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은

한로(寒露) 241008

by 올곧이 2024. 10. 8.

10월8일 화요일

 

 아침햇살이 비치고 차들이 빠져나간 아파트 주차장 바닥에도 마른 곳이 보인다.

강건너 동네가 훤하게 보이는 것을 보니 대기의 먼지들이 싹 정리가 된 모양이다. "그래! 이런 날씨가 가을날씨지!"라며 속으로 말하고 방으로 들어와 달력을 본다. 오늘은 '재향군인의 날'이자 절기상 '한로(寒露)'다.

 

 재향군인의 날은 국토 방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재향 군인 상호간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하여 지정한 날인데 1961년 5월 8일에 세계향군연맹의 회원국으로 가입하였기 때문에, 1965년 이 날을 ‘재향군인의 날’로 지정은 하였지만 5월8일은 어버이 날과 중복된다면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자 2002년 부터 기념일을 10월 8일로 변경하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기념일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기념일에 기념을 하는 의미도 크다고 하겠지만 그 의미에 버금가는 아니 더 중하게 작용하는 것은 민심이 아닐까 싶은데 재향군인의 날이 왜 10월8일이 되었는지는 설명이 없어서 또 궁금증이 생기려 한다. ㅎㅎ

 

 이번에는 민심과는 상관이 없는 절기상 한로(寒露)에 대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한로(寒露)는 24절기의 하나로 글짜 그대로 찬(寒)이슬(露)이다.  즉, 백로(白露)때 부터 내리던 이슬이 이젠 차갑게 맺힌다는 뜻이다. 그러다가 이슬대신 서리가 맺히면 겨울이 되니 이 시기엔 가을걷이를 마감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오곡백과를 수확하는 풍성한 마음과 기쁨이 넘치는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추수가 끝나면 일년 농삿일은 거의 마무리가 되므로 국화로 화전을 지지거나 술을 담그고 갖가지 모임 또는 놀이를 즐기기도 했는데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 시기엔 내 고향 산전다리밑 모래사장은 연일 북적 거렸다. 한쪽에는 술과 음식이 준비되고 또, 다른 한쪽에선 남정네들이 씨름으로 힘자랑하기가 바쁘고, 그 옆에는 장구를 두드리며 시조나 창을 읊는 장면들이 훤히 보이는 듯 하다. ㅎㅎ

 

 그리고, 한로의 이슬(露)을 생각하니 글을 쓰기도 전에 웃음부터 나오는 일이 있었는데, 이 시기엔 국민학교(요즘 초등학교)에선 반공교육이 한창이었다. 반공포스트 그리기 대회는 물론이고 간첩 식별 교육이 자주 있었는데 그 중 이런 항목이 생각난다. "새벽에 양복차림으로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 이라거나 "바지가 젖어 있거나 흙이 묻어 있는 사람"...

 

 요즘에는 양복이 흔해 빠졌고 밤이고 낮이고 등산도 가능하니 이런 것들로 간첩을 잡기는 정말 '아니올시다'가 되었지만 그 때는 참 일리있는 '표준전과' 같은 지침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고 또, 실제로 경찰서(파출소)에 가서 신고도 해봤으니 지금 생각해도 나는 국가관이 남달랐었지 않았나 싶다. ㅋㅋㅋ

 

 오늘은 오후 근무라서 옛날 추억도 더듬어 보는 여유로운 시간이었네요.

남은 시간도 즐거운 일이라면 덕시기(멍석)에 고추 널 듯 골고루 쭈욱 널었으면 좋겠네요. 사랑합시다.

 

태화동에서...