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9일 금요일
오늘은 주말을 앞둔 금요일인데 아침부터 비가?
창 밖을 내다보니 주차장은 젖어 있는데 비가 내렸는지, 지금 오고있는지 나가보지 않고는 모르겠다. 현관 밖으로 출근이나 등교를 하는 사람들이 나오면 담박에 알겠는데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베란다에 서있으려니 여자분이 우산을 쓰고 나온다. 비가 오는갑다 생각했는데 그 옆통로에서 나오는 다른 여자분은 우산을 쓰지 않았다. 햐~ 그참!
그 시간에 아내도 일어나서 부엌으로 나온다.
잘 잤는지 서로 안부를 묻고 는 내가 본 기상상황을 말하려니 비가 내리는지 멈췄는지 지금까지의 상황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아내도 일기가 궁금한지 베란다에 서 있는 내게 묻는다.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어서 지금까지의 바깥사정을 얘기한다. 내 말을 들으면서 답답했던지 하나의 팁이랄까 제안을 한다. 바닥에 고인 물을 보면 빗방울이 떨어지는지 알 수 있지 않겠냐고? ㅎㅎ
그런데, 어쩌지?
얼마 전만 하더라도 나도 그 방법으로 비가 내리는지 그쳤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게 뜻같지가 않다. 빗물이 고인 정도는 알수 있지만 큰 비가 아니라면 작은 물파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나빠졌으니...
그걸 말하자니 괜히 아내의 걱정거리만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말을 않자니 아내가 제안한 방법의 결과를 말해야 하는데 참 난감하다. 눈을 실눈으로 변형시켰다가 크게 떴다가를 반복해도 빗방울이 튀기는 장면은 커녕 물이 고인 것도 점점 희미해지는 느낌이다. 눈 근육이 이렇게 느려졌다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 서글프기도 하지만 늙어가는 입장에서 청년의 눈처럼 만들기는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결국은 "이슬비가 내리는 갑다" 라고 대충 말해버렸다.
틀렸다고 불호령이 떨어질 것도 아니고, 다른 특별한 계획도 없으니 이까짓 비가 대수겠냐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아내도 이미 일기예보를 점검했었던지 "오늘 종일 왔다리 갔다리 한다더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맞장구 아닌 이해했다는 뜻을 비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눈을 어떻게 하나?' 하는 문제는 여전히 걱정거리로 남는다.
듣기 좋아라고 하는 말이지만 이런 말들이 생각 난다.
눈이 어두워지는 것은 늙으면 세세한 것은 보지말고 큰 줄기만 보라는 이유고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은 이런 저런 얘기에 휘둘리는 나이가 아니라는 이유고
머리털이 하얗게 변하는 것은 멀리서도 젊은이들이 알아 보라는 그런 이유가 있다더라마는 어디까지나 이건 위로의 말일 뿐,
오늘은 비가 내리기도 하지만 이런 생각들을 하니까 조금 마음이 우울해 진다.
신문이나 읽고 며칠 전 도착한 자전거 타이어나 교체하고 집안에 머물러야 겠다.
노인들에게는 날씨가 많이 작용하는가 보다. 습기가 많은 날은 몸도 찌부둥하고 특히 비오는 날은 마음까지 센치해 지는 것이 별로 반길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그래도, 오늘도 선물받은 날이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고 보람을 찾아야지!
화이팅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