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은

가을 한시 241105

by 올곧이 2024. 11. 5.

11월5일 화요일

 

 아침에는 비가 내릴 듯이 하늘이 흐리고 창밖의 풍경들이 우중충한 색이었는데 오후가 되니 해빛이 눈이 부실 지경이다. 오후 출근이라 일터에 나왔지만 오늘은 운동장을 사용하겠다는 단체 팀은 없고 몇몇 주민들만 손바닥으로 햇빛을 가리면서 트렉을 돌고 있다. 이럴 때가 가장 한가하지만 정면에서 비치는 해빛이 너무 강해서 반투명 브라인드를 내려도 빠져 나오는 강한 빛 때문에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기란 눈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나도 주민들과 같이 트렉을 두어바퀴 돌고 있는데 문득 운동장 주변의 조경수들에 시선이 꽂힌다.

 

 그렇게 뭇 사람들에게 안식처를 마련해 주었던 잎이 무성한 나무였는데 그냥 스쳐가는 세월을 이기지 못한체 초라한 모습으로 서 있다. 그런데 나도 참 무심했다. 어떻게 그 많은 잎들이 단풍으로 변했는지? 바람에 떨어졌는지도 모르고 저렇게 앙상한 가지들이 나올 때까지 관심 한 번 주지 않았을까? 말을 못하는 나무지만 나는 꼭 저 나무에게 못할 짓을 한 것 처럼 미안함이 든다. 얼마나 섭섭했을까?

 

 세월이란 우리에겐 참 반길 수 없는 존재다.

본래 인간이 간사한 것인지는 몰라도 한 때는 "세월만 가라"고 염원한 적도 있다. 특히 나이가 어렸을 적에는 형들에게 어리다는 이유로 푸대접을 받으면 세월이 빨리 가서 나도 형들 처럼 되고 싶었고, 젊을 때가 되어서는 한다고 했지만 오류가 났을 때 어른들로 부터 "니들이 뭘 알겠냐?" 하고 비난 섞인 말을 들었을 때도 빨리 세월이 흘러 저런 소리는 안들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세월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기도 했잖은가? ㅎㅎ

 

 그런데, 이게 뭐야?

그렇게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린 세월은 언제 어디로 어느 만큼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우리들을 이렇게 변모시키며 후회하게 만들 줄이야?! 저 나무와 같이 내 것이라고 붙잡고 있었던 나뭇닢 같은 자식들도 자기들 선택으로 부모 곁을 떠나거나 떠나려고 하고, 남은 것은 앙상한 가지처럼 몇줄기 안되는 서리맞은 머리만 허전할 뿐인...ㅋ~

 

 그래도 아직은 해야할 것들이 남았으니 분위기를 바꾸고 힘을 내보자!

세상은 다행스럽게도 모자라면 어딘가는 남는 것이 있듯 둥글둥글 공평하지 않든가?

분명 어느 구석에는 이 허전함을 만회할 다른 무엇이 우릴 기다리고 있겠지? ㅎㅎ

그리고, 우리에겐 사계절을 즐길 조건이 받쳐주고 있지 않은가?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고, 봄이 오고, 여름도 오고, 또 가을이 오지를 않냐는 말일쎄!

 

 이렇게 혼자만의 독백으로 위안을 삼으며 먼 옛날 당나라 시인을 영접하여 가을 시 한편을 들어 본다.

 

 山行 / 杜牧​ (산행/두목)
遠上寒山石俓斜 白雲生處有人家 원산한산석사 백운생처유인가

비스듬한 돌길 따라 추운 산을 멀리 오르나니, 흰구름 이는 곳에 인가 있구나.
停車坐愛楓林晩 霜葉紅於二月花. 정차좌애풍림만 상엽홍어이월화

수레 멈추고 앉아 늦단풍을 아끼나니, 단풍잎들이 2월의 꽃보다 더 붉어라.

 

 햐~ 이런 표현을 한 두목이란 시인의 마음?

상상으로 그림을 그리는 내 마음에 쿠팡의 총알배송이 꽂히듯 팍팍! ㅎㅎ

물론 나만의 생각일 뿐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도 공감할 듯 합니다. 그죠?

 

티스토리 (tistory.com)

 

작심삼주 오블완 챌린지

오늘 블로그 완료! 21일 동안 매일 블로그에 글 쓰고 글력을 키워보세요.

www.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