명이나 있느냐”며 친구 연락처를 물은 경찰관을 사칭해 즉석에서 전화를 것이다. 면접 과정임을 밝히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기에 구직자는 일일이 친구들에게 해명하며 땀을 흘렸다. GS칼텍스 측은 “일부 지원자에게 이런 질문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라며 “모두가 교우관계가 좋다고 말하기 때문에 답변의 정직성과 실제 교우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면접 기술 하나였다. 친구들이라 이해할 알았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채용 과정에서 늘어나는 ‘압박면접’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예상 외의 질문을 던지는 면접 기술이지만, 인권과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황당한 질문이나 상황이 도입되고 있다.

 

남모씨(27) 증권사 최종면접에서 받은 ‘외모 품평’에 지금도 찜찜하다. ‘자기소개서에 활달하고 유머러스하다고 썼는데 표정이 딱딱해 전혀 그럴 같지 않다’는 말을 들은 것은 참을 만했다. 그런데 함께 면접 여성 지원자는 “떨어지면 인물 때문인 알라”는 ‘모독성’ 질문에 얼굴을 붉혔다.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시냐”고 묻는 질문도 나왔다. 남씨는 ‘아, 이게 압박면접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직무 관련성이 전혀 없는 질문이라 당황스럽고 불쾌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최근에는 ‘압박·이색 면접’ 스터디 그룹을 대비하는 사례도 있다. 압박면접 질문 사례를 모아 공유하는 사이트도 생겼다.

 

압박면접 스터디에 참여 중인 강모씨(27) “약점을 들춰 내는 도를 넘는 질문이 많다”며 “회사에 이의를 제기할 없는 구직자 입장에선 ‘뭘 하고 싶다’는 말보다는 기만 죽고 나온다”고 말했다.

 

취업컨설팅사 잡이룸 정태용 대표는 “압박 면접이 지원자의 진솔하고 순발력 있는 답변을 이끌어내는 수단이 있지만 과정에서 외모나 지나치게 개인적인 질문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11300113025&code=940100

<유정인기자 jeongin@kyungk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