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일 일요일
일요일이지만 근무가 있는 날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주 일요일은 오후로 근무가 잡혀있어서 억지로 눈을 감고 늦잠이라도 자려고 했다. 왜냐하면 어제 저녁 늦게 까지 유투브를 보느라고 잠이 많이 부족한 데다 눈까지 따가워서 조금 더 눈을 감고 있으면 좋아지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긴 그 보다 더 큰 이유가 있는데 유투브에서 잠이 부족하면 면역이 떨어지고 각종 알 수 없는 질병이 생길 수 있다는 경고(?) ...ㅋㅋ
암튼 면역도 면역이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한 일은 어제 저녁 열시에 퇴근을 하고 집에 왔는데 등이 가려워서 아내에게 상태가 어떤지를 물어 봤는데 "그냥 벌레에게 물린 것 같다"는 것이었다. 벌레에게 물린 것이란? 대충은 상상이 가기도 했지만 뭔가는 답답해서 최신(?)의 방법으로 "사진 좀 찍어봐라"고 주문을 했더니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여주는데 역시나 내가 보고 판단하더라도 "벌레에 물린 자국"이라고 밖에 표현하지 못했을 것 같다. 괜히 아내에게 시덥잖은 일만 시켜서 미안하기만 했다.
어쨋거나 가려움증의 부위와 상태는 확인했지만 벌레에 물린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원인이 있나 하고 그 때 부터 자정이 훨씬 넘어 아내가 자라고 할 때까지 유투브를 뒤지고 찾아 들었는데 마땅한 정답은 찾을 수 없었고 제일 유력한 원인으로는 나이 때문이라는 것과 면역저하가 제일 근접한 원인이 아닐까 싶었다. ㅋ~
그래서, 오늘부터 잠자는 시간을 좀 늘려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늦잠까지 자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생각만 그렇다 뿐이지 몸이 따라주지는 않았다. 일단 뜬 눈을 감는 것은 그야말로 쉽지만 잠이 오지 않는 것은 생각 같이 되지는 않았다. 결국 이리저리 뒤척이다 성과없이 일어 났는데 카톡으로 아침 안부가 들어 온다고 알림이 난리다.
안부라고 해봐야 진심어린 안부보다는 떠 도는 명언이나 멋있는 그림을 보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깊이 있는 교감이라기 보다는 서로 살아있음을 알리는 정도의 교감이라고나 할까? 암튼 그런거다. ㅎㅎ
그래서, 나는 조금의 여유만이라도 있으면 내가 찍은 사진에 내 마음이 담긴 말을 적어 보내곤 하는데 오늘은 그저께 찍은 산국에다 오늘이 일요일이니 밖으로 나가라는 뜻을 담아 안부로 보냈다. 대부분이 또래이니 만큼 존칭이나 하대를 신경 쓰지는 않지만 어떤 때는 내가 보더라도 내가 사용하는 말이 유치했다는 생각도 있지만 나름으로는 내 마음이 담겼으니 그렇게 많이 부끄럽지는 않다.
오늘의 멘트는 "아무도 오지 않아도 산국은 향기를 날릴겁니다. 행여나 그대가 오실까봐..."였다.
그런데, 감정이 딴데로 튀었는지 입술 끝에는 청산별곡 (가시리)이 튀어 나올 기세로 멜로디가 하늘거린다. "가시리 가시리잇고~ 얄리얄리 얄라셩~ 살으리 살으리랏다"왜 이런 노래가? 가사가? 멜로디가 난데없이 나올까? 아무래도 가을이 원인이지 않겠나 싶다.
나이가 들어가니 가을은 참 오묘하다는 생각이 든다.괜히 아프지를 않나? 또 괜한 생각으로 감성에 빠지지를 않나? 참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밖을 내다 봤다. 길에는 차들이 분주하게 오고 간다. 휴일이니까 당연히 가족과 주말을 보내려고 움직이겠지! 그렇지만 나 같이 근무가 잡힌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 같다. 이런 날은 저 무리에 섞여서 가을 속으로 빠져도 좋으련만...
무심코 하늘을 쳐다 본다.맹하니 파란 하늘에는 구름이 보이지 않아선지 얼마나 높은지를 가늠하기 어렵다.괜히 구름이라도 찾아 보려고 창가로 더 가까이 가서 하늘을 보니 두둥실 높다랗게 하얀 구름이 떠 간다.그럼 그렇지! 가을은 이래야 돼! 알 수 없는 헛소리를 되뇌이며 만족한 시선을 거두고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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