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6일 월요일
아침에 눈을 뜨니 6시였다.
체중을 줄이려고 엊저녁은 건너뛰고 물로 배를 채우고 잤더니 물통(?)이 꽉 찼다고 신호가 온 것이다. 볼 일을 보고 나서 슬쩍 밖을 내다보니 건너편에는 이미 그림자가 생겨있어서 날씨가 쾌청함을 알 수 있었다. 오후에는 서당에도 가야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두번째 잠은 자더라도 복잡한 꿈으로 제대로 잠을 잔 효과가 없기 때문에 더 자는 것을 포기하고 강변 산책을 선택했다.
거울을 봐도 별 다를 것은 없는 인물인데도 혐오감은 주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거울을 봤다. ㅎㅎ
역시나 내가 보는 나는 매력도 멋도 없다는 것만 확인하고서 혹시라도 뛸 수가 있으면 조금 뛰어보자는 마음으로 약간 쌀쌀할 것 같지만 반소매를 입고 나갔다. 해는 떴지만 아직은 지열이 오르지 않아서 예상ㄹ대로 조금 쌀쌀했다. 이예교 하부 은하수다리를 건너서 태화강 상류쪽으로 올라가다 삼호인도교를 건너 돌아 오기로 작정하고 은하수 다리를 건넜다.
철새공원(대밭) 뒷편 길로 접어 들었다.
가끔 산책을 하는 사람이 스쳐가기도 하는데 대밭 풍경을 담아서 단톡에 아침안부를 올리려고 대밭에 가까이 갔더니 이제 막 올라오는 것도 있고 벌써 내 키보다도 높이 자란 죽순들이 보였다. 요 며칠 동안에도 이 코스를 다니면서 죽순을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아마도 내가 무심히 다녔던 것 같다. 그런데, 굵직하게 올라오는 죽순을 보니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대나무가 가을을 맞은 듯 잎이 바래지거나 단풍이 들어서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었다. 왜냐하면 며칠 전 남창 동생과 산청(지리산)에 가면서 보니 대나무들이 병에 걸렸는지 전부 누렇게 죽어가는 것 같이 보였기 때문에...(예전에 대나무가 꽃이 피면서 떼죽음을 하는 것을 목격한 경험이 다수 있다)
일단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가벼운 운동도 곁들여 산책을 마치고 귀가를 했다.
아무래도 병든 것 처럼 단풍이 든 대나무가 걱정되어 인터넷을 열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검색을 해 보았다. 왜 이렇게 신경 쓰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곳 울산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내 맘 같을거라고 확신하는데 이곳 대나무는 여느 동네의 대나무와는 차별이 갈 정도로 특별하다. 이미 오래 전 십리대숲으로 불릴 정도로 특별한 이력이 있고 또, 2020년 부터는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주인공이기 때문에 보호받을 권리가 있으니까?!
아하! 그랬구나!
한창 죽순도 뽑아내고 성장할 이 시기에 대나무 상태가 왜 이렇게 병이 든 것 처럼 보이는지 인터넷을 열고 확인을 해보니 그동안 나도 몰랐던 지식이 숨어 있었다. 이유인 즉, 대나무도 우리 인간들 처럼 아기(죽순)를 가지면 그 영양분을 죽순이 다 빨아 먹기 때문에 한 동안은 건강상태가 어렵게 된다는 내용이 있었다.
푸릇한 잎사귀들이었는데 갑자기 시들고 누렇게 변해가는 대나무!
알고 보니 이런 자연의 현상은 세상 만물들이 다 그런가 싶기도 하고,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을 보는 듯 해서 가슴이 벅차고 감동이다. 죽순이라는 새로운 생명을 틔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대나무! 마치 자식을 잉태한 어머니가 자신의 영양분을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주듯, 푸른 기상을 자랑하던 잎사귀들마저 기꺼이 시들게 하며 죽순에게 생명의 에너지를 몰아 주다니...
자식이 세상 밖으로 힘껏 솟아오를 수 있도록 밤낮없이 헌신하고, 마침내 자녀가 굳건히 제자리를 잡으면 비로소 편안히 제 할 일을 다한 듯이 미소 짓는 어머니의 얼굴과 너무도 닮았다.
천만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덤으로 얻은 자연이 가르쳐주는 모성애!
자신의 존재를 희미하게 만들면서까지 죽순(자식)의 성장을 돕는 대나무의 모습에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어머니의 숭고함을 다시 한번 더 느낍니다.
어쩌면 우리 주변의 사소한 것들 속에는 모두 이처럼 위대한 사랑의 메시지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앞으로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냥 흘려 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