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8일 수요일
오늘은 너무 일찍 일어났다.
엊저녁엔 뉴스를 보느라고 새벽1시가 넘어서 잠을 청했지만 자면서 생각한 것은 아침 일찍 일어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하자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그런 생각이 강박으로 인식되었나 보다. 결국 눈을 떠 보니 시간은 다섯시 밖에 되지 않았고, 수면부족을 만회하려면 다시 자야 한다는 생각으로 잤는데 그것도 강박이 되었는지 9시 까지 자고 말았다. 결국 아침 산책은 포기하고 신문을 들고 세상소식이나 보려고 신문을 갖고 방으로 왔다.
딸내미가 컴퓨터를 업그레이드(upgrade) 시키달라는 말도 생각나고 해서 일단 컴퓨터를 열었다.
컴퓨터를 켠 김에 음악도 곁들여 힐링을 겸하려고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로 시작하는 유튜브 연주를 들으며 신문을 넘기다 보니 내 고장 울산소식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와서 눈이 번쩍 뜨였다. 기사 제목은 "장수비결? 맘 편한 게 최고"였고 내용인 즉, 울산 온산 하서마을에 장수하시는 어르신들의 인터뷰를 곁들인 내용이었는데 기사 원문을 링크로 걸어서 나중에라도 다시 보려고 한다.
"장수비결? 맘 편한 게 최고" 란 기사를 보며 나도 동의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장수가 무엇이기에 장수에 긍정적인 면을 더 강조ㅗ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어떤 이들은 장수가 행복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또 다른 어떤 이들은 후세에게 짐이 되는 등 여러가지로 재앙이라 여기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내 나름의 장수에 대한 생각을 여기에 옮겨 보기로 했다.
어느덧 나이를 먹다보니 가끔 별 것 아닌 것에도 숨어 있는 철학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에 잠기곤 한다.
나이를 먹으면 다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상 속에서도 삶에 대한 생각을 확장하는 편인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이 삶의 끝은 어디쯤일까? 하는 생각들을 하는데 오늘 우연히 접한 울산 하서마을 어르신들의 장수 비결에 대한 기사는 또 다른 질문을 던져주었다. '맘 편한 게 장수 비결'이라는 소박하지만 깊이 있는 말에도 나는 한참동안 생각했다.
오래 사는 것!
물론 건강하게 사는 것이라면 많은 이들의 바람이기도 할 것이다. 자식들의 성장을 지켜보거나,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하며 삶의 지혜를 쌓아가는 것은 분명 축복일 것이다. 누군가는 장수를 '행복의 연장선'이라 말하기도 하며, 그 안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으려 노력할 것이며 사랑하는 이들과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장수는 큰 기쁨이 될 수 있으니...
그러나, 장수는 양면성이 있다.
모든 세상 일엔 음과 양이 있듯이 장수 또한 그러하다고 생각 한다. 장수를 하는 동안 때로는 육체적인 고통이 따르기도 하고, 정신적인 외로움이 깊어지기도 할 것이다. 간혹 어떤 분들은 장수가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염려하며 '민폐가 되는 재앙' 이라 여기기도 한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수명은 늘었지만, 그 삶의 질까지 함께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냉정한 현실 앞에서 과연 오래 사는 것이 좋은 일이기만 할까? 진정 축복일 수 있을까?
그런 저런 경우를 생각해 보더라도 나는 '인명은 재천(人命在天)'이라는 말을 존중한다.
'인명재천' 즉,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을 존중하는 이유는 우리가 삶의 길이를 억지로 늘리려 애쓰거나, 혹은 짧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어떤 이가 장수를 위해 이것 저것 노력을 한다 하더라도 과연 무병장수가 보장될까? 분명 더 많은 변수가 있어서 그 노력들이 쓸데없는 행위로 귀결되는 경우가 허다하게 있을거다. 그럴 경우엔 어떤 생각이 들까? 분명 그 노력들에 대한 아쉬움과 심지어는 후회가 남을 공산이 다분하지 않을까?! 삶의 주사위는 우리가 던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하늘이 던져 놓은 것이라고 겸허히 인정하고 싶다. 그래야 최소한 쓸데없는 헛수고는 안해도 될 것이기에...
오늘도 나는 수명에 대한 그 어떤 최소한의 노력도, 걱정도 하지 않을 것이다.
굳이 장수를 염두에 두고 살아가기 보다는 오늘 하루를 충실히,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소박한 일상 속에서 기쁨을 찾는 것이 더 보람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 창밖으로 비치는 햇살,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는 소소한 대화, 그리고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보내는 평화로운 시간…이런 순간 순간들이 모여서 풍요로운 삶이 되는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물론 건강을 돌보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장수를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오늘을 건강하게 살기 위한 노력이라 생각한다. 아픈 몸으로는 오늘을 온전히 즐길 수 없고 건강은 행복한 오늘을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하늘이 부르는 날이 오면, 미련 없이 떠나면 될 것 아닌가? 장수가 축복이든 재앙이든 그것은 내가 절대 결정할 수 없지만 살아 있는 동안 만큼은 후회 없이 즐겁게 웃고 사랑하며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기려는 것은 온전히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다. ㅎㅎ
결국, 내 생각은 삶의 길이보다는 삶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내일 떠난다 하더라도 오늘은 충분히 사랑하고, 배우고, 베풀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한 것 아닌가?!
가능하면 내 가족들도 나처럼 생각하면 좋겠다. 누가 먼저고 나중이더라도 오늘 만큼은 자기 나름으로 행복하게 살테니...
그리고, 장수하시는 모든 이들에게 가는 그 날까지는 건강하기를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