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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뉴스

자동차 부품업계 '살아남기' 비상

by 올곧이 2008. 12. 3.

현대자동차가 1일부터 40년만에 감산에 들어감에 따라 지역자동차 부품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지역 부품업체의 85%가 현대차에 납품하고 있기 때문. 여기다 GM대우, 쌍용, 르노삼성도 이미 감산체제에 돌입한 상태고 기아차도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어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의 충격이 지역의 산업현장으로 빠르게 파급되고 있다. 비단 자동차부품뿐만 아니라 비상경영은 전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역 부품업체 직격탄

현대차 울산과 아산 등 7개 공장 가운데 울산 3공장을 제외한 6개 공장에서 지난주 말에 이미 특근이 없어진데 이어 1일부터 하루 2시간씩 평일 잔업이 중단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 1만7천대, GM대우 3만3천대, 기아차 5천대와 쌍용, 르노삼성을 합칠 경우 총 감산 규모는 월 6만대 수준이며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앞으로 더 감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여파는 당장 지역의 자동차부품 협력업체에 미치고 있다. 근무시간 단축, 야근과 특근 줄이기, 유급휴가, 감원 등을 통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몸집을 줄이고 있다.

GM대우차에 납품을 하는 달성공단의 2·3차 하청업체들 중에는 일거리가 50% 정도 줄어 들자 비정규직원들을 중심으로 감원을 한 곳이 상당수에 이른다. GM대우차에 납품하는 3차 협력업체에 근무하다 지난달 직장을 그만 둔 40대 여성은 "일감이 크게 줄어들자 비정규직인 아줌마들이 가장 먼저 정리 대상이 됐다"며 "자녀들 학비 마련 등을 위해서는 어떤 일자리라도 구해야 하는데 주변의 모든 업체들이 다같이 힘든 상황에서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며 한숨을 지었다.

현대 기아차에 납품하는 대구 경북지역의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다른 자동차에 비해 규모는 적지만 지난달부터 이미 감산체제에 돌입했다

 

◆하청업체에 맡겼던 일감도 되가져 와

자동차부품 1차 협력업체에서는 일감이 크게 줄어들자 하청업체에 맡겼던 일들을 '빼앗아' 오는 사례도 다반사다. 경산제1공단의 한 자동차 1차 협력업체 임원은 " 일감이 40% 정도 줄어들면서 생산량 조절을 위해 공장 가동률을 줄이고 특근과 야근을 없애는 등 자구 노력을 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근로자들을 놀릴 수는 없고 해서 미안한 일이지만 하청업체에 맡겼던 일을 가져와 일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청업체들은 감산을 물론 감원에 일감마저 빼앗겨도 할 말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부품 3차 협력업체 한 간부는 "얼마전 2차 협력업체가 감산을 하면서 직원들을 놀릴 수 없자 우리 하청업체의 일감 일부를 가져 갔다"고 한숨을 지었다.

성서공단의 기계부품 하청업체 간부도 "최근 원청업체에서 일감이 크게 줄어 들었다면서 일감을 되가져 가는 바람에 공장 가동률이 줄어들어 직원들이 야근이나 특근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 업종도 마찬가지

자동차 산업의 감산은 철강과 주물, 기계부품 등 연관 산업에도 생산량 감소로 연결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서·달성공단은 물론 고령 다산주물단지 업체들도 "자동차 산업의 불황으로 주문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자 이미 감산을 했고, 앞으로는 감원 등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쳐야 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검단공단의 철강업체 간부는 "주문량이 줄어들면서 쌓인 재고처리를 위해 공장의 생산라인 일부를 멈춘 곳이 많다"고 전했다.

타 업종에 비해 비교적 사정이 나은 섬유업체들 중에서도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자 일부 근로자들에게 생소한 업무를 맡겨 퇴사를 유도하는 등 사실상 감원을 하고 있다. 한 섬유업체 근로자는 "근로자들을 무단 해고할 수가 없자 여성 근로자들 중 일부를 숙달되지 않은 다른 업무로 전환 배치를 해 자진 퇴사를 유도하기도 한다"며 "요즘 여성 근로자들도 물품 운반용 지게차 운전을 배우는 등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고 말했다.

 

◆고용유지냐 휴업이냐

상당수 자동차부품업체들 중에는 물량이 줄어들면서 직원들을 교육시키면서 고용유지를 할 것인지 아니면 이번 기회에 휴업을 선택해야할지 고민에 빠진 곳도 제법 많다.

자동차부품 2차 협력업체 임원은 "다음달부터 직원 중 50여명을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교육시키면서 앞으로 상황을 지켜 볼 생각"이라면서 "상황이 계속해서 악화되면 휴업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임원은 “주변에서도 고용지원금으로 교육을 시키면서 고용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휴업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부품업체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구지방노동청 고용안정센터에서 경산, 영천 등지를 순회하면서 실시한 고용유지지원금 설명회에서는 당초 예상을 넘어 100여개의 업체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근로자들의 삶의 질 저하

산업계가 경기침체에 따른 감산에 이어 감원을 하자 제조업체 근로자들은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대구3공단 금형제조업체 한 근로자는 "회사에서 올해는 감원을 하지 않겠다고는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불황이 계속될 경우 휴업이나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어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또다른 근로자도 "현재의 감산에 이어 내년 초에는 감원을 해야 한다는 소문이 사내에 퍼지면서 요즘 많은 직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우리 회사에 납품하는 하청업체는 어려움이 더해 폐업이나 도산을 하는 업체들도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진량공단의 근로자도 "감산 체제로 들어가면서 야근과 특근이 없어져 한달 평균 50만∼60만원 정도의 임금이 줄어든다. 이나마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에 조용히 윗사람들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근로자는 "특근과 야근이 임금의 30%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없어지면서 월급이 줄어 자녀들이 다니던 학원도 끊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